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과 팬 사이에 흐르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이 무엇일까요? 아이돌을 좋아한 지 10년이 다 된 저는 항상 이 마음이 무엇일지 고민해왔는데요. 제 생각에는 아이돌과 팬의 관계는 항상 함께 할 순 없어도 서로를 위해 애정과 에너지를 나눈다는 일종의 파트너십 아닐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있어 소중한 날을 챙겨주는 것은 기본입니다. 팬들에게 소중한 날은 역시 아이돌의 데뷔일과 생일이겠죠. 팬들은 아이돌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생일 이벤트 카페, 영화관이나 옥외, 혹은 지하철 광고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합니다. 특히 삼성역과 홍대입구역은 아이돌 광고의 성지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올해 초 광고대행사가 바뀌면서 단가가 1.7배 정도 올라 아이돌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죠. 

반대로 아이돌들도 팬들에게 소중한 날을 챙깁니다. 팬클럽 창단일이 대표적인데요. 오늘 리뷰하는 ‘방탄소년단 x 스트리트 갤러리’도 BTS와 구글 아트앤컬쳐가 기획한 팬사랑 이벤트입니다. 

우선 구글 아트앤컬쳐는 구글이 2011년 시작한 비영리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구글 아밋 수드(Amit Sood) 디렉터가 기획한 프로젝트로 올해 12년차가 되었는데요. 세계 어디에서든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구글 측 설명에 따르면 구글 아트앤컬쳐는 세계 2000여 개 이상 문화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문화유산, 예술작품, 유적지 등을 온라인으로 전시합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과 협력해 고화질 기가픽셀, 증강현실과 가상현실(AR/VR), 스트리트 뷰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알려질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지금 소개할 ‘방탄소년단 x 스트리트 갤러리’는 구글 아트앤컬쳐를 활용한 실험적인 이벤트입니다. 세계적인 아이돌이 구글을 통해 자신의 예술 취향을 알리고, 이들의 팬은 구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팬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요.

우선 팬덤 아미의 탄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기획된 만큼 생일축하 이벤트부터 준비했는데요. 참여방법은 간단합니다. 지금 바로 구글에 들어가셔서 BTS, 혹은 방탄소년단을 검색해보시면 우측 상단에 나오는 방탄소년단 칸에 보라색 풍선이 뜹니다. 그 풍선을 누르면 화면 한가득 보라색 풍선들이 뜨는데요, 그 중 마이크가 있는 풍선을 누르면 풍선이 터지면서 멤버들 목소리로 ‘I Purple U’라는 말이 나옵니다. 방탄소년단이 팬들과 쓰는 말인 보라해죠.

BTS팬덤 아미의 탄생일을 맞아 구글과 BTS가 준비한 이벤트. 그룹 설명 옆에 있는 보라색 풍선을 누르면 화면 전체에 보라색 풍선이 가득 찬다. 이 중 마이크가 있는 풍선을 누르면 멤버가 ‘I Purple You’를 외친다. (출처: 구글)

보라해, 라는 말이 낯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말 중 하나입니다. ‘사랑해’라는 말을 사랑해라고 하지 않는 아이돌이 많거든요. 여러 아이돌들은 자신만의 언어로 사랑한다는 말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예를 들어 세븐틴 호시는 ‘호랑해’라는 말로 자신이 닮길 원하는 캐릭터인 호랑이를 강조하는 동시에 사랑한다는 말을 대신합니다.

우리만 아는 말로 너를 좋아한다는 말을 남기는 건 아이돌과 팬의 입장에서 감동적인 일입니다. 게다가 그 장소가 구글이라고요? 저는 제 아이돌이 구글과 이벤트를 할 수 있으면 당첨맞은 로또를 팔아도 좋습니다. 물론 UN 연사까지 한 BTS 팬 입장에서는 별일 아닐 수 있지만요. 


본격적인 것은 그 다음입니다. 바로 온라인 전시회인데요. BTS 멤버가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의 스트리트 뷰에 좋아하는 작품을 배치해놓은 일종의 가상 전시회입니다. 세계 거리를 배경으로 멤버 스스로가 취향을 담은 작품을 더했습니다. 이 때 작품들은 구글 아트앤컬쳐가 가진 작품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BTS 멤버 뷔는 런던 타워브리지를 배경으로 자신의 갤러리를 만들었다. 자신의 사진 뿐 아니라 고흐, 사진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배치했다. (출처: 구글 아트앤컬쳐)

팬의 입장에서 좋아하는 아이돌의 취향을 알고 그 이유를 샅샅이 파헤치는 것은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멤버의 삶에 있어 어떤 일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고 설명하는 것을 보는 건 꽤나 재미있는 일입니다. 아이돌과 팬은 가깝고도 먼 사이기 때문에 정작 아이돌이 정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기는 어려우니까요. 아이돌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팬의 입장에서는 그들을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가 됩니다. 종종 그 반대가 되기도 하지만요.

