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네트워크 창립 6주년 기획, 스타트업과 사람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상상 속에서나 볼 수 있다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도 20개사 가까이 등장했습니다.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자본의 규모도 이전과는 다릅니다. 대기업이 자본 싸움에서 스타트업에 밀리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창립 6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기획의 특징은 ‘사람들’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비춰본다는 점입니다. 스타트업 창업가와 투자자를 비롯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스타트업에 들어가고 싶은 취업준비생, 스타트업이 만든 플랫폼에서 일하는 긱 노동자 등을 바이라인네트워크가 만나봤습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좀더 이해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편집자 주.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⑦-② 액셀러레이터는 어떠한 일을 하나

“10년 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사람들”

류중희 대표가 내놓은 퓨처플레이의 정의다. 류 대표는 2006년에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올린 얼굴 사진을 인물별로 자동 분류하는 기술을 가진 ‘올라웍스’를 창업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영상인식이라는 미래 기술을 확보했고, 이를 인정한 인텔이 350억원에 올라웍스를 사들였다. 2012년에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에 인수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류 대표는 올라웍스 창업과 매각의 경험을 갖고 퓨처플레이라는 액셀러레이터를 만들었다. 직접 창업하면 혼자 왕좌에 오를  가능성이 생기겠으나,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면 각각의 봉우리에 오를 여러 왕좌를 키워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퓨처플레이는 이전 세대의 액셀러레이터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기도 하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 모델을 만든 것도 그렇지만, 액셀러레이터가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을 넘어 직접 기획하는 것으로 사업 범위를 넓힌 일 등이 그렇다.

류 대표에게서 액셀러레이터는, 그리고 퓨처플레이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들었다.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는 항상 머릿속에 10년 뒤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투자라는 것이 주먹구구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 사회를 예상해 사업을 키워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본  10년 뒤의 사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 과정에서 액셀러레이터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류 대표에게 그 답을 들어봤다.

식구가 많아졌다고 들었다. 이정도로 규모가 액셀러레이터는 많이 들어봤는데

이제 80명 정도 된다. 다른 하우스랑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크다. 보통 초기 투자 하는 곳은 열명에서 스무명 정도로 움직인다. 그보다 규모가 적으면 이 업을 제대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

액셀러레이터가 너무 많아졌다고들 한다

법적으로 액셀레이터로 등록했다고 다 액셀레이터인 건 아니다. 양적으로 많아진 것도 아니고, 라이선스 발급만 늘어난 것이다. 제대로 생태계에서 활동하고 투자하는 곳의 숫자가 중요하다. 그런 액셀러레이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본다. 

좋은 셀레이터 어떤 액셀러레이터라고 생각하나?

스타트업은 고속성장하도록 ‘설계’된 곳이다. 고속성장하도록 회사가 빌드업할 수 있게 액셀러레이터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스타트업 경험이 전혀 없는 이가 액셀러레이터를 차린다면 경쟁력이 있을까? 반대로 옛날 경험만 갖고 있고 공부를 능동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은? 둘 모두 부정적이다.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창업자를 만나왔나?

매주 30~40개의 콜드메일이 들어온다. 모두 읽어본다. 2020년에, 그 한 해동안 얼마나 많은 스타트업을 퓨처플레이에서 만났는지 세어봤었는데, 그때 790여개더라. 당시 투자한 포트폴리오가 36개다. 지난해에는 세어보지 않았지만, 투자 포트폴리오사가 49개로 늘었다. 퓨처플레이가 만난 스타트업의 수는 더 많이 늘었을 거다. 액셀러레이터를 한 이후로 생각해보면 한 만명은 만나지 않았을까?

그렇게 많은 스타트업을 봤는데, 이제는 창업자를 보면 성공할 같은지 아닌지 느낌이 오나?

질문에 어폐가 있다. ‘느낌’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건 느낌이 아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빅데이터로 학습된 반응일 거다. 어떤 패턴을 가진 창업자가 성공을 하더라는 통계치가 저한테 있어서 반응이 오는 거지, 느낌 같은 게 아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성공할 같은 창업자는 어떠한 사람인가?

