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디와 신상마켓이 동대문 패션 물류를 바꾼 방법

가락시장과 동대문 시장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일단 두 시장 모두 도매시장이고요. 각 분야에 있어 세계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입니다. 이 작은 대한민국에 세계 최대 규모 시장이 여럿 있는 셈입니다. 이 중 오늘 이야기할 곳은 바로 동대문 패션 시장입니다. 

세계 최대 패션 클러스터 중 하나로 꼽히는 동대문의 연간 거래액 규모는 15조원 규모, 1만명 이상 도매상이 매일 새로운 상품을 내보입니다. 최근 100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의 가치로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인 셰인이 매일 신상품 6000여개를 출시하는데요. 동대문 시장이 생산하는 신상품은 최고의 패스트패션 기업을 넘어설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시장, 아날로그 그 자체입니다.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조차 쉽지 않은 환경이라서 디지털화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거대한 동대문 시장을 디지털 혁신으로 이끌겠다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기존 시장에 디지털 시스템을 접목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대표적인 기업은 브랜디와 신상마켓입니다. 두 기업 모두 동대문 기반 패션 플랫폼으로 시장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접목했습니다. 브랜디 서정민 대표는 브랜디를 플랫폼 기반 풀필먼트 회사라고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두 기업 모두 사입대행부터 고객 당일배송까지 책임지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적인 동대문 도매사업자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전국 소매사업자를 연결하는 존재죠. 

삼성SDS가 주최한 ‘첼로 스퀘어 컨퍼런스 2022’에는 브랜디 서정민 대표와 딜리셔스 정창한 CSO가 동대문의 물류를 어떻게 바꿔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의 대화를 1문1답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과연 동대문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는 두 업체는 어떻게 시장의 변화를 이끌었고, 또 앞으로의 계획은 어떨까요? 

최근 브랜디와 하이버가 20대 남녀 회원 35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브랜디의 성공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브랜디 서정민 대표

 기존 이커머스는 종합몰과 같은 오픈마켓 사업자가 주요 플레이어였습니다. 반면 브랜디는 2015년 모바일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연령, 성별로 유저를 나눠 20대 여성, 그리고 2030대 남성에게만 주력하는 서비스를 냈습니다. 

또한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 같이 20대 젊은 남녀는 옷을 빨리 입고자 하는 수요가 있습니다. 브랜디가 국내 최초로 동대문의 다양한 의류를 하루만에 배송하는 빠른 배송 서비스 ‘하루 배송’을 운영한 것이 성공으로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디가 하이버, 플레어로 나눠 서비스를 한 이유는 동대문이라는 특성을 반영한건가요?

브랜디 서정민 대표

동대문 패션 시장은 크게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브랜디는 여성복을 다루는 도매상이 판매하는 옷을 Z세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상들이 입점해 판매하는 플랫폼입니다. 하이버 경우 동대문 남성 의류를 다루는 도매상이 판매하는 남성복을 모은 것이 특징입니다.

 재고가 많지 않은 트랜드 패션상품을 당일배송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나요?

브랜디 서정민 대표

동대문 의류는 주문을 넣고 당일날 밤 12시에야 재고를 파악할 수 있어 처음부터 하루배송 서비스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6년 정도 풀필먼트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도매상과의 소통, 사입 및 물류를 처리하면서 바로 주문을 넣고 재고를 파악.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루배송 서비스는 브랜디가 12시에 재고를 확인하지 않아도 바로 출고가 가능한 물류 체인을 디지털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B2B 기업인 딜리셔스의 어려움은 없었나요?

딜리셔스 정창한 CSO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는 전통적이고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영되었던 시장입니다. 2013년 신상마켓을 출시했을 당시, 딜리셔스가 주목한 시장 비효율은 정보 교류의 비효율성입니다.

1만개 이상 도매사업자가 신상품을 매일 출시하는데 전국 수십만 소매사업자에게 알릴 방법이 없었습니다. 소매사업자 입장에서는 먼 곳에서 사업을 해도 시장에 직접 나오지 않는 이상 어떤 상품이 잘나가고 새로 출시되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신상마켓은 도매사업자가 출시한 상품을 플랫폼에 업로드하고 소매사업자는 플랫폼에서 상품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신상마켓은 처음에 정보의 원활한 교류에 집중해 포기한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문, 결제, 물류와 관련된 기능을 중시하지 않았습니다. 신상마켓이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기 보다는 기존 동대문 도소매 사이에 존재하는 거래 방식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서비스를 전개한 것이 주요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모델에서 생각한 것 이상, 바운더리 이상으로 해야 할 일은 없었나요. 물류를 포함해서요. 또한 그런 요구가 들어왔을때 어떻게 대응했나요?

 딜리셔스 정창한 CSO

2013년 플랫폼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고객들의 요청으로 2017년부터 신상마켓을 통해 동대문 사입 물류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신상마켓이 고객에게 배송하는 단계까지 처리해주면 안되냐는 요청이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로부터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신상마켓이 딜리버드를 출시하게 된 배경입니다.

딜리버드는 소매사업자가 주문하면 도매시장에서 사입/검수/검품/ 포장 후 딜리셔스의 물류창고에 소매사업자의 재고로 상품을 보관해 입고 처리합니다. 이후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상품이 배송됩니다.

초기에 프로세스상 많은 것이 시스템화되지 않은 상태로 시작했습니다. 사입 앱과의 불완전한 연동, 동대문의 일반적인 주문 방식인 미송(상품을 선결제한 후 입고되면 순차적으로 배송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고 도매 정산 시스템도 없어서 엑셀로 매일 정산하는 시도들이 초반에 진행되었습니다.

