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이 왜 코딩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대답 by 엘리스

코딩 열풍이 불 때, 나같은 뼛속깊은 문송들까지도 뭔가 코딩을 배우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파이썬, 일주일만 하면…” 같은 프로젝트를 했었고, 정확히 사흘만에 때려쳤었다. 내 손가락은 느렸고, 머리는 돌아가지 않았다. 모두가 코딩을 해야 하는 시대라니, 영어말고도 내게 고통을 주는 또 다른 언어가 생기다니.

내가 고통을 받든 말든, 세상은 달라졌다. 개발자의 몸값은 계속해 뛰었고, 꽤 많은 회사에서 IT 직군이 아닌 이들에게까지 자동화 교육 등의 이름으로 코딩을 가르쳤다. 이과 출신이 아니더라도 직능교육을 받아 개발자로 전직하는 사례들이 나왔다. 개발자와 비개발자가 협력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났고, 그래서 개발자와 같이 일하기 위해서라도 코딩 교육을 찾는 이들이 생겨났다.

엘리스는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코딩 교육 플랫폼 중 하나다. 온라인 플랫폼 안에서 코딩 교육과 코딩 시험장을 제공한다. 창업자인 김재원 대표가 카이스트 대학원생 시절 학생들의 시험지를 채점하는 반복 노동을 피하려고, 미국 유학시절 동료평가에 썼던 프로그램을 참고해 발전시킨 기술이 엘리스라는 플랫폼의 바탕이 됐다.

엘리스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인데, 비개발자에게 코딩을 가르쳐서 개발자와 소통할 수있는 역량을 기르게 하는 것이 첫째고, 두번째는 교육을 통해 개발자를 양성하는 일이다.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더라도 배워놓으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고 더 쉽게 다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듯이, 개발언어도 배워놓으면 여러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 김재원 대표에게 있다.

그러나 문과생의 입장에서는 김재원 대표의 믿음에 의문이 든다. 배운다고 모두가 개발을 잘 할 수 있게 될까? 배웠는데 그래도 개발을 못하거나 그저 그런 실력에 머무른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들 교육에 돈을 썼는데,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면  앞으로 내부 인재 개발에 투자를 줄이지는 않을까? 철저히 문과생의 입장에서 엘리스 김재원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재원 엘리스 대표

연구실을 떠나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게 2018년이다. 그때 코딩 교육 시장 상황은 어떠했나?

이세돌의 여파로 인공지능의 다양한 활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던 시기였다. IBM의 의료 인공지능 ‘왓슨’이 의사를 대체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었고, 개별 기업이 가진 여러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단순한 생각들도 존재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오히려 힘들었다. 인공지능만 붙이면 모두 해결될 줄 알고 직원들에게 교육을 시켰는데 실제 업무에는 활용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교육의 유효성에 대해 기업의 경영진들이 회의적으로 보기 시작하던 때다.

가르치기만 하면 알파고 같은 만들어 알았을 텐데 말이다(웃음). 그런 인식이 정상화(?)되는 시기는 언제였나?

기업 입장에서는 교육 효과가 없으니까 하지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IT나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매출을 확확 늘리고 있는 상황 때문에 실제로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난감해하는 상황이 벌어졌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래서 이걸 조금 더 유용한 방향으로 가보자고 시도한 회사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SK네트웍스다. 코딩 교육을 이론 말고 실무에 적용했는데, 좋은 결과를 내는 사례가 됐다.

엘리스의 대표적인 레퍼런스가 됐겠다

그런 사례들이 나오면서 교육이 확장 가능해지는 상황이 왔다. 당시 SK네트웍스가 그룹 내에서 빠르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하는 상황이었다. 그 안에 있는 렌터카나 SK매직 같은 렌털 서비스를 온라인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엘리스가 기업들의 코딩 교육 플랫폼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인가?

처음 시작할 때는 그랬다. 엘리스를 두 가지 관점에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엘리스로 개발자를 양성하기도 하지만, 비개발자가 개발자와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준다고 보는 관점도 중요하다. 우리가 사업을 시작할 때 비전공자들이 개발을 이해하게 하는데 역량을 집중했고, 2020년 말부터 실제로 개발자를 양성하는 데까지 왔다. 이 두 가지 사업을 같이 확장하고 있다.

