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은행 창구에서 모바일 신분증 내밀었더니

이제 신분증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더라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스마트폰에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저장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편의점, 휴대폰 대리점, 숙박시설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두 종류다. 집적회로(IC) 운전면허증으로 발급받는 방법과 QR코드로 발급받는 방법이 있다. 차이점은 스마트폰을 바꾸거나 분실했을 때 QR코드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운전면허시험장을 재방문해야 하는 반면, IC 운전면허증은 스마트폰으로 재발급받을 수 있다.

두 신분증 중 기자는 QR코드 방식의 모바일 신분증을 발급받기로 결심하고 서부운전면허시험장으로 향했다. 주의할 점은 운전면허시험장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운전면허 ‘연습장’은 발급을 받을 수가 없다. (참고로 기자는 운전면허연습장에 갔다가 낭패를 보았다.)

먼저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모바일 신분증을 발급받기 위해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안내센터에서 모바일운전면허증 발급 신청서를 받아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고 신분증과 함께 창구에 제출하면 된다. 이때 비용이 발생하는데 QR코드 모바일 신분증은 1000원, IC 운전면허증은 1만3000원이다.

빠르게 발급하고 싶다면 앱을 미리 설치하고 가는 것이 좋다. ‘모바일 신분증’ 앱을 활성화한 후 창구 옆에 놓인 태블릿PC 속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된다. 그런 다음 앱에서 얼굴인식을 해야 한다. 마스크를 벗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응시한 채 눈을 깜빡이면 얼굴인식이 완료되며,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발급된다.

이렇게 운전면허증 발급 절차가 모두 끝이 났다. 창구 대기 시간을 제외하면, 신청서를 내고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까지 약 2~3분이 소요됐다. 발급 절차가 빠르고 간편한 편이다.

수월하게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을 마친 기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은행을 향했다. 모바일 신분증으로 통장 재발급을 받아보기로 했다. 창구 직원이 신분증을 달라는 요청에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직원은 흔쾌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인식 과정은 발급 과정과 비슷했다. 창구 한 쪽에 놓인 태블릿PC의 QR코드를 인식하면 ‘정보 보내기’ 버튼이 나온다. 기자의 개인정보를 해당 은행으로 전송하기 위해서다.

보내기 버튼을 누른 뒤 얼굴인식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벗고 카메라를 응시한 채 눈을 깜빡였다. 몇 번의 인식 실패가 있었지만 얼굴인식이 완료됐다. 동시에 해당 은행의 본인인증도 완료됐다.

은행직원은 기자에게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쓰는 분은 처음인데 정말 편하다”고 말을 건넸다. 기존에는 직원이 고객의 신분증을 리더기에 직접 넣어 확인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면,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자동인증으로 직원이 해야 하는 업무가 덜어졌다. 다만, 모바일 운전면허증에서 주민등록번호 끝자리가 나오지 않아 직원에게 불러줘야 했다.

결과적으로,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사용자 입장에서 발급이 간편하지만 아직까진 플라스틱 면허증 대비 번거로움이 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사용시 얼굴인증이나 누락된 주민등록번호 등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분증이 없을 때는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범용성이 확대되기 위해선 활용 플랫폼과 사용처, 모바일 신분증 대상 확대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는 내년에 민간 앱에서도 운전 면허증을 발급받아 이용할 수 있도록 민간에 개방할 계획이다. 핀테크나 뱅킹 앱 등에서도 모바일 신분증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행안부는 국가유공자증, 주민등록증 등으로 모바일 신분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