리니지만 믿고 간다…올해 신작 없는 엔씨

리니지 지식재산권(IP) 의존도에서 탈피하겠다는 엔씨의 올해 목표가 틀어졌다. 지난 2월 엔씨는 올해 새롭게 공개되는 신작으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TL’을 발표하며 리니지 IP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를 전한 바 있는데, 최근 실적발표에서 2023년 상반기로 출시를 미루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측은 이에 대해 “북미∙유럽 등의 서구지역에서의 성공을 위한 출시 시기와 파트너사에 대한 논의로 내년 상반기로 출시가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엔씨는 지난 2월 TL을 포함한 ▲프로젝트E ▲프로젝트R ▲프로젝트M ▲BSS 등 개발 중인 신규 IP 5종을 소개한 바 있다. 해당 게임들은 기존 엔씨의 주력 분야였던 MMORPG 뿐만 아니라 인터랙티브 무비, 액션 배틀 로열, 수집형 RPG 등의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다.

지난 3월 김택진 엔씨 대표가 “신작을 PC, 모바일에 이어 콘솔 플랫폼까지 확대 탑재해 엔씨소프트의 무대를 더 크고 넓은 세계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해당 IP들은 새로운 시도이자, 중요한 프로젝트로 평가받아 왔다. 특히 변화의 첫 주자로서 연내 출시 예정이었던 ‘TL’은 최근 사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힌 만큼 내외부적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TL의 출시 연기에 대해 “현재 해외 진출 시기와 파트너사를 고르는 것에 대해 전략적인 측면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TL은) 국내 MMORPG 게임이 해외에서의 성공할 수 있느냐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가 있기에 내・외부 가용한 협력 시너지를 어떻게 일으킬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개발과 관련한 기본적인 준비는 다 끝난 상황이나, 시기와 관련 파트너십에 대한 논의 탓에 내년으로 출시가 미뤄졌다는 것이다.

이는 엔씨가 북미・유럽 등의 서구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 2001년 PC 리니지는 북미 시장에서 10년간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다 2011년 철수했고, 지난 2018년에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리니지2 다크 레거시’ 또한 정식 서비스에 실패한 바 있다.

출시 연기는 TL뿐만이 아니다. 기존 게임인 리니지 W의 북미, 유럽 출시와 블레이드앤소울2의 일본, 대만 출시도 2023년 상반기로 연기됐다.

올해 출시할 신작이 ‘0’인 만큼 엔씨는 하반기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신규 인원 채용을 최소화하는 등의 비용 절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CFO는 “마케팅 비용의 비중이 매출액 대비 10%를 넘기지 않기 위해 (매출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고,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계는 리니지M을 제외한 모바일 게임들의 매출 감소세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TL 출시 전까지는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세가 지속되리라 전망한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16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차기작 TL의 흥행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나, 전반적인 신작 출시 지연으로 내년 1분기까지 지속적인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신작 모멘텀이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IP의 2분기 성적은?

엔씨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7% 증가한 629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1230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 게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475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는 전분기 대비로는 26% 감소한 기록이다.

자료제공: 엔씨

엔씨에 따르면 리니지M을 제외한 리니지2M, 리니지W가 다소 큰폭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리니지M은 지난 6월에 실시한 출시 5주년 업데이트를 통해 전분기 대비 22% 증가한 1412억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리니지2M은 전분기 대비 24% 감소한 962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하향 추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리니지W는 전분기 대비 약 40% 감소한 223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엔씨 측은 “리니지W는 당사 전작 모바일 게임들과 유사한 하향 안정화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주요 트래픽 지표들은 모두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8월 10일 실시한 업데이트가 성공적으로 적용되면서 하반기에도 견조한 성과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니지2M의 3주년 업데이트 또한 4분기에 예정돼 있다”며 “2년 이상의 국내 서비스 기간을 지나면서 매출의 자연 감소가 발생하고 있지만, 충성 고객 기반의 견고한 트래픽을 유지하고 있다”고 매출 반등을 예상했다.

