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네트워크 창립 6주년 기획, 스타트업과 사람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상상 속에서나 볼 수 있다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도 20개사 가까이 등장했습니다.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자본의 규모도 이전과는 다릅니다. 대기업이 자본 싸움에서 스타트업에 밀리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창립 6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기획의 특징은 ‘사람들’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비춰본다는 점입니다. 스타트업 창업가와 투자자를 비롯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스타트업에 들어가고 싶은 취업준비생, 스타트업이 만든 플랫폼에서 일하는 긱 노동자 등을 바이라인네트워크가 만나봤습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좀더 이해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편집자 주.

시리즈 ① 신입의 눈으로 본 스타트업

“스타트업 개발사라고 열악한 환경일 것으로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팀원들이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저희 팀원들은 애니메이션이나 책보는 걸 좋아하고, 전시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거든요. 저도 밴드 활동을 했어요. 여러 활동을 하면서 게임에 각자의 개성을 묻혀야 해요. 게임, 특히 인디 게임은 ‘개발’만 하면 안 되거든요. 그게 제가 스타트업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국내 인디게임계를 흔들어놨던 한 중소 개발사가 있다. 이름은 사우스포게임즈. 전남대학교 게임개발동아리에서 시작한 이 개발사는 2020년 2월 얼리 엑세스 데모로 출시된 콘솔 게임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이하 스컬)’로 같은 해 대한민국 게임 대상 인디게임 상과 유니티 코리아 어워드 베스트 혁신상을 받았다. 스컬은 2021년 1월 스팀에 정식 출시됐고, 출시 나흘만에 판매량 10만장을 돌파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스컬은 오는 14일 한국과 일본에서 콘솔 패키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 회사에는 8개월 차 삐약이 신입 김제민(24) 기획자가 있다. 그가 <바이라인네트워크> 창간 6주년 기획기사 첫번째 꼭지 ‘신입사원의 눈으로 본 스타트업’의 주인공이다. 그는 게임 기획 쪽에서 ‘영재’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인디게임 활성화를 위한 게임 개발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사우스포게임즈에서 6개월 동안 현장 실습 기회로 일을 해왔다. 실습이 끝난 후에도 “이 회사에서 내 능력을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 사우스포게임즈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김 기획자는 스물셋이라는 이른 나이에 삐약이 막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 야간 자율학습을 째고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선생님께 자주 등짝을 맞았다는 게임 기획 영재의 스타트업 신입 생활기를 들어보자.

만나서 반가워요. 먼저 회사 소개부터 짧게 부탁드려요!

사우스포게임즈는 게임패드와 조이스틱을 두들기며 즐기는 액션 게임을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 알고 있으며, 가장 잘 만드는 회사예요. 2021년 1월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로 첫 발을 내딛었죠. 그리고 그 결과는 말 안 해도 아시죠? 매우 성공적이었고, 지금 가장 떠오르고 있는 국내 인디게임사가 아닐까 싶어요.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이 게임을 만든다’는 비전 하나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팀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저는 QA(품질 보증)로서 현재 버전과 앞으로 할 내용을 테스트 하고, 기획자로서 미래의 컨텐츠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업데이트의 방향을 QA 팀이 계획하면, 개발자가 이에 맞춰 개발하고, 나온 결과물에 대해서 여러 테스트를 해요. ‘과연 우리가 의도한 대로 유저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게 재미가 있나?’,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나’를 파악하고 발견하는 이슈는 최대한 다 처리를 하고 있죠. 개별적으로 유저 모니터링도 하고 있고요.

사우스포게임즈 팀원들에겐 자신을 대표하는 아바타가 있다. 밴드 활동을 했던 김제민 기획자는 기타를 드는 아바타로 자신을 대신했다.


주된 일과도 대부분 그렇겠네요

그렇죠.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개발진 측에 전달하고, 새로운 업데이트를 기획하고 유저 모니터링하고. 계속 이걸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떤 프로젝트를 맡고 있나요?

아, 이거는 비밀이에요. 지금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라는 명을 받았거든요.

아쉽네요. 그렇다면 스타트업 개발사를 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사우스포게임즈’는 학교 게임 동아리에서 시작한 회사예요. 학교 선배들이 만든 회사니까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한 건 2학년 공모전을 준비했을 때부터였어요. 공모전을 준비할 때 학교 선배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 지금의 회사 식구들인 사우스포게임즈의 개발자 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출시 준비 중인 ‘스컬’을 미리 테스트해보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됐고, 그 연이 이어져서 현장 실습 6개월을 하다가 ‘여기서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죠. 그래서 대표님한테 당당하게 ‘여기서 일하고 싶다, 더 도와드리고 싶다’고 얘기해서 입사를 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의 회사 생활은 어때요?

지금까지는 배워야 할 게 천지라 바쁘지만 재미있어요. 대부분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되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특히 저희는 ‘스컬’을 통해 어느 정도 성장을 했고, 기반도 잡혀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복지도 잘 돼 있는 편이에요.

회사 자랑 한 번만 해주세요!