또한 BTS는 미술계에서 유명한 그룹이기도 합니다. 특히 멤버 RM은 K팝 팬들과 미술계 양측에서 모두 유명한 멤버입니다. RM이 방문한 전시회는 전부 매진이라는 말도 있죠. 한 미술계 관계자에 따르면 RM이 한 전시회에 방문한 사진을 올렸을 때 전시회 관계자가 “대박터졌다”고 감탄하기도 했다네요. 

보다보니 팬의 입장에서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나만의 갤러리입니다. 나만의 갤러리는 BTS가 선정한 장소를 배경으로 팬들이 멤버의 사진, 혹은 작품 사진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아이돌을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는 팬문화를 가장 많이 반영했다고 느낀 부분입니다.

장소를 하나 고르면 왼쪽에 예술작품과 BTS멤버의 사진이 뜨는데요. 저는 남대문을 배경으로 주위 건물에 모퉁이를 맞춰 배치해보았습니다. 배경은 구글 스트리트뷰를 활용해 장소를 기준으로 360도를 비춥니다. 사방에 사진을 배치할 수 있다는 재미가 있습니다. (출처: 구글 아트앤컬쳐)

나만의 갤러리는 아이돌 팬문화에 만연한 스꾸, 폴꾸를 닮았습니다. 스꾸는 스티커 꾸미기를 그대로 줄인 말이고 폴꾸는 폴라로이드 꾸미기를 줄인 말인데요. 사진이나 폴라로이드 사진, 포토카드 커버에 스티커를 붙여 꾸미는 일을 의미합니다. 스티커로 꾸미다보니 10대를 위주로 즐기는 문화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의외로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는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즐기는 취미입니다.

스꾸의 예시. 스티커로 꾸민 탑로더에 아이브 멤버 장원영 포토카드를 넣었다. (출처: 성아인 기자 친구 장원영 팬)

제게 있어 나만의갤러리는 일종의 스꾸와 비슷하더군요. 원하는 위치에 아이돌의 사진과 예술 작품 사진을 스티커마냥 붙인다는 점에서요.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귀여운 스티커나 사진을 사용하는 아이돌 팬들의 취향과 달리 스티커 등 부가적인 꾸밈요소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나만의갤러리는 아이돌 팬들의 특징을 잘 반영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K팝 아이돌 팬들은 자발적인 콘텐츠 창작자입니다. 돈 하나 받지 않고 고품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엔터테인먼트사가 저작권이나 초상권을 침해당해도 아이돌의 팬문화를 묵인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죠. 팬들이 만드는 콘텐츠는 엔터테인먼트사가 만드는 콘텐츠와는 결도 다를 뿐 더러 또 다른 팬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만의갤러리도 자신이 꾸민 나만의갤러리를 각종 SNS에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 팬들을 구글 아트앤컬쳐로 끌어들일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BTS가 앨범 초동 판매량 기준 국내 1위 아이돌이라는 점을 보았을 때 구글 아트앤컬쳐를 더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죠. 


이번 프로젝트는 BTS 팬덤 아미를 위한 프로젝트이지만 BTS를 좋아하시지 않더라도 한 번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BTS 팬은 아니지만 건물 이 곳 저 곳에 BTS가 고른 다양한 예술 작품을 배치하는 일은 재밌더라고요.

BTS가 구글과 함께 한 이번 협업은 K팝 팬인 저에게 약간의 자부심을 주기까지 했는데요. 최근 BTS 뿐 아니라 다양한 아이돌이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에스파는 여자 아이돌 중 최초로 초동 판매량 100만장을 달성했고요.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아이브 또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KPOP. FLEX’에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죠. 구글 입장에서도 이런 이벤트를 통해 아이돌 팬을 구글에 친숙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여러 아이돌이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걸 보면 원더걸스, 보아 등 K팝을 세계로 나아가게 한 원조 아이돌들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또한 최근 YG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블랙핑크 제니가 미국 HBO의 새 드라마 시리즈 ‘더 아이돌(The Idol)’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K팝 아이돌이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요즘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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