이것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두 가지 이유다. 성공하는 창업자의 특징이 여럿이기도 하고, 또 말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설명하려고 노력해보자면, ‘퍼스널리티’가 되게 중요한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간과하지만, 창업은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라이프 스타일이라면?

내가 A라는 방법으로 살면서, 일을 할 때만 B라는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가 가진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통째로 써도 될까말까 한 일이기 때문에, 그냥 “그 사람이 그 방식으로 살아야지” 성공할 수 있는 거다. 그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이 이 업을 이루는데 적합하다면, 당연히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열정이나 업무 집중도 같은 것을 말하는 걸까?

전혀 아니다. 명품 커머스를 하는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이 대체 왜 명품을 사는지, 어떤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이 비싼 물건을 사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이 없이 명품 커머스 업을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런 통찰은 단순히 책을 읽는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내가 명품을 많이 사봤든, 주변에서 많이 사든, 또는 명품을 파는 점포에서 일을 해봤든 간에 이 사람의 인생 경험에서 통찰이 나오는 거다. 이 사람이 20대 초반 창업자라고 해도, 그 20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앞으로 20년 동안 이 사람이 창업가로서 어떻게 살 지를 결정하는 거다. 그 삶의 궤적을 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경험의 궤적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굉장히 많이 해야 한다. 질문을 잘하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도 질문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 질문을 잘 하려면 맥락을 잘 이해해야 하고 적확한 언어를 쓰는게 굉장히 중요하다. 내 질문을 상대편이 이해해야 그에 대한 올바른 답을 줄 수 있고, 그게 내 판단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창업가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얼마나 정리된 단어와 문장으로 질문과 대답을 하는지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이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퓨처플레이는 모르는 이가 드문 액셀러레이터가 됐다. 그런데 퓨처플레이가 주로 어떤 투자를 하는 곳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조금씩 다른 같다. 예전에는 테크 중심 액셀러레이터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마이클 잭슨을 설명할 때 위대한 아티스트, 어린이를 사랑한 사람이라고 평가를 하는 게 맞지, 미국 흑인이라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어떤 스타트업을 테크 스타트업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마이클 잭슨 보고 흑인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냉정하게 보면, 기술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스타트업이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스타트업의 정의는 고속 성장하게 설계된 기업이다. 그 성장의 기반은 당연히 테크놀로지다.

따라서, 퓨처플레이 포트폴리오의 차이는 세계관의 차이에서 나오는 거다. 다른 하우스와의 차이도 그렇다. 어차피 이제 “우리는 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할 거야”라는 식의 유치한 생각을 하는 상위권 투자회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경계는 이미 다들 뛰어넘었고, 그냥 철학이 다른 거다.

퓨처플레이는 어떤 세계관을 갖고 투자를 하고 있나?

우리가 신봉하는 것은 ‘파괴적 혁신’이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으로 해왔던 ‘업’이 사회적 변화와 기술 발전의 교집합에서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인 거다. 인간은 그렇게 진화해왔다. 지금 우리는 배고플 때 당연히 배달의민족 앱을 먼저 켜지만, 10년 전에는 집의 냉장고 문을 먼저 열었다.

지금도 냉장고 문을 열어보지 않나?

최근에 삼성전자에서 강연을 했는데, 그때 이런 말을 했다. “삼성 생활가전의 경쟁자는 LG전자가 아니다. GE도 아니다. 배민이나 세탁특공대와 같은 곳들이다”라고. 결국은 사람들이 세탁을 하는 행위, 옷을 관리하는 행위, 배가 고플 때 배를 채우는 행위를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안이 디바이스가 아닌 온라인 서비스가 되었다는 것이다. 마인드셋(인지과정)을 바꿀 정도의 변화는 결국 스타트업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이 저의 믿음이다.

이렇게 인류가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하게 만드는 변화가 생겨나는데 최소한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통계적으로 그렇다. 예를 들어 남녀노소 배민에서 음식을 시키게 되는 데까지 10년이 걸렸다. 누구나 어떤 사회 현상을 나의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는데 걸리는 시간이 10년은 된다. 퓨처플레이는 회사를 만들기도 하고 법인 설립 전에 투자를 하기도 하니까 항상 머릿속에 10년 뒤가 있어야 하는 거다.


