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일본에서 일해보려는 분들, 여기보세요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여기,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성장한 개발자가 있습니다.

이름은 우나리. 대학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야후재팬에서 일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네이버의 ‘지식인’과 같은 ‘지혜봉지’라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참여했죠. 우리나라에서야 야후가 힘을 못 썼지만, 일본에서 야후재팬은 가장 큰 포털입니다. 게다가, 지혜봉지는 지금도 하루 1000만명이 쓰는 초 인기 서비스죠.

그런데 승승장구하던 이 개발자가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합니다. 지혜봉지라는 판을 깔았더니,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것도 열심히 타인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죠. 개발자 우나리 씨는 그때의 상황을 돌아보면서 “닭살이 돋았다”고 합니다. “선한 일을 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고, 누구나 선함을 갖고 있으니 나는 앞으로 평생 이런 IT 서비스를 만들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겁니다.

이 마음이 ‘레이더랩’의 창업으로 이어집니다. 레이더제트라는 치한 레이더가 이 회사의 첫 서비스입니다. 지하철 치한이 일본에서도 기승을 부리는데, 그 피해사실을 공유해 추가 범죄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었죠. 이 서비스는 NHK 특집 방송으로 방영될 정도로 일본 사회에서도 반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오랜만에 [바스리]로 인사드립니다. 오늘 소개하고픈 스타트업은 앞서 언급한 레이더랩이지만, 레이더제트를 소개하려는 건 아닙니다. 레이더랩의 신규 서비스인 ‘멘트리(mentree) ‘를 들고 왔습니다. 지혜봉지와 레이더제트로 잇달아 “사람의 선함”을 확인했다는 우나리 대표가 이번에는 타국에서 자리잡은 한인들과 손잡았습니다. 이제 막 해외로 눈을 돌리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줄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티를 구상, 실행에 옮겼습니다. 멘트리가 어떤 서비스인지, 일본에 있는 우 대표와 화상 통화로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우나리 레이더랩 대표

어떤 서비스인가

멘트리는 말 그대로 멘토와 멘티가 만나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멘토와 멘티를 일 대 일 연결해서 누군가 가르치고 배우는 그런 모습으로 꾸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을 사람”을 멘티가 찾아 보기 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물으실 수 있는데요, 여기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습니다. 이 서비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도와 운영의 방향타죠.

멘트리 홈페이지 첫 화면을 갈무리했습니다. 카드 형태로 된 멘토의 정보를 보고 클릭하면, 이 멘토가 어떤 경험을 해온 사람인지에 대한 자세한 프로필과 인터뷰가 나옵니다.

“인간은 선하다. 자신의 선함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선함이 자연스럽게 발현될 수 있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이 인간의 선을 논한다는 것이 조금 어색하긴 한데요, 일단 멘트리가 성립하기 위한 전제는 “사람은 남을 도울 수 있으면 돕는다”입니다. 지혜봉지나 레이더제트가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져 작동하는 서비스이니까요, 멘트리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본 겁니다. 여기에서는 “경험담을 공유해서 같은 삽질을 반복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멘토들의 기본 정서가 되는 거죠.

일단은 먼저 한국에서 일본으로 진출해 자리잡은 멘토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유는 있습니다. 우선 우나리 대표가 일본에 있죠. 페이스북에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을 위한 커뮤니티에서 6년 정도 운영진으로 일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선뜻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는데 주저 없었던 이들의 존재를 발견했다고 하고요.

해외로 나가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도전인데 정보가 부족해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이 가능성을 없애지 않도록 하는데 서비스의 중심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멘티가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서 “나는 이런 실패와 이런 어려움이 있었어, 그 실패를 가지고 이런 성공을 해왔어, 포기하지 않으면 그 실패가 다른 어떤 일로 연결될 수 있어”를 이야기 해주면, 멘티는 그 말을 들으면서 얻어갈 수 있는 걸 스스로 찾도록 하는 거죠.

우 대표는 도전할 수만 있다면 여러 나라로 나가보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일단 한국에서는 고정관념이나 편견 때문에 갖기 어려운 기회가 해외에서는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학벌입니다. 물론 일본에서도 학력차별이 있는데요, 그건 일본 내 학교들끼리의 이야기죠. 일본 현지에서 한국에 무슨 대학이 조금 더 공부를 잘하는지 아닌지 알게 뭐랍니까. 능력과 자질이 있다면, 스펙에 대한 차별은 국내보다 덜 하다는 것이 우 대표의 경험에서 온 조언입니다.

만들었나

사실, 멘토가 멘트리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레이더랩도 마찬가지죠. 멘트리에 참여하는 멘티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멘토에게 10달러에서 100달러까지, 원하는 만큼을 보상합니다. 고민을 털어놓고 관련 경험담과 조언을 듣는데 비하면 큰 돈은 아니죠. 레이더랩이 가져가는 수수료도 사이트 운영을 유지할만큼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우나리 대표를 포함한 공동창업자들은 모두 사이드잡을 갖고 있죠. 부업으로 돈을 벌고, 보람은 레이더랩에서 찾는 중이라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말이죠.

돈도 안 되는 걸 왜 만들었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네요. 멘토들도 큰 돈 벌기도 어려운데 왜 자기 시간을 쓰겠느냐고도요. 그렇다고 이 서비스가 무조건적으로 멘티에게만 좋고 멘토는 퍼주기만 하는 그런 곳은 아닙니다.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경험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심지어 자신의 이야기가 남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을 때는 희열까지 느끼죠. 우 대표는 “당신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은, 말하는 이에게 행복한 경험이자 힐링이 된다”고 말하는데요. 자신이 남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람, 그리고 경험을 정리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는 성장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멘토가 가져갈 가장 큰 보상이 되겠네요.

멘트리의 성과를 말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이제 막 사업을 띄운 상황이기 때문이죠. 다만, 제대로 컸을 때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는 것은 가능합니다. 아마도, 온라인을 시작으로 오프라인까지 확대되는 한인 네트워크죠. 특히 한 번 해외에 나가서 생활하고 일해본 사람들은 또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경우가 비교적 적은데, 그렇게 되면 이 네트워크라는 것이 굳이 어느 한 나라의 국경 안에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다고 우 대표는 말합니다.

도쿄의 한국인,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은 어쩌면 좁은 이야기이고, 그냥 글로벌 한인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면 각 지역마다 서로에게 필요한 멘토와 멘티가 연결돼 더 큰 일을 도모해 볼 수 있을테니까요.

우나리 대표가 말하는 이 회사의 비전은 “다같이 함께 만들어가는 더 좋은 세상”이라고 합니다. 비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이 방향타는 지켜질 수 있을까요? 선함을 가정하는 이 서비스가 계속해 성장하며 작동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다면 아마도 후배들이 살아가기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겠네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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