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PC방으로 출근한 신입 기자가 있다? 거리두기 해제 후 PC방 상황은

여기 PC방으로 출근한 신입 기자가 있다. “PC방으로 출근해도 된다”는 사수 선배의 장난 섞인 말을 덥석 문 4개월 차 신입 기자는 출근 시간인 아침 9시, 사무실이 아닌 집 앞 PC방으로 행복한 발걸음을 옮겼다.

평일 오전, 가장 사람이 없는 시간에 기자는 보이는 아무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주위를 둘러보니 넓은 PC방에는 기자를 포함해 약 10명 정도의 사람이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아직은 거리두기 규제가 풀리기 전과 다를 바 없는 모양새였다. ‘하긴, 누가 평일 아침부터 PC방에 게임 하러 오겠어’고 생각하며 사람이 올 때까지 게임을 하며 자리가 차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다이어트 중이었던 기자는 짜계치(짜파게티+계란+치즈)와 스팸참치마요덮밥과 콜라를 먹었다.

그리고 밥을 시켰다. 절대 먹으러 PC방에 온 것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의자에 앉자마자 배가 고팠다. 기자는 3일째 다이어트 중이었지만, ‘취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과 ‘아침이니까 괜찮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안하며 음식을 빠르게 해치웠다.

음식을 해치운 후에는 배경 화면에 띄어 있는 ‘PC방 인기 게임’ 박스를 눌러 게임을 쭉 살펴봤다. 화면에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넥슨의 ‘피파 온라인4’, ‘서든어택’과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블리자드의 ‘오버워치’가 점유율 순서대로 자리해 있었다. 그리고 기자는 그중 가장 즐겼던 ‘오버워치’를 켜 약 한 시간가량 플레이했다.

너무 오랜만에 한 플레이라 ‘빠른 대전’으로 손을 풀고 곧바로 경쟁전 플레이에 들어갔다. 주 포지션을 고르고 3분 정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게임 배치가 완료됐다. 기자는 자주 플레이하는 서브 힐러 포지션의 ‘아나’ 캐릭터를 하고 싶었지만, 이미 다른 팀원이 같은 포지션의 캐릭터를 고르는 바람에 메인 힐러인 ‘루시우’ 캐릭터를 선택하고 플레이에 나섰다.

게임은 점령전으로 진행됐다. 한쪽 팀이 점령 구역 두 번을 모두 점령하게 되면 승리하는 구조다. 경쟁전은 1차전부터 3차전까지 진행되며 이후로도 게임이 끝나지 않으면 연장전으로 이어진다.

점령전에서 아주 중요한 두 순간이 있다. 첫째, 어떤 팀이 점령 구역에 먼저 자리를 잡느냐. 둘째, 어떤 팀이 첫 대치에서 우위를 점하느냐. 그리고 이는 게임이 시작되고 5분 이내에 결정되며 게임 전반의 승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한 순간이다. 오버워치는 팀플레이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무리에서 떨어지면 팀 저력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매 순간, 특히 시작하고 5분은 개개인이 하나가 돼 움직여야 한다.

시작된 경쟁전. 기자의 팀은 점령 구역에 자리를 잡는 것에는 실패했다. 그럼 두 번째, 대치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자리를 잘 잡지 못했더라도 기량과 합만 좋으면 이길 수 있다. 마땅한 자리에 자리를 잡고 공격을 이어가던 그때 때마침 사수 선배의 전화가 걸려 왔다.

기자는 경쟁전을 시작하기 전 빠른 대전으로 잠깐 손을 풀었다.

적과 대치 중인 상황, 한 시라도 눈을 떼면 금방이라도 상대편에게 점령이 넘어가는 일촉즉발의 시간. 그러나 선배의 전화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어깨에 핸드폰을 걸치고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 “게임은 잘하고 있니?”라는 선배의 물음에 “네”라고 답했지만, 손과 눈은 컴퓨터와 키보드에 향해 있었다. 급한 손놀림과 헤드셋에서 건너오는 비명을 선배 또한 들은 듯 싶었다. “많이 바쁘구나, 이만 끊어줄게”라는 선배의 말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게임에 복귀했지만 이미 판도는 상대 팀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그리고 들려오는 비난의 말과 채팅창에 올라오는 조롱의 단어들… 기자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1차전이 패배로 끝나고, 2차전으로 넘어가는 짧은 시간 동안 기자는 게임을 중도 포기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러나 트롤(다른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플레이어)만큼은 절대 될 수 없다 싶어 3차전까지 이어진 게임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팀은 3차전까지 내리 졌고, 기자의 경쟁전 점수 또한 하락세를 찍었다.

가슴 아픈 오버워치 플레이를 마치고 기자는 20일 기준 피시방 게임 순위 4위를 기록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로 게임을 옮겼다. 4년 동안 총 24시간밖에 플레이한 적 없는 ‘배린이(배틀그라운드와 어린이의 합성어)’인 기자는 아무런 준비 태세 없이 과감히 ‘준비’ 버튼을 누르고 대표 맵 ‘에란겔’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가는, 또 그만큼 전투가 많이 일어난다는 ‘포친키’ 지역을 도착지로 설정하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포친키는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기자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상대와 마주했고, 포친키로 목적지로 설정했던 30초 전을 후회했다. 아무런 무기도 쥐고 있지 않은 채 맞닥뜨린 싸움. 오로지 주먹만으로 상대를 해치워야 했다. 결론은 기자의 승리. 기자는 이 기세를 몰아 샷건 하나로 4명을 해치웠다. 배틀그라운드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기자는 당당히 최후의 2인까지 올랐고, 배틀그라운드 플레이 4년 역사 최초로 오로지 제힘으로 치킨을 먹나 기대했지만 결국은 ‘패배’였다. 조용한 PC방엔 기자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울렸다.

아쉽게 치킨을 먹지 못해 슬픈 기자. 이후로도 2번 더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두 번 다 먹지 못했다.

그렇게 플레이를 마치니 시간은 어느새 초∙중학생들이 들이닥칠 시간인 오후 4시를 향해 있었다. 그런데도 PC방은 조용했다. PC방 사장님에게 다 먹은 음식 그릇을 갖다주며 거리 두기 규제가 풀리고 난 후 매출 상황이 나아졌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글쎄… 그렇게 나아진 것 같진 않아요. 12시까지 영업할 때나 24시간 할 때나 매출에 큰 차이는 없어요”라고 말했다. 거리두기 규제가 풀린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아 피시방의 매출에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일까.

오후 4시경 한적한 PC방 모습. 코로나19 전이었다면 이 시간은 청소년들을 비롯해 슬슬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이다.

지난 18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시행됐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다. PC방의 경우도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이용률 감소 피해를 겪어왔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전국 PC방의 매출은 2021년 기준 40%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난다.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전국 PC방의 평균 PC 가동률은 20~30% 수준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2021년 상반기 PC 가동률은 16.43%를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 지역 PC방의 매출 하락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사장님은 희망을 가지고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그래도 좀 더 좋아지겠죠. 아직은 규제가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닐까요?”라며 “아직까진 입에 풀칠할 만하니 괜찮아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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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이건 PC방 동향을 살피는 기사인가 아니면 기자의 게임플레이 감상 기사인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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