세상이 어떻게 바뀔 건지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10년 뒤에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이라는 명확한 비전이 없으면 투자 행위를 할 수가 없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투자 행위 자체가 운을 바라고 도박판에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를 믿고 투자한 LP(유한책임 투자자)나 주주들에게 퓨처플레이가 남들보다 이 일을 잘 한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믿음의 당위를 줘야 한다. “10년 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그런 면에서 퓨처플레이가 갖는 세계관의 핵심이다.

액셀러레이터 정의하는 중요한 개념이 비저너리라는 말로 들린다

퓨처플레이가 정의하는 액셀러레이터는 그렇다는 말이다. 미래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 없는 상태에서는 어떤 회사에 투자할지 결정할 수 없고, 또 투자한 회사에 어떠한 방식으로 가는게 좋을지 조언하기도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데 액셀러레이터는 응원단이 아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스포츠에서 코치의 역할과 같다. 코치의 머릿속에는 이상적인 선수상이 있는데, 지금의 선수 상태를 그 이상향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차이를 채워주기 위해 계속해 미션을 주는 역할이 액셀러레이터다. “10년 뒤의 세상이 이렇게 변할 거니까 능동적으로 그렇게 변하셔야 10년 뒤에 왕좌에 올라갈 수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대략 지금 투자하는 곳들이 10후에 세상을 바꿔놓을 거라고 생각하고 투자를 하는 건가?

그런 믿음이 없으면 투자를 하지 못한다.

10후에는 세상이 어떻게 바뀔 거라고 보나?

사회 문화적인 변화와 테크놀로지 변화의 교차점을 항상 볼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인구 구성의 변화와 부의 변화를 굉장히 눈여겨 보고 있다. 모든 선진국에서 젊은 세대보다 노인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트렌드가 커진다. 부 역시 노인 계층에 편중되고 있다. 미국으로 치면 산업사회를 거친 베이미부머 세대의 가처분 소득이 엑스 세대의 두 배다. 밀레니얼은 엑스세대의 절반, 제너레이션Z(Z세대)는 밀레니얼의 절반 정도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었다.

젊은 세대가 점점 가난해진다

Z세대 입장에서는 그냥 돈이 없는 거다. 그런데 이게 여러 소비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서, 젊은 세대가 가질 수 있는 집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교외에서 살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 치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그간 가장 진보적이고 젊었던 서울이 덜 진보적 선택을 했다. 가장 진보적 선택을 한 곳은 경기도인데, 평균 연령의 변화 때문이라고 본다.

또 하나는 기술의 진보다. 인간을 대체할 수준으로 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로 치면 인공지능(AI)이고, 하드웨어로 치면 로보틱스다. 로보틱스와 AI, 인구 구성의 변화의 교집합에는 뭐가 있을까? 앞으로 10년, 그러니까 2022년부터 2032년까지를 좌우할 가장 큰 변화로 보고 있는 것이 직업의 변화다.

직업의 변화는 어떻게 일어날까?

어떤 직업은 사라질 거다. 예를 들어 택시 운전은 자율주행이 대체할 거다. 어떤 직업은 생겨난다. 몇년전만 해도 사람들이 뭔지 몰랐던 ‘프로덕트 오너(PO)’ 같은 친구들은, 지금 금값이다. 모든 사람들의 직업에 있어서 변화가 일어날텐데, 능동적 대응을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성인 교육 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거라고 보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하는 것은 내가 하기 싫은 것, 잘 하지 못하는 것을 배울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울트라 퍼스널라이제이션’이 일어날 거라고 보고 있다. 이 사람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게 시작될 수밖에 없는데, 놀랍게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종류의 서비스나 테크놀로지가 아직 그렇게 많이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비과학적인 MBTI를 사람들이 신봉하는 이유는 내가 누군지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진다는 것은 엄청난 경쟁력이다.

변화의 관점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곳이 있나?

직업의 변화를 말했는데, 더 광의로 보면 ‘휴먼 리소스’ ‘휴먼 캐피탈’ 영역에 관심이 굉장히 많다. 로봇이나 AI가 흔해질수록, 제일 비싼 건 결국 인간이 될 거다. 그러나 아무 인간이나 비싼 것은 아니다. 부익부빈익빈이 일어난다. AI와 로보틱스로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의 몸값은 천문학적으로 올라갈 거다. 나는 여기에 투자하고픈 거다.

