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임박했던 웹젠, 노사가 만났다

웹젠 파업을 둘러싸고 노사 간 이야기 장이 마련됐다. 12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이상헌 의원이 공동 주최한 비공개 간담회서 웹젠 노사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2주간의 집중 교섭을 하겠다고 합의했다. 서로 견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던 노사 측인 만큼 향후 교섭의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에 2일 진행될 예정이었던 노조 측의 파업 또한 교섭에 맞춰 2주 미뤄질 계획이다.

해당 간담회는 게임업계 최초의 파업이 될 웹젠의 파업을 막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앞서 웹젠은 지난 4월 ‘평균 10%의 연봉 인상 외에는 합의하지 않겠다’는 사측에 항의하며 파업을 위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투표는 투표율 92.78% 중에서 찬성 투표자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 파업이 최종 결의됐다.

웹젠 노조는 지난해 4월 불투명한 평가제도와 연봉 인상에 대한 문제 제기 당시 설립됐다. 웹젠은 지난 12월 임금 협상 자리에서 일괄 1000만원의 연봉 인상을 요구했으나, 회사의 ‘2022년 연봉은 평균 10%로 한다’는 단호한 입장에 올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임금 조정 신청을 제기했다.

조정은 2차까지 진행됐고, 마땅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채 중지됐다. 노조 측은 “사측이 평균 10%의 연봉 인상을 최종 제안한 이후 추가적인 제안이 없어 조정이 연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도 “파업하더라도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이들의 갈등은 더 깊어갔다.

이들의 입장차는 간담회에서도 드러났다. 오현승 웹젠 인재문화실 실장은 “교섭 대표로서 막대한 책임을 느낀다”며 “기본임금 상향을 약속하고 2018년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등 직원들의 워라밸 향상을 위해 노력한 바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연봉 기준에 대해 객관적으로 비교 검토하기 위해 국내 동종업계 상장사 20개의 감사보고서를 참고 자료로 분석했다”며 “사업적 리스크가 큰 흥행 산업의 특성을 감안한 회사 측의 방안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웹젠은 쟁의행위를 예고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에 오세윤 IT 지회장은 “웹젠 노조 측은 장시간 노동 문제와 동종업계 대비 낮은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웹젠 직원들이 원하는 만큼의 보상이 없는 상태에서 파업까지 불사하고 이런 간담회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회사가 지속해서 운영될 수 있도록 직원 보상 수준의 확대를 요구한다”며 “대표 이사뿐만 아니라 대주주 또한 이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웹젠의 내부 갈등 상황에는 국회 측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이원정 총괄팀장은 “파업 결행 시 인력 이탈 등의 게임산업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국회도 염려하고 있었다”며 “회사를 애정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노조 측의 중재 부탁을 고려했다“고 개최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덧붙여 “회사 또한 문제에 대해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2주간의 노사 측의 대화를 통해 서로 상생할 방안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집중적으로 회사와 진전이 있는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전한다. 노영호 웹젠 지회장은 간담회 후 “그전에도 잘 이야기되지 않았던 상황이 갑자기 좋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대화를 물꼬를 튼 만큼 협조적인 반응 정도는 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를 전했다.

웹젠 측은 간담회를 통해 사측에 지금 회사가 제시한 부분으로서는 경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을 해놓은 상태다. 사측  또한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논의에 임할 것이라는 분위기를 내풍긴다.

대표이사나 최대 주주의 협상 참여는 아직 확정된 바는 없으나, 최대 주주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당을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오세윤 IT 지회장은  “회사가 무너질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은 회사가 아니라 조합원”이라며 “시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나선 분이라면 더더욱 방치된 직원들을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지회장은 “선거철인 만큼 노조 입장에서도 이를 이용하고 싶지는 않다”며 “이를 통해 합의를 끌어내면 좋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을지로 위원회 혹은 노웅래 의원실에서 도와주기로 했으니 어찌 됐든 결론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측은 노사 간의 합의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원정 을지로위원회 총괄 팀장은 “두 당사자가 충실히 이야기한다면 2주 안에 합의 가능한 중재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며 “양 측이 서로를 이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 특히 노조가 회사를 이해하는 폭이 있어 충분히 2주 안에 합의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노 지회장은 “아직은 대화의 물꼬를 튼 상태이고 실제로 잘 될지는 지켜보겠다”며 “단순히 금액을 올리는 차원의 교섭이 아닌 웹젠에 필요한 인재를 뽑고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노사가 함께 마련 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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