회사에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원하는 게임을 요청하면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휴가를 준다거나, 예산을 마련해줘요. 또, 선택 근무제라서 10시에 출근해서 3시, 4시에 퇴근해도 돼요. 밥 먹는 시간까지 포함해서요. 물론 맡은 업무를 완벽하게 끝냈을 때에 한하지만요.

가끔은 힘들 때도 있긴 하죠. 어쩔 수 없는 추가 근무가 있을 때는 힘들긴 한데, 그래도 그 과정 자체가 되게 재밌어요. 제가 들이붓는 시간만큼 결과물이 나오게 돼 있거든요. 또, 회사가 목표하는 거랑 제가 생각하는 목표가 똑같으니까 야근해도 고통스럽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아직 신입이라 다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려고 해요.

원래 스튜디오가 지역에 있었다고 들었어요. 서울로 스튜디오를 옮긴 지 두 달 됐다고요

네, 두 달 전까지는 광주에 스튜디오를 두고 있었죠. 대표님이 많은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었어요. 개발사로서 욕심이 많은 회사고, 성장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더 좋은 근무 환경을 구축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 학생인 저 혼자 광주에 남게 됐죠. 회사에선 빨리 올라오라고 하는데, 하… 빨리 졸업하고 싶어요.

서울로 스튜디오를 옮긴 사우스포게임즈. 아직 학생인 김 기획자만 광주에 남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지역 스튜디오로서 한계를 느꼈던 건가요?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말을 하자면, 광주에는 개발자가 너무 없던 게 컸어요. 뽑으려고 해도 타지역에서는 고려 자체를 안 하는 개발자분들도 많고, 또 신입을 어떻게 교육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있었죠. 온라인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지역에서 지원해주는 만큼 개발 외의 일을 요구하는 것도 많아서 대표님이 피곤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서울이 더 낫다거나 그렇진 않지만 인프라 구성에 있어서는 (서울이) 훨씬 잘 돼 있고, 다른 회사들과 연결이 용이한 것도 컸습니다.

혼자만 재택근무를 하고 계시는 거예요?

네, 저는 아직 학생이라서 남은 학기를 다 보내야 하거든요. 재택근무 너무 편한데, 가끔 사내 메신저로 ‘아이스크림 먹을 사람’, ‘오늘 끝나고 밥 먹을 사람’ 이라는 이야기를 직원들이 할 때 좀 아쉬운 마음이 들죠. 보고 있으면 회사가 아니라 동아리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만큼 자유롭다는 이야기군요. 밥 같이 못 먹어서 어떡해요

서울로 스튜디오를 옮기기 전에는 다 같이 회사에 모여서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고 그랬는데… 어쩔 수 없죠. 제가 빨리 졸업을 해야죠.

회사에서 막내라고 들었어요. 신입만의 고충 같은 건 없나요?

제가 나이가 제일 어린데, 같이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나는 도대체 언제쯤 저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실력 차이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원하는 게임을 만들려면 이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이게 너무 아득하게 느껴지니까 가끔은 열등감을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럼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요?

당연히 유저들이 게임 재미있다고 할 때죠. 개발에 제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에서 느끼는 뿌듯함이 되게 크죠.

인디게임 기획자로서 스스로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 강점이요? 좀 부끄러운데… 일단 분석을 엄청나게 잘해요. ‘왜 이렇게 됐을까?’ 현상의 근원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데 회사에서는 이 점을 높게 평가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이는 어리지만, 사교성이 높다는 점도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 만큼 회사 분위기가 자유로워서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기대했던 것과 현실의 차이를 느낀 경험이 있는지요?

게임은 ‘상품’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거예요. 대학 초반 때는 그래도 게임은 어느 정도 예술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스타트업 기획자로서 8개월 일해보니까 상업성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게 제가 느끼는 현실과 이상의 차이인 것 같아요. 뭐 어쩔 수 없겠죠. 뭘 하더라도 돈이 있어야 하니까.

게임 업계 혹은 스타트업 취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제가 사실 이 질문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게 감히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저는 운이 좋게 회사에 들어왔다고 생각해요. 우연히 학교 게임동아리에 들어갔고, 우연히 현장실습으로 사우스포게임즈에 들어와서 취업까지 이어진 거라 저는 되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노력했기 때문에 운도 따라준 게 아닐까 생각해요. 개발 공모전에 나가서 대상도 타고, 실제 게임 출시도 해보기도 하고 대학 생활 하는 동안 많은 활동을 했어요. 스트레스 받아서 탈모가 온 적도 있어요. 그래도 저는 되게 즐거웠거든요.

뻔한 조언을 해보자면, 자기가 좋아하면서 동시에 재능 있는 일을 찾아라. 저는 그게 게임 기획이었고 그만큼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력을 많이 하게 됐죠.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일단은 졸업이고요. 군대 문제도 해결해야 해요(한숨). 게임 기획자로서는 저만의 오리지널한 아이디어로 생각해 낸 게임을 만드는 것, 그리고 대중에게 이 게임 진짜 재미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죠.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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