이에 대해 이승훈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 IP 게임들의 업데이트에도 불구하고 신작 및 해외 이벤트 일정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를 하회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바라봤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매출이 유지 중인 리니지M의 성과는 고무적이지만, 실적과 리레이팅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며 “이익 반등을 위해서는 신작이 관건인데, 리니지W 2권역과 TL 출시가 내년 상반기로 지연돼 단기 모멘텀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예측했다.

한편, 인건비는 전분기 대비 5% 감소한 2066억원을 기록했으며 마케팅비는 전분기 대비 44% 증가한 599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측은 전반적인 사업 활동이 강화됨에 따른 비용 상승이라고 설명했다

신작, 현재까지의 상황은?

엔씨가 지금까지 공개한 신규 IP는 총 5종으로,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올해 출시를 목표했던 TL은 엔씨가 지난 2017년부터 개발에 돌입한 PC・콘솔 MMORPG 게임이다. 지난 3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프로젝트E’와 함께 트레일러 영상으로 구체적인 모습이 공개됐다.

TL과 프로젝트E는 서로 같은 세계관 안에서 서로 다른 역사가 펼쳐지는 두 대륙의 이야기를 담았다. TL은 서양 중세를 배경으로 한 ‘솔리시움’ 대륙, 프로젝트E는 동양 중세를 배경으로 한 ‘라이작(가칭)’ 대륙을 중심으로 게임이 전개된다. 프로젝트E에 대해 엔씨 측은 “관련 상세 정보를 따로 공개할 수 있는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TL 트레일러 中 (자료제공: 엔씨)

엔씨에 따르면 현재 구현 중인 TL의 비즈니스모델(BM)은 상식적으로 이용자 간 격차를 완화하는 방법으로, P2W(Pay to win, 이기기 위해 돈 쓰는 게임)를 지양하는 BM이다. 이장욱 엔씨 IR 실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부분 유료화 모델에 대한 변화가 이루어져 점차 (해당 모델이) 수용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P2W은 지양하고, BM과 게임사의 균형점만 잘 맞춘다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게임 상품 구성 등은 추후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신규 IP인 배틀로얄 게임 ‘프로젝트 R’은 2023년 출시 예정이며, PC∙콘솔 게임인 프로젝트 M은 정확한 시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2024년에 출시될 것으로 증권계는 예상했다.

아울러 기존 IP를 기반으로 한 수집형 RPG ‘블레이드앤소울 S’는 2023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내부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모바일 MMORPG ‘아이온2’는 내후년인 2024년에 출시될 것으로 증권계는 예상했다. 이 실장은 “아이온2는 현재 언리얼 엔진 5 기반으로 개발 중이며, 전 세계 동시 출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정확한 출시 일정을 밝히기는 이른 감이 있으나, 자세히 설명할 기회를 따로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신사업도

엔씨는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에 대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CFO는 “엔씨의 NFT는 게임 내 여러 가지 재화를 NFT 화해서 게임 내에서 소화할 수 있고, 또 다른 게임과 호환될 수 있는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며 “단순히 게임 내에 재화를 교환하는 개념이 아닌, 웹3.0 개념에 기반한 NFT 개념에 기반의 비전으로 NFT, 크립토 관련 게임에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인넷과 관련해서도 말을 덧붙였는데, 홍 CFO는 “메인넷의 기술적 측면을 어떤 식으로 해결할 건지 고민하고 있으며, 여러 가시적인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크립토 윈터와 상관없이 웹3.0 기반 전략을 위해 기술적으로 가장 기반이 되는 기술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가 추구하는 게임 전략에 접목할수 있는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메인넷 구축보다는 메인넷과 관련해 회사가 구현해야 할 게임 시스템을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메인넷을 기반으로 파생되는 게임 기술들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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