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퀵커머스가 국내 리테일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해외에서는 파산하는 퀵커머스 업체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런 현상이 경쟁에서 탈락한 개별 업체의 문제인지, 아니면 퀵커머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진 구조적 한계인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최근 프리지모어(Fridge Nomore), 바이크(Buyk), 1520 등이 파산을 선언했다.

프리지노모어 경우 올해 상반기 음식배달업체인 도어대시에게 인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도어대시가 인수계약을 파기하면서 프리지노모어는 3월 문을 닫았다. 미국 내 주요 업체였던 바이크 또한 자금 부족으로 3월 자발적 파산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말 사실상 문을 닫은 1520도 자금 부족이 원인이었다. 

지난해에만 10억 달러를 투자 받은 고퍼프(Gopuff) 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고퍼프는 지난해 영국의 디자(Dija)와 프랑스의 팬시(fancy)를 인수하는등 유럽 퀵커머스 시장으로 빠르게 진출하고자 했다. 그러나 지난 1일 수백명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퍼프의 전 직원 중 3%에 달하는 비율이다. 고퍼프 측은 수익성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독일계 퀵커머스 스타트업인 조크르(Jokr)는 지난해 말 유럽시장에서 철수했다.  

 바이크 경우, 러시아의 사마카트(Samakat)의 자회사로 시작한 기업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정부가 해외로 송금을 금지하자 자금문제로 폐업을 선언했다. 프리지노모어도 러시아와 연관된 투자처에서 투자를 받아왔으며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폐업에 영향을 미쳤다는분석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본질적인 이유는 아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의하면 프리지노모어는 올해 초까지 도어대시의 자금으로만 운영 중이었다. 또한 프리지노모어는 올해 도어대시에게 인수될 예정이었으나 인수 계약이 파기되면서 지난 3월 파산했다. 1520도 마찬가지다. 사업에 필요한 추가적인 자금을 투자 받지 못해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퀵커머스 사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위기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퀵커머스 사업은 자본집약적 사업이다. 빠른 배송을 보장하기 위해서 물류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많은 업체들은  15분 이내 배송을 내세우며 경쟁 중이다. 이처럼 퀵커머스 사업이 빠른 배송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를 서비스 지역 내 촘촘하게 배치해야 한다. 물류센터와 고객의 사이가 멀어지면 빠른 배송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내 MFC를 일정 거리 간격으로 임대하고 물류를 처리할 인력을 고용하기 위한 비용은 적지 않다. 서비스 범위를 넓힐수록 기업들은 추가적으로 임대, 고용을 진행해야 때문에 단시간에 끝나는 지출도 아니다.   

또한 퀵커머스 업체들은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대부분 주문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 할인 행사로 프로모션 규모는 작지 않다. 예를 들어 게티르 경우, 프랑스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프랑스 내 주문 86%에 할인을 적용했다.

급속한 서비스 범위 확장, 할인 등 자금소모전을 통해 기업들은 투자 받은 자금을 빠르게 소진했다. 퀵커머스 업계가 투자 받은 비용은 적지 않다. 업계 피치북에 의하면 2021년 벤처캐피탈(VC)가 퀵커머스 업계에 투자한 금액은 97억 달러에 이른다. 현재 인력 감축 등 수익 개선을 도모하는 고퍼프도 지난해에만 10억 달러를 투자 받았으며 파산한 프리지노모어도 지난해 3월 1540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

프리지노모어 파벨 다닐로브 공동창립자나 고릴라스 카안 쉬머 CEO는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속도를 중시한 퀵커머스 업계에서 기업들이 새롭게 추구할 수 있는 경쟁요인이 무엇인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정말 속도인가를 제대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지노모어 파벨 다닐로브 공동창립자는 자신들이 잘못된 지표를 강조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고객은 (배송시간이) 15분이라는 것보다는 매장에서 어떤 상품을 살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송 속도보다 SKU(상품종류수)를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활발한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고릴라스 카안 쉬머 CEO는 가격에 신경쓰지 않고 극도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트렌드 세터의 커뮤니티와 그들의 팔로워가 브랜드를 확산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