2020년 초반 딜리버드를 출시한 후, 2년간 서비스 개선 과정을 거치며 느낀 점은 우선 기존 관점과 실제 현장이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기존 물류업계에서 통용되었던 것은 패션 물류는 재고가 많아 어렵다, 반품이 많아 어렵다, 물류센터 동선을 최소화하는 것이 효율 개선에 핵심이다, 와 같은 관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과정은 사입에서 입고확정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우선 전 과정에 많은 작업자가 필요했고 사람의 판단을 많이 요구하는 작업입니다. 또한 동대문 특유의 다품종 소량 입고 속성 자체가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브랜디 헬피란 어떤 서비스인가요?

브랜디 서정민 대표

딜리버드와 달리 브랜디는 플랫폼으로부터 물류를 시작한 경우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매년 10만명이 창업을 했습니다. 동대문 시장은 하나의 샘플만 있어도 창업이 가능한데 수만명의 소매사업자 모두가 직접 물류를 진행했습니다.

브랜디 출시 후 인플루언서가 입점해 판매하는 경우, 이 분들이 주문이 늘어나면 물류처리가 어려워 운영을 중단하거나 사입대금과 같은 선수금에 대한 자금적 어려움을 갖고 계셨습니다.

2016년 처음 물류 서비스를 시작할 때,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를 보고 이와 반대로 소매사업자의 물류를 돕자고 생각했습니다. 소매사업자가 많이 창업해야 결국 동대문에서 많은 상품이 판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플랫폼이 소매사업자를 돕자는 의미로 헬피를 출시했습니다.

이 때 소매사업자를 대신해 사입을 진행하다보니 브랜디가 직접 도매사업자와 거래하게 돼 물류량이 늘어 동대문 기반으로 가장 큰 물류를 진행하고 있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헬피, 딜리버드 등 동대문 디지털 혁신화를 진행하고자 하는 기업이 전체 5% 도 안돼 더 많은 수량과 물류가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관점에서 사업을 진행해 현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헬피의 성장에서 하루배송이 큰 역할을 차지한 듯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듯 한데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들이 나왔나요?

브랜디 서정민 대표

하루배송은 다른 플랫폼의 빠른 배송과 비슷합니다. 즉 고객들이 하루 배송이라는 배지가 있으면 주문을 좀 더 많이 하거나, 한번에 결제하는 물건 수가 많아지거나, 재구매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 하루배송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러나 하루배송을 하기 위해서는 재고를 얼마나 잘 핸들링하느냐가 중요하다보니 재고를 매입하고 수요 예측기술을 통해 재고를 최소화하고 회전율을 높이는 고난이도 물류를 처리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AI 수요예측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라스트마일은 국내 우체국 택배의 물류망을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는 라스트마일 회사와 제휴해 문제를 풀어가는 중입니다.

해외 배송 계획, 또한 패션 시장에서 일본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브랜디 서정민 대표

일찍부터 한국 동대문 상품을 해외에서 판매하고자 하는 목표로 해외 진출을 모색했습니다. 일본을 첫 국가로 선정한 이유는 일본 10,20대가 패션 상품을 구매할 때 한국 스타일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KPOP이나 K드라마 덕분에 K패션에 대한 선호도도 매우 높아졌고요.

또한 일본이 국내보다 의류 가격이 비쌉니다. 그래서 동대문의 트렌디하고 가성비 있는 상품이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브랜디 재팬을 출시했습니다. 현재는 브랜디가 한국에서 취급하는 상품 50만개와 일본 인플루언서가 창업을 통해 한국 동대문 상품을 판매하는 등 일본 20대 여성에게 상품을 판매 중입니다.

딜리셔스 정창한 CSO

일본 소비자는 K패션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고 점차 확장되고 있습니다. 신상마켓이 고려했던 점은 인구 규모, K패션에 대한 선호도, 구매력, 체형, 지리적 접근성 등을 고려했습니다.

특히 B2B인 신상마켓은 거대한 일본시장에 도매시장이 없다는 사실에 그 자체에 굉장히 크게 주목했습니다. 국내에는 동대문 시장을 통해 소매 창업이 용이한 결과, 현재의 B2B, B2C 생태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도매시장이 없어 신상마켓과 딜리셔스의 풀필먼트를 통해 동대문 생태계 자체를 일본으로 수출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 중입니다.

신상마켓과 브랜디에게 물류란?

딜리셔스 정창한 CSO

신상마켓과 동대문 생태계에 있어 물류는 생태계 자체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동대문 생태계가 지금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입삼촌들이 다양한 상품을 전국으로 조금씩, 빠르게 뿌려줄 수 있는 물류 인프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시점에서 딜리셔스는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는데 있어 물류가 국내 사입삼촌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디 서정민 대표

브랜디에게 물류란 소비자에게 옷을 더 빠르게 보내주는 배송 서비스이면서 동시에 동대문을 기반으로 창업을 희망하는 분들을 도와주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디가 물류를 대신할수록 소매사업자는 상품 큐레이션이나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이 분들의 창업 성공률이 늘어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디는 자사 물류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키우고자 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2 댓글

  1. 기사에 문구가 반복되었습니다.
    “기존 이커머스는 종합몰과 같은 오픈마켓 사업자가 주요 플레이어였습니다. 반면 브랜디는 2015년 모바일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연령, 성별로 유저를 나눠 20대 여성, 그리고 2030대 남성에게만 남성에게만 주력했던 서비스를 냈습니다.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