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의 일몰”

최근 페이스북이 발표한 ‘홈’이라는 새로운 기본 탭에 대해 미국의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렇게 평했다.

앞서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플랫폼스는 페이스북에 ‘홈’이라는 탭을 신설하고, 기존의 뉴스피드 대신이를 기본으로 설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홈에는 페친이 아니더라도 이용자가 흥미로워 할 만한 글, 사진, 영상이 보여진다.

이제 소셜 미디어에서 ‘관계’가 아니라 ‘AI 알고리즘’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고, 페이스북의 기본 화면 변경이 이를 상징한다는 의미다.

인스타그램도 비슷하다. 내가 ‘팔로우’하는 콘텐츠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AI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할 것이라고 판단한 콘텐츠가 주로 보여지게 된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영화를 좋아한다고 AI가 판단하면, 영화에 대한 콘텐츠가 인스타그램 피드에 많이 나타날 것이다.

지금까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콘텐츠는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전파됐다. 페친을 맺거나 팔로우를 한 사람의 콘텐츠가 주로 보여졌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네트워크는 콘텐츠 전파의 핵심이 아니다. 페친이나 팔로우는 AI가 내 취향을 판단하는 근거에 불과할 뿐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왜 이런 변화를 추구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소셜 네트워크가 고품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주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 모델에서는 이용자가 팔로우 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있어도 그 이용자에게 노출되지 않는다. 만약 페친이나 팔로워가 마음에 안 드는 콘텐츠를 계속 올리면 이용자는 플랫폼 자체를 떠날 수도 있다. 페이스북에 그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가 없는 게 아니라, 그 이용자의 페친이 재미 없는 글을 쓰는 것이다.

19일 모바일인덱스 발표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페이스북의 국내 월 이용자가 4분의 1가량 줄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페이스북 이용률은 떨어지고 있다. 페이스북 접속 빈도가 줄어들고, 한 번 들어가도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틱톡은 다르다. 틱톡에 한 번 들어가면 자신도 모르게 시간이 삭제될 때가 많다. 짧은 영상 몇 개 본 거 같은데 30분~1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곤 한다. AI 알고리즘이 끝없이 내가 관심 있을 법한 영상을 먹여주기(feed) 때문이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역시 구독 기능이 있지만 영상 피드에 내가 구독한 영상만 뜨는 것은 아니다.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는 밈이 등장할 정도로 AI 알고리즘은 사용자 개인을 분석해 관심을 보일 법한 콘텐츠를 보여준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플랫폼스가 이런 상황에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친구의 글이나 사진, 영상을 보는 ‘소셜 네트워크’는 누구나 쉽게 플랫폼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지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에는 방해가 되는 요소가 되어 버렸다. 메타플랫폼스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기본 피드 구조를 바꾸려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기존 인플루언스에게는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자신이 구축해 놓은 소셜 네트워크가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페친이나 팔로워가 많아도 그들에게 콘텐츠가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AI의 은총을 입지 못하면 팔로워 수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3억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카일리 제너나 킴 카다시안과 같은 이들이 “인스타그램을 다시 인스타그램으로 만들자”는 운동에 앞장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이 워낙 파워풀한 인플루언서들이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측은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AI 알고리즘 중심의 콘텐츠 노출이라는 방향 자체를 포기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는 “이전에 팔로우 하지 않았던 것을 피드에서 발견하는 경험은 훌륭할 것”이라며 “아직은 충분치 않지만 추천을 더 잘 하게 되면 다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I 추천 기반의 소셜미디어는 위험성이 있다. 우선 플랫폼의 파워가 더욱 커진다. 내가 어떤 콘텐츠를 보게 될 지, 플랫폼이 개발한 AI 알고리즘이 결정한다. 3억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도 AI 알고리즘을 이기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인플루언서들은 AI의 간택을 받기 위한 노력을 펼쳐야 한다.

가뜩이나 커진 플랫폼의 파워가 사회적 문제가 되곤 하는데, 기존의 소셜 네트워크가 AI 추천 기반의 미디어가 되면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게 된다. 특히 플랫폼의 AI 알고리즘이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불투명하는 점에서 특정 회사의 알고리즘에 사회가 지배될 수도 있다.

확증 편향도 더욱 심해질 수 있다. AI 알고리즘은 근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보여주게 돼 있다. 내가 좋아하는 정보만 얻게 되는 확증 편향은 사회의 사상을 더욱 양극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문제는 유튜브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 스타트업의 도전도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대형 플랫폼의 AI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시간을 더욱 오래 잡아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스타트업이 이들로부터 이용자의 시간을 빼앗아 오려면 그들보다 더 많은 콘텐츠와 더 훌륭한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스타트업 앞에 더 큰 장벽이 세워진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라고 부른다. 일각에서는 SNS는 콩글리시라고 비웃기도 했는데, 이제 그 콩글리시를 쓸 일도 없어질 것 같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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