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반도체] TSMC 없이 스마트폰 못 만드는 삼성?

삼성전자가 10일(미국 현지시각) 갤럭시 언팩 2022를 통해 플래그십 폴더블 스마트폰 Z플립4와 Z폴드4를 공개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모델을 성공시켜 올해 안에 1000만대의 폴더블 판매를 기록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쳤습니다. 뒤이어 “폴더블폰이 경쟁사를 제칠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고요.

이번에 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힌지 크기가 줄어들었습니다. 대신 남는 공간에는 배터리를 넣었고요. 이를 통해 기존에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던 배터리 용량을 확대했습니다. 칩셋은 퀄컴에서 제공하는 스냅드래곤 8+ 1세대(Snapdragon 8+ Gen1)를 탑재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살펴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스냅드래곤 8+ 1세대가 대중에게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삼성 스마트폰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 반도체 측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있습니다. 우선 스냅드래곤 8+ 1세대는 TSMC 파운드리에서 생산됩니다. 전작이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됐던 것과 대조적이죠.

또한, 이번 Z플립4와 Z폴드4에는 해외 물량에도 엑시노스(Exynos)가 탑재되지 않습니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범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plication Processor, AP)입니다. 지난 2월 출시했던 갤럭시 S22 시리즈의 경우에는 일부 해외 물량 일부에 엑시노스를 적용했는데, 이와는 차이가 나는 행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인사이드 반도체에서는 스냅드래곤 8+ 1세대의 의미와 엑시노스, 삼성전자의 AP 사업 향방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스냅드래곤 8+ 1세대 (자료: 퀄컴)

스냅드래곤 8+1세대는 어떤 AP?

일단 스냅드래곤 8+ 1세대가 어떤 칩셋인지부터 알아봅시다. 스냅드래곤 8+는 퀄컴이 지난 5월 처음 공개한 AP 플랫폼으로, 퀄컴의 최상위 플래그십 라인업 ‘X Gen’에 포함돼 있습니다. 스냅드래곤 8+ 1세대는 해당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첫 번째 세대 AP이고요.

스냅드래곤 8+ 1세대는 전작 대비 탑재된 중앙처리장치(CPU) 동작 속도가 10% 높아졌고, 전력 효율성도 30% 가량 높아졌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도 전작 대비 10% 높아졌고요. CPU, GPU를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성능과 전력 효율성이 향상했습니다.

여기서 전작은 스냅드래곤 8 1세대입니다. 퀄컴은 2022년 상반기에 스냅드래곤 8 1세대를 공개한 바 있는데요, 그런데 이를 출시한 지 반년 가량 지난 후에 8+ 1세대를 출시했습니다. 스냅드래곤 8 1세대는 높은 성능을 자랑했지만, 배터리 수명 저하와 발열 문제 등이 제기되기도 했죠. 증권가에서도 “성능은 좋았으나, 발열이나 배터리 수명 측면에서는 설계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겠지만, IT매체 노트북체크(Notebook Check)는 스냅드래곤 8 1세대 AP에서 문제가 발생한 원인으로 가장 먼저 삼성 파운드리를 꼽았습니다. 노트북체크는 “삼성 파운드리 4nm 제조 공정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수명 저하, 발열 문제 등이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에 퀄컴이 스냅드래곤 8+ 1세대를 생산하기 위해 선택한 파운드리는 TSMC 4nm 공정입니다. 겉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만, 복수의 해외 매체는 “위탁생산업체를 변경하면서 전력 효율성이 30% 가량 향상했다”고 평가합니다. 이 말은 곧 이번 Z플립4와 Z폴드4에는 TSMC에서 생산한 칩셋이 탑재된다는 것이지요. 결국, 삼성 파운드리의 퀄컴 생산 비중은 줄어들었고, 해당 비중은 고스란히 TSMC에게 넘어가게 됐죠.

 

삼성 엑시노스 2200 (자료: 삼성전자)

엑시노스는 빠졌다

게다가 이번 Z플립4와 Z폴드4의 경우에는 해외 물량에도 엑시노스가 탑재되지 않습니다. 해외 IT매체 폰아레나(Phone Arena)는 갤럭시 언팩 2022 행사 이후 “스냅드래곤 8+ 1세대는 정말 대단한 칩이고, 보편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면서 “해당 제품에 엑시노스는 탑재되지 않는다”고 보도했습니다. 올해 2월 출시한 갤럭시 S22의 경우 일부 해외 물량에 엑시노스를 탑재했는데, 이와는 대조적이죠.