지금도 부가 많이 편중되어 있지 않나. 10 후의 미래에는 부의 편중이 강화될 거라고 보나?

강화시킬지 완화시킬지는 모두의 선택이라고 본다. 땀 흘려 일한 시간이나 노동에 비례한 소득도 있겠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자본을 적절히 투자해 얻게 되는 자본소득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자본 수익이 노동 수익을 뛰어넘으면서 자본소득을 계속 만들어내는 사람은 천문학적인 부자가 되고 노동소득에 머무르는 사람은 가난할 수밖에 없다. 이게 지금의 양극화를 만들었다. 이걸 되돌릴 방법은 많다.

어떤 방법이 있나?

기초소득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 재원은 천문학적인 세금을 물려서 만들 수 있다. 로봇세와 같은것이 그 예다. 사람이 노동을 하면 세금을 떼듯, 로봇이 일을 하면 여기에도 세금을 물려야 한다. 플랫폼 회사에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에만 맡겨놓으면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다. 그 차이를 인위적인 사회 시스템으로 줄이려는 움직임이 로봇세와 같은 것이다.

10년 뒤 미래를 예측해 보면 공학적으로는 자본주의가 빈부 격차를 더 크게 만들겠지만, 사회적으로는 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나뉠 것 같다. 미국과 유럽, 한국의 대응이 다 다를 거다.

로봇과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미래에는 어떤 직업이 살아 남을까? 예컨대, 창업가?

창업가나 심사역, 예를 들면 프로덕트 오너나 최고기술책임자(CTO) 같은 직업들이다. 최근에 코딩을 AI가 한다. 그러니까 일반 개발자는 AI로 대체될 직업이라고 나는 본다. 그렇지만 아키텍트를 짜는 CTO나 테크놀로지를 적재적소에 어떻게 넣을지를 의사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다. 기술을 지휘해서 최종 목적으로 가게 만드는 일을 인간이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건 설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휘자를 빼고는 대부분 기계로 대체되는 사회가 온다는 이야기인데

그래서 이런 예측도 많이 있다. 울트라 수퍼 엘리트를 제외하면 모두 놀고 먹을 거라고. 사람들이 잘 못느끼는데 이미 우리는 놀고 먹고 있다. 농업이나 축산 등의 영역을 보면 이미 인간의 비중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음식을 먹는 데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지 않나?

냉정하게 말하면, 인간이 동물로서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은 이미 기계로 거의 대체됐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사치품은, 인간의 생존에는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이걸 이해 못하면, 지금의 메타버스나 NFT가 왜 필요한지를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은 유희의 동물이 된지 이미 오래다.

사회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을 있다. 특히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서 타다 같은 케이스가 그랬다. 변화하는 방향에 대해 상대를 설득할 논거가 필요하지 않나

맞다. 그 지점에서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가 오고 있다고 본다. 목소리가 큰 사람, 자극적인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결국 정권을 잡는다. 민주주의의 한계에 도달한 어떤 증거라고 본다. 합리적 의사결정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타다를 용인할 것인가, 불법화할 것인가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신념이 아니라 데이터였다. 국민 복리가 얼마나 올라갈지 여부를 통계적, 과학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무도 그렇게 접근하고 있지 않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게 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데이터, AI 의사결정을 맡기는 것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있다. 특히 판사와 같은 사회 엘리트들은 그럴 있다

그 변곡점이 올 거라고 본다. 판사라는 직업을 생각해보면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어떻게 사람이 책임질 수 있을까? 이런 결정이야 말로 인간의 손을 떠난 것이 아닌가? 정의라는 것은 보편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데이터 중심적인 의사결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람의 개입을 통제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의사결정이 일어날 때 모든 사람이 승복을 할 수 있을 거다.

특이점이 오는 시기는 언제라고 보나?

