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반도체] 중국 봉쇄 여파,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편집자주]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을 기업 전략과 경쟁 구도, 시장 배경과 엮어서 설명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지지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 기업의 전략과 성장 배경을 알면 왜 그 제품을 출시했는지, 회사의 전략과 특성은 어떤지 엿볼 수 있습니다. 더 넓게는 시장 상황과 전망을 살펴볼 수도 있죠. 하나씩 함께 파고 들어가보면 언젠가 어려웠던 기술 회사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올 거예요.

반도체, 배터리를 다루는 대기업이 2022년 1분기 실적을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나름 선방한 실적을 선보인 가운데, 모든 기업이 빠짐없이 이야기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거시경제(매크로) 이슈, 그 중에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중국의 봉쇄조치입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각 지역을 봉쇄하고 있는데요,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 경제의 핵심 도시에도 봉쇄 조치가 내리는 등 코로나 확진을 용납하지 않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고 있죠. 중국 경제뿐만아니라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물류부터 시작해 제품 생산, 소비 등 다방면에서 차질이 생기고 있는데요. 이번 인사이드 반도체에서는 제로 코로나 현황이 반도체, 배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 초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다른 국가가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정책을 완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더 강력한 제재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일명 ‘제로 코로나(Zero COVID-19)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란 단 한 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거주단지를 엄격하게 폐쇄하고, 대거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방역 정책을 말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는 이유는 장기집권을 하기 위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서방 국가보다 더 적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정부의 역량을 강조하는 것이죠.

시진핑 주석은 제로 코로나 정책과 관련해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보면 중국과 서방 국가들 중 누가 더 잘 대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자국 시스템의 우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대만 정보기관인 대만국가안전국에서도 보고서를 통해 “시진핑 주석은 3연임이 확정되기 전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죠.

코로나19 초기에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높은 방역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중국 전역에 확산돼 있는 오미크론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력이 더 강하다 보니, 제로 코로나 정책이 크게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방역 효과도 낮은데 경제를 망친다며 상하이를 비롯한 도시 내 반발도 심한 상황입니다.

삼성증권은 최근 발간한 리포트에서 “지난 해 연말 이후 강화된 코로나 봉쇄 정책은 곧 자국 내 소비 수요 둔화로 직결되고 있다”며 “3월 들어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늘어나면서 주요 도시 봉쇄조치령이 내려졌는데, 그 결과 중국의 경제 정상화는 다른 국가에 비해 6~12개월 뒤처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결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프라 건설 강화를 지시하면서 중국이 경기부양에 속도를 낼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현재 봉쇄조치가 내려진 도시 외 다른 곳에 경제를 부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경제 안정성을 유지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하이, 베이징 등 도시가 중국 GDP의 25~3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에 인프라를 건설해 단시간 내에 경제를 끌어올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시장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중국 중앙기관 사이에서도 봉쇄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 기존 코로나19에 비해 오미크론 확산세가 심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 또한 장기화되는 봉쇄 조치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진핑 정부가 정권 유지를 위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붙잡고 있는 만큼, 완화조치를 하더라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봉쇄조치 장기화 시 국내 타격 클 것

중국의 도시 봉쇄 조치는 우리나라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중국과 적잖은 교역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액은 1629억달러(약 204조9900억원), 수입액은 1386억달러(약 174조4400억원)입니다. 전체 교역 금액 중 대중국 수출액과 수입액이 각각 25.3%, 22.5% 씩 가량 차지하는 겁니다.

중국의 도시 봉쇄로 우리나라는 크게 두 가지 방면에서 타격을 입었습니다. 하나는 중국 내 공장 가동이 이뤄지지 않아 부품이나 원재료 등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중국 내 소비 수요가 줄어들어 우리나라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중국에 납품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내용은 국내 대기업이 1분기 실적발표를 하며 공개했던 내용이기도 하죠.

이 중 현재 우리나라에 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후자입니다. 중국 내 경제가 위축되면서 소비 심리가 줄어들고, 중국 소비자는 지갑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바이스 수요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도체 기업은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반도체를 제공해야 하는데, 중국에서의 수요가 줄어드니 그만큼 기존 대비 칩셋을 적게 납품하게 됩니다. 반도체 기업이 중국 봉쇄로 인해 당면하게 된 문제는 해당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업은 모두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중국의 일부 주요도시 봉쇄로 반도체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고, 특히 삼성전자는 “모바일 수요도 중국 주요도시 봉쇄로 약세를 보였다”고 발표했습니다.

배터리 기업도 비슷합니다. 중국이 지역 봉쇄를 하면서 완성차 업체 등 현지에 위치한 고객사는 제품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습니다. 봉쇄가 돼 있으니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고, 그 결과 완성품도 정해진 만큼 만들지 못하는 것이지요. 완성차 생산량이 줄어드니 배터리 수요도 줄어드니다. 이는 곧 배터리 기업의 매출과도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인 점이라면 중국 봉쇄가 우리나라 기업에 아직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는 점입니다. 국내 반도체·배터리 대기업의 2022년 1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대부분 해당 분기 나쁘지 않게 나왔는데요, 애초에 중국 봉쇄가 국내 기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면 호실적을 기록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언급한 중국 시장 전문가는 “대기업은 코로나19, 공급망 부족, 우크라이나 사태 등 매크로 이슈로 어느 정도 부품 재고를 보유하고 있었고, 다른 국가에서모바일 수요가 견조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며 “지난 3월까지도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아니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도로만 표현한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이 상황이 장기화되면 우리나라는 부품, 원재료 등 제품 공급처를 다른 국가에서 확보해야 합니다. 쌓아 놓았던 재고가 소진되면 새로운 협력사를 다시 발굴해야 원활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데, 협력사를 바꾸는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중국 수요가 지속해서 낮을 가능성을 고려해, 다른 국가에서의 디바이스 수요를 늘리기 위한 조치도 취해야 합니다.

해당 중국 시장 전문가는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과 적잖은 교류를 해 왔기 때문에 각 기업도 장기 리스크에 대한 대응을 고민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지금으로부터 2~3개월 이상 중국 봉쇄조치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기업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측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손쓸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많지 않은데요, 각 기업이 실적발표 당시 이야기했던 것처럼 계속 시장을 예의주시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 같아 보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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