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악천후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안전하게 운전하려면?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자율주행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는 2022년 180억달러(약 23조원) 규모였던 자율주행 시장이 2025년에는 260억달러(약 33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율주행 시장은 연평균성장률(CAGR) 13%를 보이며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장 성장과 별개로 사람보다 자동차에 더 의존하는 ‘진짜 자율주행’, 레벨 3~4단계를 구현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비트센싱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징 레이더를 주목했다. 이미징 레이더를 통해 도로 상황을 더 정확하게 인식하고, 안전한 3~4단계 자율주행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이재은 비트센싱 대표는 2008년부터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에서 차량용 레이더를 전문적으로 연구했고, 지금까지 레이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0년 넘게 레이더 연구를 해 온 것이다. 이재은 대표는 스스로를 “레이더의 처음과 끝을 본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그만큼 차량용 이미징 레이더 부문에서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이재은 대표를 만나 이미징 레이더가 자율주행 시장에 필요한 이유, 이미징 레이더가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는 지 들어봤다.

이재은 비트센싱 대표

안전한 차에는 이미징 레이더가 필요하다

2015년 2월, 영종대교에서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은 짙게 낀 해무였다. 3명이 숨지고 129명이 부상을 입었을 정도의 큰 사고였으며, 해당 사고는 국내 최다 추돌사고로 기록됐다. 이후에도 짙은 안개는 교통사고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도로공사와 국토교통부 등 기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람이 앞을 잘 인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전하게 주행하기 어려운 것처럼, 자율주행 또한 악천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재은 대표는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더 안전한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이미징 레이더 스타트업을 차렸다. 이 대표는 “완전한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전면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기술 공백을 메워야 한다”며 “이미징 레이더가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비트센싱을 창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징 레이더란 고해상도 이미지를 통해 물체 인식 정확도를 높이는 센서를 말한다. 그간 자율주행차에 도입되던 레이더(Radar)와 라이다(LiDAR)는 물체의 위치만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징 레이더는 고해상도 이미지를 통해 센싱을 하기 때문에 어떠한 기후조건에서도 물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자율주행 시에도 전면 인식도를 높여 더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재은 대표는 10년 넘게 자동차 레이더 부문 외길을 걸어 왔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자부한다. 이 대표는 “이미징 레이더 스타트업 대부분은 반도체 칩셋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비트센싱은 반도체 기술 대신 자동차에 대한 이해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며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자동차 기술은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오랜 기간 자동차용 레이더를 개발하면서 그 조건을 충족할 만한 노하우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강점을 기반으로 비트센싱은 완성차 제조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재은 대표는 “작년부터 이미징 레이더에 대한 완성차 업체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초기 해외 완성차 제조업체는 이미징 레이더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2021년에 접어들어서는 자율주행 시장이 성장하며 인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재은 대표는 “2021년을 기점으로 비트센싱과 협업을 요청하는 완성차 업체가 큰 폭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솔루션 공급 계약, 기술 공동 개발 계약 등을 지속해서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수요산업적 조건 모두 맞았다

“비트센싱은 자율주행을 넘어 삶 전반에서 이미징 레이더가 제 역할을 할 것을 꿈꾸고 있다. 초반에는 스타트업이 너무 많은 사업분야에 손을 뻗은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조언도 들었지만, 수요도 있었고 산업적 조건도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더 많은 가능성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이재은 대표는 기본 기술을 탄탄하게 가지고 있으면 아무리 사업분야가 많아 보인다 해도 성공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비트센싱은 현재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 인프라 ▲헬스케어⋅웰니스, 3개의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모두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사업 부문이다.

스마트시티 등 인프라 부문은 완전한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하다.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달리기 위해서는 주변 신호등, 도로 등 다른 사물과 소통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차량에 입력되는 데이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운전자가 자동차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인프라가 구축된 상황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달려야 사람의 개입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인프라용 이미징 레이더 시장을 확대한 후, 장기적으로 자율주행용 이미징 레이더를 배포하는 것이 순서상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헬스케어⋅웰니스 부문은 차량 내부 생명체를 감지하는 ‘인 캐빈 센싱(In-Cabin Sensing)’ 기술을 개발하면서 진출하게 됐다. 인 캐빈 센싱은 차 내부 생체신호를 비접촉식으로 감지해 차량 내 질식사고를 예방하는 기술이다. 이재은 대표는 “처음에는 차량 탑승자 안전을 위해 해당 기술을 개발했지만, 웰니스 부문에서도 이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수요가 세계적으로 꽤 높아 웰니스 사업부문을 마련해 영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트센싱의 사업 확장 계획은 세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이 넓어지면서 현실화됐다. 이 대표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주파수 관련 법규는 북미와 유럽 지역이 주도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통신을 담당하는 기구가 특정 주파수 대역 사용을 허가하면, 레이더 업체는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미징 레이더, 웰니스 사업 다 관련 주파수 사용 허가가 났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던 것이다.

이재은 대표는 “주파수 대역 허가 여부와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비트센싱의 기본 기술을 기반으로 각 국가의 수요에 맞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기회가 많다 보니 레이더 시장의 가능성도 함께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대 과제는 반도체 수급난⋅인력난 해결

비트센싱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 분야 전반에서 외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우선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국내 주요 자동차⋅웰니스 업체와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비트센싱은 더 많은 세계 주요 고객사와 협업하고 자사 이미징 레이더를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3~4단계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는 데 이바지할 예정이다.

인프라 부문에서는 현재 싱가포르, 이탈리아와 개념 실증(Proof of Concept, PoC)를 진행하고 있다. 싱가포르와는 2년 전부터 스마트시티 인프라, 웰니스 부문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먼저 비트센싱 측에 스마트시티 솔루션을 제공할 것을 요청했고, 현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탈리아와의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이후 유럽 내에서 시장을 확대하는 데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탈리아의 해당 프로젝트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웰니스 부문에서는 일본과 2년 전부터 PoC를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PoC에만 오랜 기간을 소비한 것인데, 이 대표는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본다. 이재은 대표는 “일본은 전반적으로 시장 속도와 호흡이 느리기 때문에 PoC 과정이 오래 걸리는 대신, 한 번 장벽을 넘으면 시장이 큰 폭으로 커진다”며 “일본 내에서도 자사 웰니스 솔루션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어, 올해 안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 사업부문이 모두 청신호를 보이면서 비트센싱은 자금 유치에도 힘을 들이고 있다.  비트센싱은 그간 14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현재 시리즈 A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비트센싱은 이번 투자금을 자재 수급과 인력 충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비트센싱은 이미징 레이더 양산을 앞두고 있는데, 현재 부품 시장은 반도체 수급난과 인력난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안고 있다. 비트센싱 또한 반도체 수급난과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양산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반도체 등 부품⋅자재 수급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더불어 양산을 준비하기 위한 인력과 추후 웰니스 서비스 제공을 위한 AI 인재도 충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트센싱은 2~3년 후에 기업공개(IPO)도 할 계획이다. 비트센싱은 2024년~2025년 사이에 제품을 양산할 예정인데, 해당 시점에 맞춰 IPO를 하는 것이다. 현재 이 대표는 국내나 미국 증시, 두 곳 중 하나에 상장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재은 대표는 “자율주행 시장이 미국에서 인기가 많기 때문에 나스닥 상장을 고려하고 있는 한편, 현실적으로 백그라운드가 미국이 아니다 보니 국내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며 “우선은 좋은 파트너, 투자자를 통해 주어진 난제를 해결하고, IPO는 시장 상황을 살피며 적절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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