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을 기업 전략과 경쟁 구도, 시장 배경과 엮어서 설명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지지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 기업의 전략과 성장 배경을 알면 왜 그 제품을 출시했는지, 회사의 전략과 특성은 어떤지 엿볼 수 있습니다. 더 넓게는 시장 상황과 전망을 살펴볼 수도 있죠. 하나씩 함께 파고 들어가보면 언젠가 어려웠던 기술 회사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올 거예요.

지난 24일(현지시각), 삼성SDI가 글로벌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 설립 부지를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비슷한 시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일정 중 삼성전자 평택 공장에 방문해 배터리에 대해 언급했죠. 이와 함께 국내 배터리 3사의 미국 진출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업계에서 잠시 나왔습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미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배터리3사가 발표한 공장 신설 관련 소식이 대부분 미국에서 진행되는 것들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이 블루오션이고 지금이 골든타임이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번 인사이드 배터리에서는 왜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3사의 미국 진출 현황과 전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배터리 기업이 미국으로 향하는 이유

물론 국내 배터리 기업이 미국 시장만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해 ‘K배터리’는 3원계 프리미엄 배터리 라인을 중심으로 유럽 등지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더 나아가 국내 배터리 기업은 이미 주요 경쟁사의 격전지인 중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모색하고 있죠. 친환경 정책 기조가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지역도 놓칠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그럼에도 미국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미국의 배터리⋅전기차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데다가, 이 수요를 충족할 만한 기업도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에는 배터리⋅전기차 시장이 축소하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친환경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환경 정책은 불필요하고 쓸데없이 돈이 많이 들어간다”며 “블루계급 노동자의 직업을 앗아가는, 문제가 많은 정책”이라며 비판했습니다. 또한, 친화석연료 정책을 취하기도 했고요. 유럽 전역에서는 친환경 움직임이 일면서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성장했으나, 미국에는 그럴 기회가 없었죠.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에서는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시동을 걸기 시작했죠.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5550억달러(약660조원) 가량의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정책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2025년부터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도 발효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USMCA를 내실화하겠다고 했죠. 이 협정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는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부품이 70% 이상 탑재돼야 합니다. 말이 좋아 70%지, 해외 수입이 불가피한 부품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부품을 미국에서 생산하고 납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속내가 담겨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그간 미국은 배터리 사업을 크게 키우고 있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주로 반도체나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첨단 기술 부문 산업을 주로 키우고 있었습니다. 배터리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과 같은 생산⋅제조업 부문은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크게 투자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파운드리와 배터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미국은 어떻게 보면 역풍을 맞게 된 셈이죠.

현재 배터리 시장은 한국과 중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두 국가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그 중에서도 미국은 중국과 경제 분쟁 중이다 보니,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좀 더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당시 삼성 평택공장에서도 “삼성이 우리 상무부와 협력해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을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진출을 언급했죠. 그만큼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과의 배터리 부문 협업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국내 배터리 3사, 추가 증설하나

미국의 러브콜과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도 미국 진출에 팔을 걷어붙이는 분위기입니다. 고객사를 확보하면 그만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미국에 이미 공장을 갖추고 있었지만, 삼성SDI는 지난 해 처음으로 미국 진출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죠.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24일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캐나다에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었고, 미국 완성차 업체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도 설립했죠. 뒤이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5월 중순 미국에 방문해 얼티엄셀즈 제1공장을 둘러보고 고객사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삼성SDI는 지난 해 10월 스텔란티스와 북미 지역에 합작공장을 신설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양사는 5월24일(현지시각)에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배터리 셀⋅모듈 합작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고요. 합작공장은 올해 말에 착공해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지만 삼성SDI는 미국 진출에 대한 가능성도 열었습니다. 최윤호 삼성SDI는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스텔란티스 외에도 협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자체 생산량(CAPA)를 늘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했죠. 당장은 스텔란티스와의 협업에 주력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SK온도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6월에 착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SK온 배터리를 탑재한다고 하면서 조지아주 소재 공장에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일각에서는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생산라인을 추가 증설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이 미국에 공격적으로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생산을 가속화하고 있고, 미국 정부도 전기차 관련 지원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조금도 확대하고 있고요. 따라서 북미 지역에서의 전기차 시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배터리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블루오션을 공략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 기업은 미국에 생산라인을 추가 증설할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기업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부문이 있어 당장 구체적인 계획을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미국에 추가 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 밝히기도 했죠. 국내 배터리 기업도 미국에 공장을 추가 증설하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서는 중국 배터리 기업과 미국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것 아니냐고 추측합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기업이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이루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미중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한국만큼 사업을 제약 없이 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설령 중국 기업이 미국 내에서 사업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중국은 가성비 배터리, 한국은 프리미엄 배터리라는 인식이 시장 내에 있기 때문에 두 갈래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미국 배터리 시장은 한국 기업을 필요로 한다는 것인데요, 국내 기업이 미국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 지, 주목해 봅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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