AP 시장에서 엑시노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올해 상반기부터 나오고 있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AP 시장점유율은 대만 미디어텍과 미국 퀄컴이 각각 33%, 30%를 기록하며 1, 2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뒤이어 애플이 21%, 중국 유니SOC가 11%를 기록했고요. 삼성전자는 4%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냈는데요, 전분기에 비해 두 단계나 하락한 5위에 그쳤고요.

이처럼 점유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자사 제품에 탑재하는 비중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삼성 엑시노스는 범용 AP이긴 합니다만, 대부분 자사 제품에 탑재되곤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18일 엑시노스 2200을 공개했는데요, 모바일 측면에서 퀄컴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포부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엑시노스 2200의 성능이 업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수율과 발열 문제가 불거져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결국 삼성전자도 엑시노스를 사용하지 않게 됐고, 이는 곧 삼성전자의 AP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사업을 중단할 것이라는 추측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사실 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를 진행하면서 “현재 SoC 사업 모델을 재정비하고 있고, 리소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특히 4세대 모바일 엑시노스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새로운 엑시노스 칩셋이 내년에 공개된다고 예측합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 엑시노스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시점은 올해가 아닌 내년이 될 예정”이라며 “다만 성능이나 평가 등은 출시 이후에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 엑시노스의 성능에 따라 추후 삼성전자의 AP 사업 방향성도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 (자료: 삼성전자)

또 다시 고개 드는 ‘삼성 전용 AP 개발설’

일각에서는 삼성 전용 AP 개발설에 또 다시 힘을 싣기 시작했습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자사 전용 AP 개발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노태문 사장은 갤럭시 언팩 행사를 마친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자체 AP 개발과 관련해 “관련 팀들과 파트너사가 열심히 논의하고 검토하고 있다”면서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은 만큼 시간이 굉장히 걸릴 텐데, 구체화 되는 시점이 되면 공개할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물론 삼성전자는 자체 AP를 만들 정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간 엑시노스를 개발해 왔던 데다가, 2015년부터 시작해 4년 간 이어진 몽구스(Mongoose)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모바일 AP CPU 기술을 확보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회사 차원의 투자만 뒷받침된다면 자체 AP 개발 자체가 무리는 아닌 셈입니다.

하지만 자체 AP 개발과 자체 AP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자체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OS)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체 AP 개발의 가장 좋은 사례인 애플을 예로 들어볼까요. 애플은 자사 제품에 최적화된 칩셋과 OS를 자체 개발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디바이스를 구성하는 시스템이 최적화돼 있다 보니 좋은 성능을 내게 됩니다. 애플은 최적화를 통해 성능 측면에서 승부를 보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삼성 스마트폰은 구글에서 제공하는 OS인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구동됩니다. 일단 이 부분에서 최적화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자체 AP를 만들기 위해서는 OS 등 부가적인 것도 고민해야 하는데, 이를 단시간에 구축하기에는 어렵다”면서 “따라서 단시간에 삼성전자가 자체 AP를 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결국 삼성전자는 전용 AP를 개발하기보다는, 엑시노스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범용 AP 사업을 이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초에 엑시노스가 플래그십 제품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니, 특히 성능과 발열, 저전력 부문에 많은 신경을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개발 인력을 2배 가량 늘린다고 한 것도 그 일환으로 풀이되고요.

엑시노스 성능 개선과 더불어 삼성 파운드리의 수율 개선도 시급해 보입니다. 물론 팹리스 기업은 공급망 안정화 때문에 TSMC와 삼성 파운드리를 모두 이용하는 ‘듀얼 라인(Dual Line)’ 체제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미세 공정 부문에서는 삼성 파운드리 수율이 나오지 않아 고객사 이탈이 일어나고 있죠. 이번에 퀄컴이 삼성 파운드리에서 TSMC로 갈아탄 것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의 전반적인 기술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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