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넷마블을 마지막으로 3N(넥슨・넷마블・엔씨) 모두가 전 직원 전면 출근을 시행했다.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등의 중견 게임사 또한 전면 출근을 위한 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IT 기업의 대표 회사라 불리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가 연이어 재택근무를 이어가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게임회사들은 재택근무를 끝내는 것을 택했지만 직원들 뜻이 꼭 사측과 같지는 않다. 지난 2년간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무실 복귀가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지난 2년 간 재택근무, 혹은 대면과 재택을 섞은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병행하던 게임사들은 이번 결정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사무실 복귀를 게임사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으로 설명한다. 이 관계자는 “같은 개발 직무라도 포털과 게임업계는 완전 다른 업무 구조”라고 말했다. 재택근무를 이어가는 포털의 경우 프론트엔드나 백엔드 개발자들이 많아 재택근무로도 충분히 효율을 낼 수 있지만, 게임의 경우 게임 개발, 디자인 등 유관 부서가 매우 많기 때문에 대면 업무가 훨씬 더 일의 효율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즉 팀 내 ‘소통’이 중요한 업계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대거 신작을 앞둔 게임사들에게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넥슨은 기대작 ‘히트2’를 비롯해 올 한 해 10개의 신작 발표를 앞두고 있고 엔씨 또한 2023년까지 총 7가지의 게임을 준비 중에 있다.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넷마블은 더욱 마음이 급하다.

넷마블은 올 1분기 영업 손실 119억원, 당기순손실은 518억원을 기록했다. 넷마블은 실적 부진에 대해 ▲1분기 대형 신작 부재 ▲출시 게임들의 하향 안정화 ▲해외 사업의 계절적 요인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넷마블은 올해 ‘제2의 나라: Cross Worlds’ 글로벌을 시작으로,  기대작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을 포함, ‘오버프라임’, ‘몬스터 길들이기: 아레나’, ‘하이프스쿼드’, ‘그랜드크로스W’,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 등도 순차적으로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그러나 모든 게임사가 사무실 복귀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한게임으로 유명한 NHN빅풋은 지난 5월 000명의 대규모 공개 채용을 실시하며, 최전선 복지 조건으로 ‘주 2회 재택근무’를 내세웠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도입 여부가 선진 기업 문화의 지표이자 선택 기준이 됐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평이다.

NHN 빅풋 측은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소통에 큰 차질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주2회 재택은 직원들이 출근을 병행하면서 효율적이고 더 쾌적하게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취업 시장의 생리에 맞춰 전사 재택 방침이 해제된 후에도 주 2회 재택근무를 영구 시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게임사마다 재택에 다른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면 출근이 회사의 인력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소프트웨어(SW) 분야 신규 인력 수요는 35만3000명으로 예상된다. 그에 비해 공급 수요는 32만4000명이다. 연평균 6000명가량 공급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자연히 개발자가 중요한 게임사들은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NHN빅풋이 언급한 것처럼, 재택에 익숙해진 개발자들이 재택을 허가하는 회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애플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미 겪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현재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IT 기업 내 개발자 인력난이 심해지면서 인재 확보를 위한 ‘복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코로나 이후 업계 내 재택근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영구적인 재택근무를 복지 조건으로 내세우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재택을 시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게임사들이 인력을 빼앗기는 일은 드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른 게임 업계 관계자는 “외부인 입장에 봤을 때는 게임사와 포털사 등 IT 회사 간의 서로 뺏고 뺏기는 ‘인력 싸움’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이는 그리 크지 않다”며 “게임 개발자와 포털 개발자가 쓰는 코드나 언어, 프로그램이 아예 달라 업무상 교집합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게임사와 게임사 간 인력 싸움이 있을 지언정, 업무 환경이 다른 IT 업계로는 이직이 잦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출처: 공식 페이스북)

노동환경과 관련해서 재택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이슈도 있다.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다.

지난 26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판교 소재 창업 존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 노동현안 간담회에서 주 52시간 근로제 개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52시간제를 모든 기업과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이며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같은 날 “주 52시간제가 직무, 업종의 특성이 고려되지 못한 채 모든 업종에 일률적으로 도입돼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와 함께 기업 경영에 지장이 없도록 산업 특성 별 근로 시간을 유연하게 조절 활용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견은 게임업계에 긴장감을 불러오고 있다. 일부 게임사의 경영진들이 52시간제가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발언을 해오는 상황에서 정권의 기조 변경이 근로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게임 개발자는 주 52시간 유연화에 대해 “주 52시간제 시행에 맞춰 내부적으로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라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이 시스템을 바꾸려는 이야기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고 있거나, 노조가 없는 기업들은 다소 긴장하는 분위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작년 11월에 발간한 ‘2021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게임 업계 내 노동환경은 개선됐지만, 여전히 회사 규모에 따른 노동환경 격차가 컸다. 노조가 없는 곳에서는 여전히 주52시간을 넘겨 일하는 곳이 많으며,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일부 기업에서도 무임금 야근이 계속된다는 이야기다. 현재 게임 업계 중 노조가 있는 회사는 넥슨,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 웹젠 등 총 4곳이다.

차상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스마일게이트 지회장은  “개발자 인력난에 허덕이는 현 상황에서 지금 노동 환경보다 후퇴하는 것은 산업적으로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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