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현 대표가 본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미래

“가장 강하고 똑똑한 종이 끝까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종이 결국 이긴다”

자연 생태계의 법칙이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는 송창현 현대자동차그룹 사장이다. 송 사장은 네이버의 최고기술책임자 출신으로, 포티투닷이라는 자율주행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지금은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사업 전략도 총괄한다. 모빌리티 사업을 하면서 얻은 교훈으로 그는 “시장의 움직임을 지속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실행을 해야 한다”는 것을 꼽았다. 16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스타트업 컨퍼런스 ‘넥스트 라이즈 2022’의 기조연설 자리에서다.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 현대차그룹 사장

포티투닷의 핵심 사업은 지난해 7월 공개한 도심형 자율주행 통합 플랫폼 ‘유모스’다. 자율주행계의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개념이다. 모든 기업들이 서버를 가질 필요 없이 클라우드 서비스로부터 여러 자원과 기술을 필요한 만큼 빌려쓰듯, 자율주행과 관련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포티투닷에서 제공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필요한 부분만을 가져다가 쓸 수 있도록 패키지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다.

시범 운영 중인 포티투닷의 자율주행 차량

그러나 포티투닷도 창업 후 굉장히 많은 실행착오와 고전을 겪었다.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다루는 범위가 굉장히 컸기 때문에,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기간을 거쳤다. 6개월을 준비해 첫 자율주행 연구차량을 만들었지만 모빌리티 솔루션과 하드웨어 개발 중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느냐 등에서 문제에 부딪혔다.

송 사장은 “(기술 개발의) 굉장히 많은 단계가 중첩돼 진행되기 때문에 어떤 기술이 그다음 기술을 위해 선행 준비가 되어야 하는지 그 순서를 정하는 것이 잘 맞지 않았다”면서 “특히 기존에 B2C 서비스를 만들어왔던 이들이 모빌리티에서 필요한 B2G 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포티투닷이 헤매던 가운데 찾은 솔루션은 본인들이 풀고싶어하는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뼈대로 갖고, 그 사이의 빈 그림은 시장 상황에 맞춰 구체화 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자율주행 키트와 그리고 자율주행 모빌리티다. 이중 자율주행 키트는 스스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뜻한다. 자율주행 AI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플랫폼을 비롯해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HD 지도 등이 포함된다.

송 대표는 “인텔이 20조원에 인수한 모빌아이를 인수했고, 이후 1조원에 무빗을 인수했는데 이들의 레이아웃 스텝이 유모스와 비슷하다”고 언급하면서 “글로벌 플레이어들도 자율주행을 위한 HD 지도, 모빌리티 플랫폼, 모빌리티 네트워크 등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이는 유모스의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한 부분이다.

올해 9월경 3세대 자율주행 차량을 선보일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포티투닷의 자율주행 기술 특징 중 하나는 값비싼 부부품인 라이더를 쓰지 않고 카메라와 레이더로만 자율주행을 하는 부분이다. 송 사장에 따르면 9월에 나올 3세대 모델에서는 차량 밖에 센서들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제작 중이다.

더이상 자율주행이 미래 기술로 머물러 있지 않고, 현실에서도 볼 수 있는 기술이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중요한 부분으로 지적했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포티투닷의 자율주행 키트를 장착한 차량이 유상운송 면허를 획득했고, 포티투닷의 자율주행 플랫폼도 서울시 유상운송 플랫폼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상암에서 해당 플랫폼을 통해 총 네 대의 자율주행 운송 차량이 운행 중이기도 하다. 송 사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 차량의 탑승 건수는 총 650회를 기록했다.

모빌리티 회사가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로는 4가지 핵심성과지표를 꼽았다. “서로 연결이 되어야 하고, 기다리지 않아야 하며, 빠르게 도착해야 하고, 저렴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 네 가지가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키워드가 될 거라는 설명이다.

송 대표는 이와 관련해 포티투닷이 가져갈 전략을 일부 공개했다. 초기에는 교통이 불편한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교통 문제를 해결하면서, 점차 기술 해결점을 높여 자율주행의 완성도와 적용 범위를 넓혀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민관의 공동 데이터로 네트워크 연결을 잘 해낸 후, 실제로 의미 있는 경로설정(라우팅)을 만들어내고 이후 여러 형태의 자율주행 차량과 방식을 도입하는 것으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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