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개인화 마케팅을 위한 발판, ‘CDP’를 알아보자

“단골 식당에서 늘 나에게만 내어주는 어리굴젓, 내 식성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모님 덕이다. 기업도 마찬가지. 내가 어떤 제품을 좋아하고 자주 사는 지 미리 알아주면 좋을텐데… 앗 오늘 마침 로션이 떨어진 걸 어떻게 알고 앱 푸싱을 보낸 거지? 이게 말로만 듣던 초개인화인가?”

“온라인 고객과 오프라인 고객이 분명히 겹칠 것 같은데 구분이 안 되네. 한 번에 맞춰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CDP라는 게 좋다던 데 나도 한 번 써볼까. 근데 데이터 보안은 어떡하지.”

고객 데이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업의 영리활동은 고객에서 시작하고,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사업 전략의 토대가 되기 때문.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마케팅 시장에서 고객의 페인포인트(pain point, 불편한 점) 분석은 지상 과제가 됐고, 고객이 필요한 것을 적재적소에서 제시하는 기업이 고객의 주머니를 열게 만든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기술로 ‘CDP(Customer Data Platform)’가 주목을 받고 있다. CDP 이전에도 고객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술은 있었다. CDP와 기존의 고객관리와 다른 점은 무엇이며,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CDP의 차이점은 데이터의 다양성과 데이터를 수집하는 속도다. CDP는 다양한 소스에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한 뒤, 한데 모아 기업이 용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SW) 형태의 플랫폼이다. 수집한 정보의 세밀함과 큰 볼륨이 CDP의 무기다. 고객 행동과 관련한 거의 모든 데이터를 모은다. 단순한 식별 정보를 넘어, 고객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까지 분석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담는 툴이라고 볼 수 있다.

CDP는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CRM)’와 비슷하다. 하지만 CRM이 고객과 기업이 직접 상호작용한 퍼스트파티(First-Party) 데이터 기반의 고객관리를 뜻한다면, CDP는 이에 더해 고객의 모든 행동데이터를 수집·저장·분석하는 게 목적이다.

예를 들어 회원가입 때 입력하는 거주지나 성별, 자녀 유무, 과거 상담 횟수 등 기업과의 상호작용 데이터로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은 CRM이다. CDP는 이 CRM의 한계를 보완한다. 검색한 제품이나 실제로 클릭한 제품, 방문 페이지 등은 물론, 주문하고 결제한 방식과 시기 등을 한 곳에 모아 정보의 분절성을 없앤다. 회원 정보라면 고객 관리 부서, 결제라면 판매 부서, 클레임이라면 상담 부서에 정보가 각각 따로 들어오던 것을 통합해 저장한다.

데이터는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웹이나 애플리케이션 내 정보를 끌어오거나, 또는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심어 수집한다. 모은 정보는 CDP의 자체 프리셋이 분류하고 분석해준다. 프리셋은 CDP 제공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별도의 세그먼트 부담이 줄어 든다.

가트너가 정의한 CDP의 기본 개념과 구조. (출처=가트너)

같은 정보라도 해당 기업이 생각하는 중요성  측면으로 분류하거나, 신규나 로열처럼 고객 충성도 관점 등 기업이 필요한 시각에 따라 나눌 수 있다. 특정 카테고리 페이지에 오래 머문 고객이라면 해당 제품에 대한 푸싱 알람을 더 자주 보내거나, 자동차 회사라면 가솔린보다 전기 자동차를 오래 본 고객에게 전기차 전문 딜러가 연락을 취하는 식이다. 만약 클레임이 들어왔다면 응대 이슈인지, 제품 품질 이슈인지처럼 상세한 세그먼트가 수행된다. 고객 행동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둠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풀어 말하면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를 활용한 고객관리 액션인 CRM을 위해 고객의 취향과 구매 성향, 사이트 행동까지 분석해 영업활동 재료를 마련하는 셈이다. 모든 정보를 모으고 이를 또 필요에 따라 분리하니 고객 프로필을 보다 적확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초개인화 시대…2026년 153억달러 규모 시장 전망

말로만 들으면 마법의 도구 같지만 의문은 남는다. 여태까지는 몰라서 못했던 것일까. 허상은 아닐까.

수치는 분명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 보고서를 보면 세계 CDP 시장 규모는 날로 팽창하고 있다. 2021년 35억달러(한화 약 4조7250억원)규모로 추산됐던 것에서 연 평균 34.6% 성장해 2026년에는 153억달러(약 20조65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의사결정자의 관심도 늘었다. 가트너의 ‘CDP 마켓가이드 2022’에 따르면 가트너에 CDP를 검색한 CIO(최고정보책임자)들의 활동이 2020년 대비 2021년에는 91% 증가했다.

