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가는 게임사들, 중국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게임사에게 인도 시장은 다 캐지 않은 보물섬과도 같다. 시장조사업체 니코 파트너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게임 시장 규모는 5억3400만달러(약 6400억원)에 달한다. 이용자 수는 약 3억4000만 명이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이용자 수다.

2022년 올해의 전망은 더욱 밝을 예정이다. 니코 파트너스는 “올해 인도 시장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로 뛸 것이며, 이용자 수도 4억명 이상으로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내 활동이 증가함에 따른 결과다. 실제로 2020년부터 1인당 월 인터넷 소비량이 20% 증가하는 등 인도 내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이 증가해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됐다. 니코 파트너스는 인도 게임 시장이 커지는 이유에 대해 ▲4G 데이터의 저렴한 비용 ▲저렴한 스마트폰의 보급 ▲부분 게임의 활성화를 꼽았다.

지난 30일 기준 인도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출처: 데이터 분석 기업 제공업체 시밀러웹(Similarweb))

특히 크래프톤은 자사 게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국민 게임이라고 불릴 만큼 인도에서 큰 인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는 최근까지도 명성을 이어간다. 지난 30일 기준 배그 모바일은 인도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2위를 기록했다.

크래프톤의 똘끼

“크래프톤이 선택해 온 다양한 일을 바라보면 ‘똘끼’ DNA를 갖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나 넥슨, 넷마블 어느 회사에서도 인도라는 시장을 쉽게 두드리지 못했습니다. 크래프톤이니까 도전하고 두드린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7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설명한 크래프톤은 ‘똘끼’있는 회사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그간 제대로 진출하지 않았던 인도, 중동 시장에 발을 들이며 신흥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자사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인도의 게임, 플랫폼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빠른 성장 속도와 엄청난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며 “이러한 선제적인 움직임과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이 인도에서의 크래프톤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이 중국에 과대 의존하지 않기로 한 건 2020년으로 돌아간다. 2020년 11월, 인도에 법인을 만든 크래프톤은 인도의 비디오 게임과 이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의 발전 가능성을 바라봤다. 이는 이미 배틀그라운드가 인도에서 국민 게임이 된 이후였다.

자료제공: 크래프톤

지난해 7월에는 텐센트 주관으로 배급되던 배그가 인도-중국 간의 갈등으로 서비스가 중단되자, 직접 배급에 나서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현지화 콘텐츠를 추가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를 출시했고, 출시 일주일 만에 누적 이용자 수 3400만명을 기록했다. 이어 3월 인도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쿠쿠FM’에 투자하는 등 지난해부터 꾸준한 투자를 이어오며 수익 창출 기회를 넓혀가고 있다. 이렇게 진행해 온 크래프톤의 인도 투자 누적 금액은 약 1000억원에 달한다.

크래프톤의 이러한 행보는 곧 매출 상승으로 나타났다. 크래프톤의 1분기 실적 매출액 5230억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5%, 전분기 대비 17.8% 증가한 역대 최대 분기 매출 기록이다. 특히 해외에서 배그 IP가 성장세를 보인 것의 영향이 컸다. 크래프톤 측은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이 전체 매출 중 95%를 차지했다”며 “특히 인도 시장의 IT 및 미디어 생태계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고용 효과를 창출하는 등 현지 게임 산업 발전에 기여하면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의 점유율과 매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 업계 내 부는 탈(脫)중국 바람

게임사들의 탈중국 분위기는 지난해 7월 중국이 게임산업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실시한 것에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는 “게임은 아편과도 같다”고 지칭하며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시간을 주당 3시간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18세 미만의 청소년은 주말이나 공휴일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1시간만 게임을 할 수 있었다. 규제로 인해 중국 최대 유통사인 텐센트의 매출은 상장 이래 최저를 기록했으며 수천 개의 현지 게임사들이 폐업해야만 했다.

자료제공: 펄어비스

물론 지난 4월 당국이 일부 신규 게임 판호(서비스 허가) 발급을 승인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다시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나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지난 4월 펄어비스의 히트작 ‘검은 사막’이 판호 발급 10개월 만에 중국 서비스를 개시했음에도 출시 직후부터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그 분위기는 커졌다. 물론 아직까지도 중국 지역은 한국 게임에 있어 주요 매출 지역이지만 과거에 비해 그 위상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인도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지역 또한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 신작을 대거 내놓을 국내 게임사들에게 동남아 지역은 기회와도 같다. 한국과 중국에선 사행성을 이유로 금지된 것에 비해 P2E에 대한 규제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자료제공: 대신증권

특히 ‘미르4 글로벌’과 같은 경우 동남아를 중심으로 ‘돈이 되는 게임’으로 평가받기 시작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미르4 글로벌’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만들어진 P2E 게임으로 지난해 8월 출시됐다. 해당 게임은 게임 단독 매출로만 전 분기 매출 120억원 대비 408% 성장한 609억원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흥행을 이끌었다.

미르4의 성공으로 올해 넷마블, 컴투스, 카카오게임즈, NHN 등의 게임사들이 P2E 시장에 야망을 보인다. 넷마블은 상반기 내 ‘골든브로스’, ‘제2의 나라(글로벌)’ 등의 P2E 게임을 연이어 공개할 계획이다. 하반기엔 ‘몬스터 길들이기 아레나’와 ‘챔피언스:어센션’이 준비돼 있다. 컴투스 또한 실시간 전략게임 ‘서머너즈워: 백년전쟁(이하 백년전쟁)’을 자사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C2X’에 합류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P2E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대신증권의 이지은 연구원은 “동남아의 경우 아직 게임 시장이 성장기를 거치고 있고 자체 게임 개발 능력이 미흡하기 때문에 외산 게임의 비중이 높다”며 “중국이 동남아 게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P2E 게임 출시 전략으로 동남아 게임 시장 확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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