개발자가 되려는 이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것보다, 개발자와 대화하려는 이에게 개발에 대한 기본 역량이나 교양을 심어주는 일이 훨씬 어려울 것 같다. 사고 구조를 전환하는 일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모두가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동의한다. 나도 파이썬책을 사서 공부하다가 사흘 만에 때려친 적이 있다

기본 설정은 ‘실패’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대신 교육을 받는 사람 중에 단 10%만 성공하더라도 소프트웨어는 파워풀해진다. 시도를 했으니 모두가 다 성공해야 한다는 개념보다는, 100개의 시도에서 10개의 성공을 만들면 그 효과(impact)가 크다는 개념으로 가야 한다. 이들이 조직 내에서 개발자와 비개발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10명이 조직 내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기업에서 코딩 교육을 시키는데 기폭점이 됐던 성공 사례가 있다. 인사팀 소속 직원이 회사에 쌓여 있던 GPS 정보를 가지고 사고가 많이 나온 지점을 분석, 그 주변에 대처반을 만들어 빠르게 사고에 대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SK렌터카의 실제 사례다. GPS를 활용하는 서비스는 개발자가 만들지만, 그 개발자가 데이터를 분석해 비즈니스 문제 해결로 나아가기까지는 어렵다. 해야 할 일이 무척 많기 때문이다. SK렌터카의 사례는 교육을 받은 비전문가가 데이터를 보고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분은 인사팀 소속에서 데이터 전문 분석가로 직무 전환이 이뤄졌다. 이런 분들이 개발팀에 필요한 기능 등을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개발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회사 내에 협업할 수 있는 능력자가 생기는 거다.

그래도 어떤 성향의 사람이 성과를 내는지와 같은, 그런 통계가 나올 있지 않나?

솔직히 말하면 지금 상황에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비율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있다. 직원이 수천명대의 회사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단계별로 탈락자가 생긴다. 거의 3000명에 가까운 직원이 같이 교육에 들어가도, 마지막 단계에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이는 40명에서 50명 수준이다. 그렇지만,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이 패배자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면 이들에게도 이득이다. 성과를 내지 못한 사람도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다.

나머지 90%가 갖는 그 상승 효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차적으로는 개발자에게 기능 개발을 요청할 때 어느정도 그들의 고충을 이해해 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거고, 그렇게 되면 협업이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거다.

2차적으로는, 전산학적 사고를 키우는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데이터가 어떤 종류가 있고 그걸 활용해서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있는지에 대해 기존에는 표면적인 이해만 있었다면 그 상세한 부분에 대해 이해가 가능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를 이야기 했을 때, 통상은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한다는 이미지만 갖고 있다. 그런데 교육을 통해서 자율주행 차량이  알고리즘을 통해 이미지 데이터에서 정보를 추출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걸 일상생활에 응용해서 생각할 수 있다. CCTV나 명함앱이 어떤 원리로 원하는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원리를 아는 것만으로도 기본적으로 사고가 확장되는 부분은 확실히 있을 수 있겠다. 기존에는 문과생이 왜 굳이 코딩을 배워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꼭 모든 이에게 코딩 교육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창업을 한다거나 혹은 승진을 하는 등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되는 입장에서는 코딩 소프트웨어 역량이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역량이 없이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현재 사회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글로벌 기업들의 리더들을 보면 거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이다.

필요한 건 알지만 너무 어렵다. 코딩을 쉽게 배울 수는 없을까?

쉽게 배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절망) 어려운 건 어렵게 배워야 하겠지만…

쉽게는 가르쳐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학문이 쉬워지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쉽게 가르치려는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학생들이 이 어려운 학문을 포기하지 않게, 조금 더 차곡차곡 완만하게 가는 방향으로 솔루션과 콘텐츠를 개발하는 거다.

스스로 코딩하는 AI, 알파코드도 등장했다. 이제는 문과생 말고도 개발자도 언제까지 내가 코딩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건 아닐까?

코딩이라는 것도 핵심은 데이터를 생성하면서 지금까지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았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디지털화로 해결화는 과정이다. 코딩이라는 학문이 그 과정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만들어준다. 그러나 이 데이터로 해결하려는 문제를 창출하는 영역은 인간이 하는 거라고 보여진다. 알파코드와 같은 툴은 인간이 정한 목표 지점을 향해 나아갈 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엔지니어가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전문가 만큼 존중받는 직업이 됐다. 그런 방향의 인재들을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는 교육 방식이 조금 더 효과적이어야 한다. 보다 효율적인 플랫폼 중심의 교육을 운영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엘리스가 가장 잘 하는 일이라고 본다.

그 지점에서 올해 개발자를 1000명 이상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엘리스가 국내 주요 대기업과 금융권의 코딩 교육을 도맡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디지털 대전환에 필요한 교육 부문에서도 빠른 확장을 하려 한다.

따라서 올해 매출액 자체는 지난해 대비 200% 이상 상승할 거라고본다. 하반기부터는 이런 솔루션을 다양한 국가에서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도 기대한다. 지난해 베트남과 싱가포르를 두드렸고, 올 하반기부터는 미국 시장으로 솔루션을 확장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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