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경마보단 ‘육성’… 사랑하는 딸들이여, 달려라!
‘경마’, ‘미소녀 서브컬처 게임’. 우마무스메를 정의하자면, 크게 이 두 단어가 쓰일 것이다. 경마의 ㄱ자도, 서브컬처 게임의 ㅅ자도 모르는 기자가 플레이한 우마무스메는 ‘정교함’이 가장 크게 느껴졌다. 서브컬처 게임을 즐겨하지 않아도, 경마 규칙을 잘 모르더라도 나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맛이 있는 게임. 여기에 스토리와 그래픽이 재미를 더한다.
지난 20일 출시된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는 실존하는 경주마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육성하고, 경마 레이스에서 승리해 각 캐릭터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경쟁하는 육성 시물레이션 게임이다. 일본 사이게임즈를 개발사로 두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국민 게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다. 그런 우마무스메가 카카오게임즈를 배급사로 두고 국내 상륙에 나섰다.
출시 초반, 인기는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에 따르면 ‘우마무스메’는 지난 4월 26일 사전 예약을 시작해 10일 만에 사전 예약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출시 전부터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러한 인기가 정식 출시까지 그대로 이어진 결과, 출시 직후 구글 플레이 및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를 동시에 달성했다.
23일 기준 우마무스메의 순위는 앱스토어 2위, 구글 플레이스토어 7위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 안팎에서 ‘우마무스메’를 카카오게임즈의 올 1년을 책임질 흥행작으로 기대하는 가운데, 우마무스메가 과연 초반의 인기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된다.
딸들이여, 달려라!
그래서 직접 해봤다. 게임 시작 후 최소 30분은 꽤나 긴 튜토리얼을 마쳐야만 했다. 튜토리얼을 마치고 나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나의 캐릭터들을 알아가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우마무스메의 캐릭터들은 일본 실존하는 경주마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고르는 캐릭터에 따라 개별 시나리오 형태로 서사가 진행된다. 원본 경주마의 특성이 반영된 캐릭터가 우마무스메 세계관에 흡수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마무스메는 각각 캐릭터마다 다른 스탯이 존재한다. 스피드, 스태미너, 파워, 근성, 지능 등으로 나눠진 스탯을 잘 골라야 한다. 캐릭터 마다 다른 능력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스탯도 다르다. 예컨대, 단거리를 전문으로 하는 우마무스메면 스피드를, 장거리를 전문으로 하는 우마무스메면 스태미너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기자는 첫 캐릭터로 ‘다이와 스칼렛’이라는 캐릭터를 골랐다. 고른 이유는 별 건 없었다. 그저 귀여운 외형을 가지고 있었고, 육성이 쉽다고 알려진 캐릭터였기 때문이었다. 실제 모티브가 된 말도 ‘아름다운 말’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한 캐릭터에 시간을 보낼 수록 점점 애정이 쌓여갔다. 경마라는 큰 콘셉트는 의외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는 기자가 우마무스메를 플레이하며 느꼈던 매력 중 하나이기도 했다. 마치, 부모의 마음이랄까?
과금 요소는 그렇게 짙은 편이 아니라 느껴졌다. 물론 어느 육성형 RPG 게임과 마찬가지로 ‘가챠 구조’ 형식을 띠고 있어 캐릭터를 최고로 만들 욕심이 클 수록 돈은 많이 쓰게 되겠지만, 일반적으로 보기에 과금 유도는 적은 편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출시 직후부터 계속된 ‘튕김’ 등의 네트워크 오류 현상이었다. 기자 또한 매번 첫 화면에서 튕기는 바람에 매번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하루에 한두번씩 서비스 안정화 점검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괜찮은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중심 서브컬처 게임을 즐겨하지 않는 이용자에게는 재미를 붙이는 데에 한계가 있겠다는 느낌도 받았다. 이는 서브컬처 게임의 한계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출시 일년이 넘은 지금까지 국민 게임으로 평가받는 한편, 국내에선 비주류 게임인 서브컬처를 표방하는 우마무스메가 이용자들의 마음에 계속해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다소 의문도 들었다.
카카오게임즈의 꿈은 이뤄질까
이에 대한 고민은 카카오게임즈 역시 출시 전부터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카카오게임즈는 온∙오프라인 대규모 프로모션을 통해 일반 게임 이용자들에게도 게임을 알려 이용자 범위를 넓히겠다는 포부를 보이기도 했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일차적으로는 서브컬처 유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나, 더 넓은 범위까지 이용자 층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 국내 이용자들에 맞게 재구성하는 ‘현지화’ 능력을 성공을 위한 전략으로 강조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기존 서브컬처 게임을 운영해 온 자사의 경험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국투자증권의 정호윤 연구원은 “국내 서브컬처 장르는 일본에서만큼 주류 장르는 아니지만 항상 꾸준하게 수요하게 존재하는 장르이며 이미 다수의 게임들이 좋은 성과를 낸 이력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발표된 넥슨의 서브컬처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매출이 지난 4분기 넥슨의 매출을 끌어올린 1등 공신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서브컬처 게임 자체에 대해선 마냥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 문화는 여태껏 비주류로 분류돼 게임사들이 개발하기 꺼려했지만, 이제는 아니다”며 “팬덤 층이 깊어 이용자 대비 매출이 많이 나오는 분야”라고 평가했다.
우마무스메의 본격적인 힘은 다음 분기부터 나올 확률이 크다. 우마무스메가 6월 하반기 출시된 데다 오딘의 대만 매출 하향 안정화 속도가 빨라 카카오게임즈의 2분기 실적 전망은 다소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우마무스메가 예상보다 늦게 출시됐고, 마케팅 강도 역시 세 비용을 많이 지출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은 좋은 시작을 끊은 우마무스메다. 23일 모바일인덱스 기준 애플 앱스토어의 1위(오딘: 발할라 라이징)와 2위(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는 모두 카카오게임즈의 게임이 자리를 자리하고 있다. 3위는 엔씨의 ‘리니지M’이다. 카카오게임즈가 그리는 최고의 그림이 출시 직후 그려진 가운데, 카카오게임즈의 이러한 꿈이 계속될 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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