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 파업 위한 투표 돌입…사측 “그래도 협상은 안 돼”

웹젠 노동조합이 파업을 위한 찬반 투표를 7일부터 시작했다. 조합원들이 찬성에 더 많은 표를 던질 경우, 웹젠은 국내 게임사 중 처음으로 파업을 겪는 회사가 된다. 노조에서는 회사의 실적에 맞는 임금 상향을 요구 중인데, 사측에서는 설사 파업이 일어나더라도 협상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쟁의권 찬반 투표 결과는 오는 9일 나온다.

자료제공: 웹젠위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웹젠지회(웹젠위드)는 앞서 지난 5일 웹젠 사옥이 위치한 판교PDCC에 모여 피켓 시위와 행진을 열고 “회사의 실적에 맞는 임금 상향이 있어야 한다”며 대표이사와의 직접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전 직원에게 차등없이 1000만원씩 연봉인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요구가 관철이 되지 않을 경우 쟁의권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예고하기도 했다.

웹젠위드는 올해 임금과 관련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경기지방노동위원회(노동위)에 조정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조정은 2차로까지 이어졌으며 노사간 첨예한 입장 차에 조정이 중지됐다. 노조 측은 “사측이 평균 10%의 연봉 인상을 최종 제안한 이후 추가적인 제안이 없어 조정이 연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회사가 대외적으로는 게임업계에서 가장 큰 폭의 연봉 인상을 지급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와 같은 보상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시간은 1년 전으로 흐른다. 지난해 게임업계에선 넥슨의 일괄 800만원 연봉 인상한 것을 필두로 연봉 인상 바람이 불었다. 뒤이어 스마일게이트, 넷마블, 엔씨 등의 회사도 일괄 800만원에서 1200만원까지 연봉을 올리겠다 밝혔고, 웹젠은 그 중 가장 큰 금액인 평균 2000만원의 연봉 인상 계획을 공개했다.

그러나 ‘평균 2000만원’이라는 말에는 함정이 있었다는 것이 노조 측 이야기다. 임금이 적은 직원과 많은 직원이 합쳐야 나오는 평균 값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성과금을 아예 받지 못하는 직원 또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웹젠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노조를 만들었고 지난해 11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웹젠위드는 7개월여에 걸친 교섭 기간 동안 단체협약 104개 조항에 대해 합의하며 ▲반차 부활 및 복지포인트 추가 ▲명절 상품권 200% 상향 등의 교섭 성과를 이뤄냈다. 그리고 올해 임금교섭 때 작년의 사례를 감안해 일괄 1000만원의 연봉 인상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2022년 연봉은 평균 10%로 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노영호 웹젠 지회장은 집회에서 “2021년도 평균 2000만원의 함정을 겪은데다 노조가 설립되고 처음 진행하는 임금교섭이기에 조심스러웠고 노사가 서로 존중하며 협상이 진행되길 희망했다”며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 회사 내 중위연봉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였으나 회사는 한 달 동안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회사가 연봉 협상과 관련한 주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과 더불어, 파업을 하겠다는 노조 측 입장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지적했다.

노 지회장은 “노동위를 통해 조정이 진행될 때에도 추가제안을 내놓은 노조와 달리 회사는 평균 10%를 고집했으며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더라도 이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비판했다.

그는 <바이라인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보면 쉽게 끝날 수 있었던 교섭”이라면서 “추가 교섭의 여지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 없이 회사의 단호한 입장과 ‘파업해라’는 태도는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협상은 서로 이해를 하다보면 깎일 수도, 높일 수도 있는데 대화를 하지 않고 귀를 닫는 행동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서 지지발언을 한 배수찬 넥슨 지회장은 “노조가 단순히 얼마를 더 받아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교섭을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라며 파업의 의의를 설명했다.

웹젠은 2020년 2900억 원, 2021년에도 2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도 1000억원 이상을 내면서 유보금을 쌓았다. 지난달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임원 보수 한도가 100억원으로 승인되었음에도 직원들의 중위연봉은 동종업계 대비 1000만원 이상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노 지회장은 “작년 ‘평균 2000만원의 함정’ 이후 많은 퇴사 인원이 있었음에도, 남은 웹젠 직원들은 1년간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그 전년도에 필적하는 성과를 달성했다”며 “웹젠 직원들도 충분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노조는 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웹젠 측은 “이와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어떤 말을 하고 있지는 않다”며 “노조 측과 이야기했던 협상의 세세한 내용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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