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사업 친구” 공생 택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두 산업입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점은 같지만, 타깃이나 제작 환경, 사업 방향성 등에서 지금까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는데요. 그러나 최근 이 두 산업이 부쩍 가까워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지난 7일 네오위즈 블록체인 자회사 네오핀과 큐브엔터테인먼트가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또 다른 게임사 컴투스는 지난 달 콘텐츠 자회사 위즈윅스튜디오와 함께 마마무 소속사 RBW에 전략적 투자를 실시했습니다. 컴투스와 위즈윅스튜디오는 RBW의 지분 14.96%를 확보하고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첫째, 엔터테인먼트사와 협업에 나서는 게임사들이 모두 ‘블록체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번째로는 게임사와 협업에 나서는 엔터테인먼트사들이 모두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등의 신사업에 매우 관심이 많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네오핀 측은 향후 큐브엔터와 함께 ▲블록체인 분야의 기술 정보 교류 ▲서비스 공동 협력 ▲비즈니스 공동 마케팅 등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를 조성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협력할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해 네오핀 관계자는 “네오핀이 보유한 블록체인 기술력과 큐브엔터가 보유한 엔터 기반의 지식재산권(IP) 및 메타버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적극적으로 창출 해낼 것”이라고 말했고, 큐브엔터 또한 “네오핀과의 협업을 통해 큐브엔터가 진행하고 있는 메타버스, 블록체인 생태계와 더불어 디파이 및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도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RBW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한 컴투스 그룹도 마찬가지인데요. NFT, 메타버스 등 다양한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보였습니다. 컴투스 측에 따르면 컴투스 그룹이 주도적으로 준비 중인 블록체인 기반의 웹 3.0 사업 뿐만 아니라 여러 뮤지션의 음원이나 공연 IP를 활용한 NFT 제작 및 거래, 컴투스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제공 등의 신규 사업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싶은 엔터테인먼트사와 자사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준비 중인 게임사의 관계는 마치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입니다. 엔터테인먼트사는 게임사들의 기술을 가지고 메타버스와 NFT 등의 신사업에 진출하고, 게임사들은 개발 중인 신사업 내 콘텐츠를 강화할 수 있으니까요. 서로 공생공존하는 관계인 거죠.
신사업에 진출하는 엔터사들
게임사에 적극 러브콜을 보내는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신사업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잠깐 살펴볼까요?
엔터사들은 특히 코로나19 이후 신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데요. 하이브, SM, JYP 등의 3대 소속사뿐만이 아니라 많은 엔터사가 신사업에 욕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네오핀과 협업한 큐브엔터의 경우 메타버스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입니다. “Yeah, I’m a Tomboy” 이 노래 다들 들어보셨죠? 큐브엔터는 최근 ‘Tomboy’라는 노래로 상승 곡선을 그린 (여자)아이들 등의 아이돌을 보유한 대형 연예 기획사로, 올 신규 사업으로 블록체인을 선정한바 있습니다.
이 회사는 올 2월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 ‘더 샌드박스’의 모회사인 애니모카 브랜즈와 함께 합작법인 ‘애니큐브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출시한 NFT 에어드랍이 신청자 수 230만명을 돌파하는 등의 좋은 결과물을 선보였는데요. 이 같은 기대에 힘입어 하반기에는 더 샌드박스 게임 내 K팝 오픈플랫폼 ‘뮤직 메타버스’ 등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입니다.
