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초로 파업을 지금 앞두고 있습니다. 물론 파업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웹젠지회는 결의를 돌입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왔습니다”

게임업계 최초 파업이 시작됐다. 웹젠은 18일 판교PDCC 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월 2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웹젠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을 위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투표는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투표율 92.78% 중에서 찬성 투표자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 파업이 최종 결의됐다.

기자회견은 박영준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장의 여는 발언에서 시작해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의 연대 발언, 노영호 웹젠 지회장의 투쟁 발언에 이어 배수찬 넥슨지회 교섭 대표의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이어졌다.

첫 발언을 한 박영준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장은 “매출만 보면 웹젠은 누구나 선망하는 IT업계 꿈의 직장 같아 보이지만 웹젠 노동자들은 절대 존중받고 있지 않는다”며 “협상 과정에서 김태형 사장과의 직접 대화 요구조차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댐에 빗물이 고이면 수문을 조금씩 열어 물을 흘려 보내야 모두가 살 수 있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소리를 듣고 협상에 성실히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웹젠노조는 지난해 4월 불투명한 평가제도와 연봉인상에 대한 문제 제기 당시 설립됐다. 이후 12월 임금 협상 자리에서 일괄 1000만원의 연봉 인상을 요구했으나, 회사의 ‘2022년 연봉은 평균 10%로 한다’는 단호한 입장에 올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임금 조정 신청을 제기했다. 조정은 2차까지 진행됐고, 마땅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채 중지됐다. 노조 측은 “사측이 평균 10%의 연봉 인상을 최종 제안한 이후 추가적인 제안이 없어 조정이 연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을 필두로 스마일게이트,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의 회사가 연봉을 800만원에서 1200만원씩 일괄 인상했다. 그 중 가장 큰 금액을 부른 곳이 웹젠인데, 평균 2000만원의 연봉 인상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그러나 ‘평균 2000’이라는 말은 함정이 있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임금이 높은 직원들과 적은 직원들을 합산해서 나온 평균 값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성과금을 아예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웹젠은 이에 항의해 노조를 만들었고, 올해 초 노조 설립 후 첫 교섭에 나섰으나 “쟁의권을 확보해도 ‘평균 10% 인상’에 대해 변동 사안을 없다”는 회사 측의 말에 지난 9일 쟁의권 확보 투표 진행했다.

박 지부장의 발언에 이어 진행된 서승욱 카카오지회 지회장은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지회가 올해 연봉 임단협 교섭을 끝냈고 노사간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커다란 문제없이 교섭을 마무리지었다”며 “교섭이 결렬될 곳은 웹젠이 유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섭이 체결된 곳이 수익이 많은 대기업이어서 임금 협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라며 한해 1000억원의 이익을 내는 웹젠보다 수익이 적은 회사들도 많지만 노사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유저와의 소통이 중요한 게임 회사에서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말이었다.

서 지회장은 “스스로 자정작용을 하지 못하는 경영진에게는 더이상 기대를 할 수 없다”며 “웹젠의 싸움이 게임업계 최초의 파업뿐만 아니라 게임업계 최초의 승리가 될 수 있도록 IT위원회에서 함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영호 웹젠 지회장은 파업이 ‘소통의 부재’에서 초래된 결과라고 말했다. 노 지회장은 “쟁의는 권리”라며 “우리가 사랑하는 게임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선택지 앞에 섰다”고 당부했다.

“몇 년전 넥슨 노조의 야외집회가 생각납니다. 집회를 보며 든 생각은 ‘애쓴다’였습니다. 솔직히 이런다고 회사가 바뀔지 IT업계와 개발자, 사회의 인식이 바뀔지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동안 경영진은 결정을 내리고 우리는 그에 따라야만 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은 ‘이직’이었습니다”  

그는 몇 년 전 넥슨 노조의 야외집회를 떠올리며 이직 외의 선택지로 회사를 바꿀 수 있음을 보았다. 노 지회장은 “우리도 이 웹젠을 더 멋있게 만들고 싶었고 애쓰고 싶었습니다”고 말하며 “연봉제라는 시스템에서 능력과 성과로 경쟁하지만 정작 평가 기준을 알 수 없는 현실을 바꾸고 싶다”고 파업의 이유를 밝혔다. 덧붙여 회사의 막대한 이익이 조금이라도 현장의 직원들에게 돌아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 지회장은 “잠시 일터를 떠나더라도 우리가 해야할 일을 잊지 않겠다”며 “웹젠의 게임을 사랑해주시는 유저분들께 사죄를 드리고, 투쟁을 승리로 끝내고 더 좋은 게임으로 보답하겠다”고 말을 마쳤다.

웹젠의 파업은 오는 2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노 지회장은 “최대한 시작하기 전에 마무리가 됐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2일까지 파업을 위한 준비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