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게 지난 6월은 잔인한 달이었죠. 7월은 어떨까요? 그래도 한숨 정도는 돌리는 분위기가 읽힙니다. 지난 26일 종가 기준 넷플릭스의 주가는 213.91달러. 종전 최저가는 162.71달러로 지난달 13일의 일이었습니다. 한 달 새 뛰어오른 주가 만큼, 이 회사의 분위기가 조금 나아 보입니다. 주주들 심장을 들었다 놓았다 한 넷플릭스 주가 그래프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요?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상황은?

일단, 2분기 넷플릭스의 실적을 잠시 살펴볼까요? 깜짝 놀랄 실적 반등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선방했습니다. 일단 매출이 79억7000만달러(약 10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6% 늘었죠. 영업익은 15억7800만달러(약 2조원), 순이익은 14억41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자면 영업익은 줄었고(-14.6%) 순이익은 늘었습니다(6.5%). 영업익이 줄었으나 이는 물가 상승과 경기둔화 국면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고요. 주당 순이익은 3.2달러로, 월가 예상치인 2.92달러를 웃돌았으니 선방이라는 거죠.

하지만 이 회사가 얼마를 벌었느냐 여부보다 관심을 더 끌었던 것은 가입자 수의 감소세입니다. 넷플릭스는 올 1월에 11년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 수가 줄어드는 충격적인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2분기에도 가입자 수는 줄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데, 이유는 줄어든 가입자 수가 97만명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넷플릭스는 올 2분기 가입자 감소 규모를 200만명으로 예측했었습니다. 생각보다는 고객 이탈 규모가 적었던 것이죠. 블룸버그통신 역시 이를 두고 “불행 중 다행”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생각보다 적은 가입자 감소세에 이 회사의 주가가 실적 발표 이후 장마감 때 8%가 오르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올 3분기에 신규 가입자 수가 100만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분기에 잃은 가입자 수 만큼 회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려면 계획이 필요하겠죠. 넷플릭스가 내건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돈을 덜 내는 대신 광고를 만드는 요금제를 선보이는 것이죠. 파트너는 마이크로소프트(MS)입니다. MS의 기술력으로 써서 영상 안에 추천 광고를 집어 넣는 것인데, 이때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기술 등이 필요합니다. 넷플릭스의 확실한 강점은 ‘개인화’에 있는데요, 이 요소가 광고주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고요.

원래 넷플릭스는 MS 외에도 구글이나 컴캐스트와도 협상을 논의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이 둘은 자체적으로 영상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어 논의가 쉽게 이뤄지긴 어려웠을 겁니다. 유튜브는 확실히 넷플릭스에 강력한 경쟁자죠. 결국 최종합의는 이르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넷플릭스의 저가 요금제가 언제, 얼마에 책정되어 나올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가 없습니다. 다만, 이 요금제가 현실화되려면 광고가 삽입될 콘텐츠의 제작자들과 협상도 남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관련 보도를 했는데, 해당 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현재 워너브라더스와 유니버셜, 소니픽쳐스 등과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고 하네요. WSJ는 이들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광고 요금제를 자사 콘텐츠에 삽입하는 대신 계약금을 더 달라고 했다는데요, 광고로 벌어들인 수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그리고 돈을 내면서도 광고를 보는 것에 대한 이용자들의 거부감은 없을 것인지 등의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계약이 잠정적으로 넷플릭스의 매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중 하나인 니덤의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넷플릭스 측이 출구전략으로 MS에 매각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이는 정말로 하나의 예측일 뿐이지만, MS가 경쟁자 빅테크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영상 플랫폼이 없다는 점에서 하나의 있을 법한 가능성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넷플릭스가 수익화를 위해 택한 또 다른 방식은, 가족이 아닌 사람끼리는 아이디를 공유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죠. 이 역시 올 상반기 공개된 내용인데요, 가족이 아닌 유료 회원 계정의 비밀번호 공유행위를 막고, 만약 계속 공유하고 싶다면 추가 요금을 내도록 유인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일단 칠레와 코스타리카, 페루 등의 나라에서 각 나라별로 2.11~2.19달러의 추가 요금을 내면 가족이 아닌 이들을 최대 두 명까지 계정 안에 포함되도록 하는 내용의 테스트를 진행했습니. 그간 넷플릭스를 키운 원동력 중 하나가 ‘계정 공유를 통한 비용 절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넷플릭스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는 방식으로도 보입니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사용자 수 감소에 더불어 수익성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이건 넷플릭스에게 울며 겨자먹기의 선택일 수도 있겠네요.

 


우리나라 OTT 상황은?

좀 길게 넷플릭스의 상황을 훑어본 이유는, 이 넷플릭스의 변화가 우리나라 영상구독플랫폼(OTT)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가깝게는 넷플릭스가 국내 OTT 사업자들과 경쟁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또, 이 넷플릭스가 겪는 어려움이나 변화의 과정이 국내 OTT 사업자들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단 지금은, 국내 OTT 플랫폼이 어떠한 단계에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콘텐츠 경쟁력 확보와 가입자 수 확대를 위한 몸집불리기가 한창입니다

국내 대표적인 OTT 플랫폼을 꼽으라면 티빙과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와 시즌 등으로 요약될 것 같은데요. 이들은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몸집불리기 등의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공격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곳이 티빙으로 보입니다.