한양증권의 박민주 연구원은 “현재 제페토, 로블록스 등 수많은 유저를 가지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존재하나 여전히 유저들이 경제적 가치를 재창조하고 이차적 거래를 수반하기엔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애니큐브는 이용자들도 쉽게 NFT를 재창조하고 이를 통해 개인의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단계”라고 평가했습니다. 이같은 행보를 볼 때 아티스트 IP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일차적 엔터 NFT 사업에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박 연구원은 “오픈 후를 지켜봐야겠지만 애니모카 브랜즈의 기술력과 레퍼런스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하다고 판단된다”며 “뮤직 메타버스가 론칭되고 유저 간 거래가 활발해지는 시기가 되면 제페토와 로블록스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긍정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12일 SM엔터테인먼트는 VR 제작 및 유통 플랫폼 어메이즈VR과 조인트벤처(합작 투자)를 설립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조인트벤처는 어메이즈VR이 보유한 VR 콘서트 제작 도구를 기반으로 몰입형 VR 콘서트를 제작할 계획입니다. 하이브 또한 콘텐츠 기반의 메타버스 사업을 전개 중인데요. 하이브는 자사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메타버스를 비롯한 NFT 등의 신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악어와 악어새’ 엔터사와 게임사
엔터테인먼트사들이 메타버스나 NFT를 잘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실 세계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넘는다는 장점이 있는 메타버스는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행사에 제약이 생기면서 특히나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 4월 SM엔터테인먼트, JYP, 네이버 등은 비대면 공연브랜드 ‘비욘드 라이브’를 통해, 하이브는 ‘베뉴 라이브’를 통해 랜선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성과도 좋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비욘드 라이브를 통해 2020년 9월에 공연한 슈퍼주니어 공연은 한 회 매출 약 4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여러 공식 패키지 상품까지 합하면 그 이상의 매출을 올렸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재작년에 실시한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공연 또한 총 조회수 5000만건이 넘었습니다.
메타버스 생태계의 기본 구성 요소는 사용자와 창작자, 그리고 콘텐츠입니다. 그리고 콘텐츠 소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크리에이터와 팬 사이 커뮤니티인 ‘팬덤’인데요. 팬들은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2차 창작 등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며, 거래도 하죠. 그리고 이는 이미 아티스트와 팬과의 긴밀한 관계로부터 이익을 얻는 엔터사의 경제 생태계와 유사합니다.
엔터테인먼트사 입장에서는 이 황금알 낳는 거위를 계속 키우고 싶겠죠. 게임사와의 협업은 엔터사들이 신사업을 구축할 기술을 확충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신사업에 쓰일 콘텐츠는 충분한데, 이를 구현할 IT 기술이나 개발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죠.
이는 게임사에게도 콘텐츠 확장을 위한 기회로 보였을 겁니다. 자체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발굴도 하지만, 엔터사와 협업이나 투자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앞서 말한 컴투스가 대표적 예시입니다. 컴투스는 메타버스 사업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영상 제작 전문 업체 위지윅스튜디오뿐만 아니라, 배우 이정재, 정우성 소속사인 아티스트컴퍼니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성종화 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메타버스 사업을 위한 NFT 디지털자산 IP 확대의 일환입니다.
컴투스는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를 제작해 개발 중입니다. 컴투스에 따르면 사회, 문화, 경제 등 현실 세계 시스템을 디지털 세상으로 옮겨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컴투버스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 드라마, 음악 등이 제공되는 K-콘텐츠 메카로 발전시켜 글로벌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입니다.
아울러 게임사가 가상인간을 통해 광고, 음악 등의 엔터업계에 진출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스마일게이트의 버추얼 아티스트 ‘한유아’는 YG케이플러스와 계약을 맺으며 가수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드러내기도 했고요. 넷마블 또한 지난해 8월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만들고 버츄얼 휴먼 ‘제나’를 소개했습니다.
넷마블의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가상 아이돌 매니지먼트 등의 메타버스 콘텐츠를 제작하고 서비스하는 계획을 펼칠 계획입니다. 크래프톤의 버추얼 휴먼 ‘애나’ 또한 향후 오리지널 음원 발매를 시작으로 엔터테인먼트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을 넓혀갈 것이라는 계획입니다.
앞서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넵튠 정욱 각자 대표는 지난 2월 진행된 메타보라 간담회에서 “(메타보라에서는) 게임에서 얻은 아이템으로 구매한 가수 멤버십 대체불가능토큰(NFT)을 구입하고, 이를 통해 얻은 보상 금액으로 이스포츠 선수의 한정판 NFT를 구매해 혜택을 받는 등의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요. 신사업 열풍 속, 게임사와 엔터사는 이제는 떼려야 떼어낼 수 없는 관계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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