시장이 커지는 건 ‘초개인화’의 확산과 떼어 놓을 수 없다. 개인 맞춤 서비스를 더 고도화 하는 게 초개인화다. 단골집 주인장이 날 알아보고 좋아하는 반찬을 먼저 더 주는 것처럼, 기업이 알아서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시하니 고객 입장에서는 편리하다. 그만큼 구매도 늘어나는 건 당연지사다.

또 이전처럼 고객의 관심사를 쉽게 알고 대응하기가 어려워진 게 역설적으로 시장을 키웠다. 애플은 사용자가 승인해야 이용자 정보 추적이 가능한 앱 추적 투명성(ATT) 정책을 시행한다. 구글의 경우 2023년 말부터 크롬 브라우저에서 제3자, 즉 서드파티(Third-Party) 쿠키 사용에 제한을 둘 예정이다.

예전 처럼 사이트에 접속한 개인의 이용정보를 맞춤형 광고에 사용하는 데 장벽이 생겼고 이를 메꿀 플랫폼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CDP 시장 규모 추산치와 전망. (출처=마켓앤드마켓)

완전한 그림으로 보는 고객 성향

CDP의 진정한 매력은 뭘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고객 성향에 대한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기록을 마케팅 캠페인, 고객경험 개선, 서비스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첫 번째다. 고객에 대한 ‘완전한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이를 활용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현재 CDP 솔루션 업체들의 레퍼런스를 보면 이해가 빠르다.

세일즈포스는 벤츠,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아모레퍼시픽, F&F 등 국내 유수의 기업을 고객사로 뒀다. 벤츠는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자동차의 타이어 교체 시점을 감지할 뿐만 아니라, 가까운 서비스 센터에서 예약할 수 있는 링크를 적시에 보내준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온라인몰의 트래픽 데이터와 오프라인 매장의 구매자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데 세일즈포스 CDP를 쓴다. 이를 통해 이용자군을 세밀하게 나눠 초개인화 캠페인을 벌였다는 설명이다.

세일즈포스코리아 관계자는 “현재는 고객의 기대가 단순히 좋은 제품과 좋은 서비스를 넘어 ‘어떤 경험을 주느냐’로 넘어가고 있다”며 “CRM과 유기적인 관계인 CDP는 초개인화 마케팅 시대에 꼭 필요한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트레져데이터도 미국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냈다. 미국 축구연맹과 합심해 팬 기반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미국 축구연맹은 트레져데이터 CDP를 활용, 어떤 주에서 축구 경기가 열린다 치면 일정 반경 안의 거주자들을 안내 대상에 포함시키되 이미 티켓을 산 사람은 제외한다. 이메일을 보냈다면 이를 더 자주 열어본 사람들은 관심이 큰 고객으로 간주, 세그먼트에서 빼는 형태다.

국내 대표주자로는 빅인사이트가 있다. 빅인사이트는 마테크(마케팅+테크놀로지) 기업을 표방한다. 이미 캠페인 광고 효율화를 위한 ‘빅인 ads’와 고객관리를 위한 ‘빅인 CRM’을 운영하고 있다. 빅인사이트는 이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빅인 CDP 360’ 서비스를 정식 론칭한다.

커머스에 집중한 풀퍼널 마케팅 노하우가 빅인사이트의 무기다. 빅인사이트 관계자는 “해상도 높은 데이터로 타깃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빅인사이트는 기존에 ads와 CRM을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고객의 커머스 행동 분석이 가능한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특히 처음 CDP를 도입하는 기업을 위해 고객 경험 매니저(CXM)를  전담으로 붙여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빅인사이트 관계자는 “ads와 CRM 등 디지털 마케팅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액션 솔루션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며 “커머스에 초점을 맞춘 인사이트와 지표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것이 빅인 CDP의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말했다.

데이터가 핵심인데… 관리는?

반사적으로 드는 걱정은 데이터 보안 이슈다. CDP는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기본으로, 어떤 페이지를 가장 오래 보고 어디까지 스크롤을 내렸는지 등 고객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해 활용한다고 했다. 나쁘게 보면 내 행동을 모두 들여다보는 ‘빅브라더’나 마찬가지다. 초개인화 경험이 좋다 한들 정보가 새면 성향이 발가벗겨지는 거나 다름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게 보안이다. 기본적으로 CDP 업체들은 클라우드 환경에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솔루션을 제공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S Azure),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등 클라우드 업체의 보안 솔루션을 쓰기 때문에 한 번 더 안전장치를 두는 모양새다.

세일즈포스코리아 관계자는 “파트너사와의 신뢰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며 “구축형이라면 과거 버전이 계속 유지돼 보안 취약점이 생길 수 있지만 클라우드 기반은 수시 업데이트로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빅인사이트 관계자도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모든 개인정보는 암호화 하고 데이터 보안 이슈 우려가 발생할 경우 즉시 개인정보 수집 절차를 변경하고 삭제와 수집 중단 처리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