우선, 티빙이 KT의 OTT인 ‘케이티 시즌’을 흡수합병한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예정 합병 기일은 12월 1일이죠. 올 합병은 올 3월 CJ ENM과 KT 간 체결한 사업 협력의 일환으로 이뤄졌는데요. 티빙이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후 처음 이뤄지는 인수합병인데, 양사 콘텐츠 경쟁력과 OTT∙통신 결합 등 전방위 시너지를 통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OTT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복안을 합병의 비전으로 공개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합병이 서로의 아쉬움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예컨대 티빙은 그간 가입자 정체가 있어왔고, 시즌을 가진 KT스튜디지니는 가지고 있는 콘텐츠 대비 OTT 플랫폼의 경쟁력이 약했기 때문이죠.

티빙은 지난 2020년 10월에 CJ ENM에서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직후 JTBC를 합류시켰고 지난해 6월에는 웹툰과 웹소설 등의 원천IP를 보유한 네이버로부터 지분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총 2900억원 정도를 투자유치했고요,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면서 콘텐츠 강화를 이어 왔습니다. 파라마운트와 협력해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선보이며 보폭을 넓히기도 했죠.

한편, 시즌은 그간 경쟁 OTT 대비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최근들어 오리지널을 강화하고 있는 곳이죠. 그리고 KT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습니다. KT는 콘텐츠 왕국을 기치로 내걸고, 제작에서부터 편성, OTT까지 자체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확실히 콘텐츠 제작에도 더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시즌은 ‘소년비행’, ‘크라임 퍼즐’, ‘구필수는 없다’ 등을 선보이며 조금씩 주목 받았고 ‘어나더 레코드’, ‘러브 마피아’, ‘잠적’ 등을 선보였습니다. 최근에 대박을 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라인업인데, 여기에는 KT가 제작비를 200억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죠.

사진제공=넷플릭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티빙이 치고나오기 전, 국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OTT 플랫폼은 단연 콘텐츠웨이브였습니다. 한국은 공중파 방송이 매우 중요하고, 해당 콘텐츠를 모두 확보하고 있는 곳이 바로 웨이브기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 푹과 옥수수를 합병하면서 웨이브가 탄생했고, 지난해 SK텔레콤으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총알을 챙겼습니다.
웨이브의 지분구조를 보면 SK텔레콤이 36.4%를, 그리고 MBC와 KBS, SBS 등 지상파3사가 각각 21.2%씩 보유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지상파의 재방송 채널로도 느껴질 수 있는데, 웨이브는 그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합니다. 일부 콘텐츠는 웨이브 선공개를 하기도 하면서 시청자를 묶어 놓으려 하고 있죠.

가장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왓챠인데요. 토종 OTT라는 이름을 앞세워서 성장해왔는데, 한때 ‘넷플릭스가 있는데 왓챠가 무슨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이야기도 들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왓챠는 나름의 성장을 해왔는데 그 방식이 넷플릭스가 ‘오리지널’을 택하면서 포기했던 ‘다작 확보’의 포지션을 가져간 것 입니다.

회사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모든 콘텐츠를 다 가져갈 수는 없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세상의 모든 콘텐츠’ 대신에 ‘지금 잘 나가는 오리지널’로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 전략을 썼습니다. 대신 작품의 가짓 수가 줄었습니다. 반대로 왓챠는 넷플릭스가 확보하지 않은 구작을 비교적 싼값에 사오거나, 혹은 데이터를 분석해 해외에서는 인기를 얻었지만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독점으로 들여오는 방식을 썼습니다. 이 전략은 나름 주효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킬링이브’입니다. 한국에서는 절대 여성 투톱의 드라마가 선전하지 못한다는 암묵적 공식을 깼습니다.


박태훈 왓챠 대표가 올 상반기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왓차 2.0을 발표하는 모습.

다만, 왓챠는 계속해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채널이 늘어나면서 시청자들이 유료 결제하는 두세가지 플랫폼 안에 이름을 넣어야 하는데 그러기에 경쟁의 현실이 각박해지고 있죠. 왓챠의 승부수는 2.0 버전. 오리지널 확대도 오리지널 확대지만, 영화 외에 음악과 웹툰 등의 주요 콘텐츠를 하나의 서비스 안에서 제공한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일명 ‘종합 엔터테인먼트 구독 서비스’의 출현인데, 영화를 감상한 뒤 여운을 곱씹을 수 있는 음악을 왓챠 안에서 듣고, 또 영화를 해석하는 리뷰 웹툰도 왓챠 안에서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죠. 영상과 웹툰, 음악을 하나의 세계관 아래 다양하게 제작해 제공하겠다는 이야기인데요. 2.0 버전은 연내 출시만 예고된 상황이고 구체적인 가격 등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또 한 곳, 무시할 수 없는 플레이어는 ‘쿠팡플레이’입니다. 쿠팡플레이는 쿠팡이 회원들에게 무료 제공하는 OTT 플랫폼이죠.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을 제공하듯 쿠팡도 쿠팡플레이를 내놓았는데요. 처음에는 쿠팡이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콘텐츠 혜택이었는데, 이 쿠팡플레이가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드라마 ‘안나’가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한데, 이보다도 더 큰 화제를 모으는 사고를 최근 쳤습니다. 토트넘 훗스퍼 구단을 초청,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열고 친선경기를 하는데 자사 ‘와우 회원’에게만 표를 팔았죠. 그리고 쿠팡플레이를 통해서만 이를 생중계하고 또 토트넘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와우와 쿠팡플레이 모두의 트래픽이 뛰었을텐데, 1차전과 2차전을 합친 시청자 수가 300만명이라고 쿠팡 측은 공개했습니다. 최근 와우 회원가가 올라서 ‘탈 쿠팡’이 우려됐는데, 이를 막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제대로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