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의료를 허용하게 된다면 육하원칙을 따져 어떻게 허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특히 초진을 원격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원격 의료 제공 업체들의 사업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는 31일 열린 한국원격의료학회 비대면 진료 심포지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비대면 진료’에서 이와 같은 의견을 냈다.

이날 행사에서 최 대표는 “원격 의료가 허용될지 말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허용될 것인가가 핵심이다. 누가, 누구에게,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세부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다양한 유형의 옵션들이 있다. 이 옵션들이 어떻게 구현되는가에 따라 아주 다른 모습의 원격 의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 의료를 제공하는 주체인 ‘누가’는 모든 의사, 1차 병원 의사, 지역별 의사, 지역 주치의가 될 수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상인 ‘누구에게’ 카테고리에는 모든 환자, 만성질환 환자, 지역별 환자, 감염질환 환자, 격오지 환자가 있다.

‘언제’에는 항상, 초진, 재진, 감염병 유행 상황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무엇을’은 진단과 처방, 교육과 상담, 내원 안내, 단순 모니터링이다. ‘어떻게’에는 문자, 음성 전화, 화상 전화, 웨어러블 기기, 챗봇, 인공지능(AI) 등이 포함된다.

최 대표에 따르면 이 모든 옵션들이 극대화되는 경우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원격 의료가 활성화된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봐도 어떤 방식으로든지 간에 제한을 둔다. 한국의 경우 현재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대부분의 옵션을 제공하는 상황인데, 원격 의료 합법화를 위해서는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최 대표의 의견이다.

작년 등장한 강병원 의원 발의안을 살펴보면 1차 병원 의사, 만성 질환 환자(고혈압, 당뇨, 부정맥 등), 재진, 교육과 상담, 내원 안내, 단순 모니터링, 문자, 음성 전화, 화상 전화, 웨어러블을 대상으로 원격 의료를 한정한다.

최혜영 의원 발의안에서는 1차 병원 의사(보건복지부령으로 예외 가능), 만성질환 환자(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함), 교정시설과 격오지 환자, 재진(추가적 대면 진료 전제), 진단과 처방, 교육과 상담, 내원 안내, 단순 모니터링, 문자, 음성 전화, 화상 전화를 대상으로 한다.

최 의원은 특히 의료계에서 관심을 가지는 질관리 부분에 의료인 면책 조항을 포함했다. 환자가 의료인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우, 통신오류나 장비 결함이 있는 경우, 환자 과실로 진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 의료인 책임을 면한다는 내용이다.

중요한 점은 두 가지 안 모두 재진만을 원격 의료로 허용한다는 것이다. 최윤섭 대표는 “지금 산업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할 한 가지 요인은 초진을 원격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다. 초진을 원격으로 할 수 없다면 대부분 원격의료 회사들의 사업 모델의 수정은 불가피하다. 사업성에 대한 타격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원격 의료가 사업성이 나오는 비즈니스인가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건당 진료비와 진료건수를 높여야 플랫폼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데 두 개 다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진료비는 국가가 컨트롤한다. 모든 잠재적 지불자는 건강 보험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가산 수가를 줄 근거와 명분도 분명하지 않다. 의료 접근성이 낮은 미국에서도 원격 진료 이용률은 아직 10% 정도다. 한국에서는 대면 진료 질이 높은 만큼 미국보다 높은 기대치가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원격 의료의 사업성에 대해 추가적으로 고려할 이슈로 최 대표는 의약품 배송 합법화를 꼽았다. 해당 이슈는 원격 의료의 서비스 매력도와 환자 경험과 직결되는데 현재 완전히 별개로 논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윤섭 대표는 “원격 의료가 주는 가치가 아주 매력적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가려 하면 결국 의약품 배송까지 매끄럽게 제공해야 하는데 이 이슈는 현재 원격 의료 합법화와는 별개로 논의되고 있다. 산업계 입장에서는 전향적으로 풀려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과금 방식도 활용하기 쉽지 않다. 진료비의 일부를 원격 의료 플랫폼이 과금하기는 어렵다. 의료인에게 플랫폼 사용료를 정기 과금하는 구조는 가능하다. 결국 사업성이 환자 숫자, 진료 건수와 직접적인 연계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메인 사업으로 유입을 많이 모아 인접 영역으로 확장해 수익을 내는 슈퍼앱 전략도 의료 영역에서 가능할지 지켜봐야 한다. 최 대표는 “메인 사업을 원격 의료라고 놓고 봤을 때 얼마나 높은 빈도로 쓰게 되는 비즈니스인가를 질문해봐야 한다. 하루에도 카카오톡 메신저는 여러 번 쓰지만 병원을 얼마나 자주 가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성은 기자<sag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