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오라클의 ‘클라우드’ 전략 성공할까
데이터베이스(DB) 기업 오라클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DB로 명성을 쌓은 오라클이지만, 클라우드까지 섭렵한다니 이질감이 드는 것은 사실. 하지만 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한국오라클은 26일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에서 튜토리얼 세션을 열고, 현재의 클라우드 트렌드와 오라클의 클라우드 전략을 소개했다.
장성우 한국오라클 전무는 “데이터 서비스만큼은 타사가 오라클을 따라올 수 없다”며 “DB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을 비롯해 MS 애저(Azure),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의 3강 구조를 흔들겠다는 게 오라클의 목표다.
오라클은 이를 위해 경쟁사이기도 한 MS와 손을 잡았다. 전략적 제휴다. 모양새로 보면 적과의 동침인 셈이다.
오라클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이름은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 ’다. 여기에 최근 ‘애저용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서비스(Oracle Database Service for Azure)’를 내놓고 애저 사용자가 OCI의 DB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클라우드는 MS 애저를 쓰는 기업이라도 DB는 업계 선도주자인 오라클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을 터, 서로의 강점을 붙여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여러 퍼블릭 클라우드를 섞어 쓰는 일종의 ‘멀티 클라우드’ 형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익숙한 애저 환경에서 바로 오라클 DB를 끌어오는 등 전체적인 데이터 관리가 편해진다. 반대로 DB는 오라클을 쓰면서 사무 프로그램은 MS 오피스를 쓰는 게 보편적인 만큼 상호보완적 파트너십이 될 거라는 기대가 담겼다.
시장 후발주자의 단점은 2세대(Gen2) 클라우드 모델로 메꾼다. 사용자별로 구분된 환경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게 베어메탈(Bare-Metal)이다.
기존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썼던 1세대(Gen1) 모델은 하나의 하드웨어에서 가상화를 통해 클라우드 공간 여러 개를 만드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는 리소스 분배 이슈가 있다. 갑자기 트래픽이 몰리거나 특정 가상머신(VM)에 작업이 집중되면 리소스의 총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느려진다.
보안 또한 마찬가지다. 하나의 클라우드 공간을 쪼갠 Gen1로는 한 VM에 해킹이 발생하면 다른 데이터도 같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Gen2에 쓰이는 베어메탈은 이 단점을 해결했다. 사용자가 별도의 전용 서버를 제공 받는다. 사용자와 관리자의 컴퓨팅 영역을 완전히 나눠 서로가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한다. 하나가 고장나더라도 다른 영역은 건드릴 수 없는 일종의 격리나 마찬가지다. 빠른 속도와 보안을 중시하는 현재 트렌드에 적합한 버전이다.
벤더 입장에서는 개발 비용이 늘어나지만, 결국은 서비스 품질을 위한 선택이라는 게 오라클의 말이다. 장성우 전무는 “다양한 상품군을 만들어 선택하도록 했기 때문에 고객사가 받는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고 되짚었다.
오라클은 전세계에 39개의 클라우드 리전을 구축했다. 리전은 데이터센터가 세워진 지역을 말한다. 그만큼 클라우드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이 OCI로 전환하고 있고, 데이터 관리와 분류 등 DB의 강점을 바탕으로 외연을 조속히 넓힌다는 게 오라클의 전략이다.
실제로 시장에서 보는 OCI에 대한 평가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가트너는 OCI의 역량 점수를 78점으로 평가했다. 2019년 38점에 비하면 비약적 성장을 이뤘다.
장 전무는 “오라클은 성능과 안정성 위에서 발전해온 회사”라며 “이제는 클라우드 서비스 지형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