살아생전에 볼 것 같다. 30년 이내로. 모든 사람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사회가 가장 늦게 바뀌지만, 기업은 훨씬 빨리 그 변화를 받아들인다. 이미 그 변화를 기업들은 겪고 있다. 퓨처플레이 내부에 전략기획팀이 있는데, 미래를 내다보는 일만 하는 곳이다. 미래에 대한 시그널을 읽는데 여기에서 지난 3년간 가장 핫했던 키워드가 ‘사스(SaaS)’다.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데이터 중심으로 하기 위해서 SaaS를 미친듯이 도입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건설이나 농업 등 분야별의 버티컬 SaaS가 급속도로 성장한다. 무슨 뜻이냐면, 기업들이 인간을 배제하고 AI가 일했을 때 훨씬 효율이 높다는 걸 알게 됐다는 이야기다. 기업이 바뀌면, 그 다음에는 사회가 바뀐다.

회사 얘기를 해보자. 대기업과 연계하는 액셀러레이터가 국내에는 거의 없었는데, 그런 시도를 했나? , 어떤 성과를 내고 있나?

어떤 창업가분들은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독과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안좋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 많았다. 올라웍스(류 대표가 창업해 인텔에 매각한 회사)가 B2C를 하다가 B2B로 피봇팅하면서 우리나라 대기업과 협업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당시 팬텍부터 시작해서 LG전자와 삼성전자, 글로벌로는 인텔이나 HTC, 에이서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회사가 고속성장했다. 잘만 인연을 맺으면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고속 성장시킬 좋은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을 한 것이다.

제일 기분 좋았던 것은 당시에 인텔이 올라웍스를 인수하면서 기업실사를 하는데, 예상했던 수준보다 훨씬 상황이 쉽게 흘러 갔다. 왜 이렇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당신들 고객이 삼성이나 LG인데, 우리가 무슨 기술 실사를 하느냐”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의 글로벌 컴퍼니가 스타트업을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또, 대기업에서 퓨처플레이에 연락을 많이 해오기도 했다. 투자 프로그램이나 사내벤처를 구상하는데 같이 하자는 제안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시도를 같이 했고, 결과가 좋았으므로 반복적으로 협업이 이뤄졌다.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나 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의 직접적인 기여(투자)로 수혜를 받은 회사의 기업가치 상승이 매우 컸으므로, 유의미했다고본다. 간접적인 지원으로는 문재인 정부에서 규제 샌드박스가 있었는데 굉장히 잘 동작했던 것 같다.

규제를 풀어주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규제 샌드박스에서는 규제를 풀어주는 폭과 속도가 중요한데, 폭도 굉장히 컸고 속도 측면에서는 내가 깜짝 놀랄 정도로 압도적으로 빠른 의사결정이 있었다. 통계적으로 일을 잘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물론 원하는 만큼 빨리 (허가를) 못 받는 경우도 있는데, 사회적인 갈등이 첨예한 경우다. 스타트업만 살고 있는 세상은 아니니까 여러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샌드박스를 빨리 결정 안해준다고 얘기해봤자, 용납되기 어려운 영역일 수도 있는 거다.

다음 정권에 기대하는 바가 있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게 되게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정부가 스타트업에 대한 철학이나 성장의 방향, 혹은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서 스타트업의 역할 등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없다.

새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낙점됐으니, 이번 정부에서의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나 기대하는 바 등을 명확히 이야기해주길 바란다. 그 철학 하에서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퓨처 플레이 앞으로의 계획 어떻게 되나?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하우스다. 퓨처플레이가 다른 하우스보다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미래를 더 선명하게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사업 모델을 만드는 거다. 어떤 회사가 찾아와서 좋은 피칭을 한다고 해서 랜덤하게 투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지나갈 시대의 유물이라고 본다. 처음부터 강조했지만, 선명한 미래상을 가진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컴퍼니 빌딩이다.

그런데 컴퍼니 빌딩에서 항상 부딪히는 것이 인재의 부족이다. 인재 후보가 없는 게 아니라 잘 훈련된 인재가 없는 거다. 실전에 투입할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인데, 후보를 잘 찾아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려고 한다. 그런 분들이 스타트업을 만들거나 혹은 스타트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휴먼 액셀러레이션이라는 영역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스타트업이 만들어지려면 사람과 사업모델, 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액셀러레이터는 돈만 투자했다. 퓨처플레이는 사람과 사업 모델을 만드는 일도 하겠다는 거다. 이 삼박자가 맞으면 무한히 회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장이 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