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어그로일까봐, 미리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템이 ‘점집’인게 문제가 아니다. 벤처투자자들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충분히 많은데 아직 디지털화가 되지 않은 곳이 어디인가를 찾고 있다. 그게 지금 점술이다. 사주, 신점, 타로 등 분야는 상관없다.

최근 흥미로운 두 건의 투자가 있었다. 하나는 알토스벤처스가 점술상담중개 플랫폼 ‘천명’에 50억원을 투자했다. 그로부터 한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또 다른 벤처투자사 DSC인베스트먼트가 ‘홍카페’라는 점술 플랫폼에 20억원을 넣었다. 두 회사 모두 유니콘을 배출한, 그래서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알아주는 곳들이다. 알토스가 투자를 결정하고난 후 이 회사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는데, 천명 투자를 이끈 심사역이 사주와는 어쩐지 거리가 멀어보이는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이라는 것이다. 대략, 심사역들이란 그런 인물들이다. 그런데 왜…

끊이지 않는 수요

이 숫자부터 보면 좋을 것 같다. 알바천국이라는 서비스에서 지난 2018년에 전국 10~30대 회원 16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젊은 층을 상징하는 MZ세대의 열명 중 아홉명이 운세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비슷한 조사 결과는 더 있다. 트렌드모니터가 올 초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84.5%가 운세서비스를 이용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과 2019년, 2021년에도 같은 조사를 했는데 해마다 80%가 넘는 응답자가 운세를 봤다. 심각하게 믿지는 않더라도, 운세 자체에 대한 관심은 대중적으로 있다는 얘기고, 꾸준히 수요가 공급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본을 굴리는 이들은 (주로) 냉철하다. 숫자를 본다. 스타트업의 본질은 성장하는 기업이고, 이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을 온라인 플랫폼화 시키는 것이 규모를 키우는데 유리하다. 점술은 그 부분에서 일단 합격점이다. 심지어 젊은 세대까지, 재미삼아 혹은 불안감을 잠재우려 점술을 찾는다. 천명을 운영하는 천명앤컴퍼니의 유현재, 전재현 공동대표는 회사의 목표를 “점술 시장의 딜리버리 히어로”라고 잡았다. 요는, 이들이 목표하는 것이 점술을 아이템으로 한 거대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공급자도 플랫폼을 필요로 한다

흥미로운 점은 점술 플랫폼을 필요로 하는 곳이 소비자들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알토스벤처스 관계자에 따르면 “역술가들이 플랫폼에 긍정적”이다. 일단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점술집을 찾는 고객이 줄었다. 자장면만 앱에서 주문하는게 아니라, 점술 역시 비대면으로 보길 원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점술가가 일일히 고객을 찾아다니기는 어렵다. 서비스 공급자 측면에서 플랫폼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속설 중에 신내림을 받은지 오래됐다는 소문이 돌면 손님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이들도 새로운 고객을 발굴해야 하는데, 플랫폼은 이들에게 새로운 광고판의 역할을 한다.

노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이들에게 플랫폼이 매력적인 이유가 될 터다. 천명이나 홍카페 같은 서비스는 채팅으로 예약 상담을 잡기도 하지만, 전화상담 기능도 제공한다. 직접 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이들이 쉽게 점술에 입문할 수 있다.

홍카페 같은 경우는, 코인을 충전해 놓고 여기에서 점을 볼 때마다 포인트를 까는 형태로 수익모델을 만들었다. 30초 단위로 통화가 길어질수록 코인이 차감되는 형태다. 더 통화하고 싶으면 동전을 넣어야 하는 공중전화 모델이다. 한시간 단위로 손님을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 운영만 잘 된다면 플랫폼이 점술가에게는 같은 시간 더 많은 손님을 유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정보의 비대칭

많은 이들이 찾는다는 것 외에, VC들이 점술에서 가능성을 본 또 다른 요소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오프라인 점집을 찾아본 이들의 공통점은 “그 집 용하다”는 지인 추천을 기반으로 한다. 그 ‘용함’의 기준은 주관적이고, 검증도 어렵다. 알토스벤처스가 천명 투자 이후 낸 보도자료에서는 “점술 상담을 경험한 소비자 중 70%는 ‘상담 품질에 대해 만족하지 않았다’”고 답한 어느 설문조사의 결과가 인용되기도 했다. 서비스 이용 경험 대비 이용자의 불편함이 큰 시장이라는 뜻이다.

이 회사들은 해결책으로 점술에 다른 플랫폼 서비스의 신뢰도 평가 시스템을 가져왔다. 후기다. 데이터가 많이 쌓일 수록 비교적 만족도 높은 서비스 제공 업체를 찾을 수 있다는 보편적인 시스템이 점술에도 통한다고 봤다. 이 서비스들은 분야별 점술가와, 재상담 여부, 후기 등을 공급한다. 그중 한 후기를 클릭해보니 대략 운세를 보려는 이유와 실제 상담에 대한 평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쨌든, 이 기사가 많은 이들에게 운세를 보라고 권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운세를 본 적이 있는데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어떤 것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니기도 하다. 운세가 과학적이냐? 노코멘트 하겠다. 다만, 꽤 많은 이들은 운세를 신봉해서 보는 것이 아니고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서 찾는다. DSC인베스트먼트 측은 운세 플랫폼에 투자한 이유를 “현대인들이 각박한 일상 속에서 편리하게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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