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최근 가구 배송을 다시 시작했다. 한동안 가구 배송을 멈춰왔던 이마트의 마음을 연 곳은 물류 스타트업으로 알려진 ‘하우저’다. 하우저가 흥미로운 것은, 쿠팡의 ‘가구도 익일 배송’을 가능케한 데라서다. 가구는 배송 표준화가 어려운 제품이다. 그래서 물류 시스템을 잘 갖춰온 대형 커머스조차 자체 배송을 하기 꺼려한다.

어려운 시장을 뚫어내는 하우저의 무기는 데이터와 시스템이다. 주문받은 가구가 최종 소비자의 집에 들어가기 까지, 필요한 모든 영역을 분절화하고 시스템화해서 최적의 효율을 추구한다. 하우저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AWS)에 비유한다. 가구 배송에 필요한 모든 일을 우리가 제공할테니, 가구사나 커머스는 필요한 기능만 가져다 쓰라는 거다. 가구 시장에서는 찾기 힘든 이 독특한 시스템이 하우저가 두각을 드러내게 된 이유다. 네이버와 직방이 일찌감치 가능성을 알아봤고, 24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25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하우저 사무실에서 만난 심준형 대표의 첫인상은 천상 개발자였다. 실제로 심 대표는 창업 전에 게임 회사인 네오위즈에서 개발과 기획을 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 SK플래닛에서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을 운영하다 한샘으로 건너가 가구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게임이든, 메신저든, 가구든 심 대표가 쌓은 역량은 ‘디지털 플랫폼’이다. 그 이력과 경험이 가구 배송이라는 까다로운 영역을 해결하는 핵심 열쇠가 됐다.

심 대표는 하우저를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일흔명 직원 중에 기획과 개발을 맡은 팀의 인원이 스무명 남짓이다. 앞으로 개발팀의 인원을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가구 시장이 디지털로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았다는 뜻이 된다. 심 대표에게 하우저가 어떻게 가구 시장을 바꿔 놓을 수 있을지를 물었다.

심준형 하우저 대표

하우저가 이마트의 가구 배송을 맡았다는 뉴스를 봤다. 쿠팡이나 지누스의 가구 물류도 하고 있고. 대형 커머스에서 가구 배송을 직접 하기 어려울까? 하우저는 어려움을 어떻게 풀었나?

가구 배송은 정말 어렵다. 상품이 특별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은, 하나의 주문에 배송되는 상품 박스가 하나가 아닐 경우가 많다. 부피가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침대 같은 경우에도 매트리스가 한 박스, 프레임도 서너박스가 된다. 물론, 침대 하나에 박스가 하나인 경우도 있고. 실제 제품 정보 구조가 모두 다르게 짜여 있으므로, 그에 맞춰 시스템에서 가구 정보를 입력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제품 발송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 배송 기사가 이 부분을 잘 숙지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에 이사를 했는데, 보니까 가구는 배송을 받는 것도 일반 택배와는 다르더라

상품을 일반 택배처럼 집 앞에 두고만 오면 되는 것도 아니다. 시간 약속을 잡고 방문해서 설치를 해야 하고, 또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지게차를 사용할 수 있는지, 계단 사이즈는 어떻게 되는지 등도 모두 체크해야 한다. 새 가구가 들어가면서 기존의 가구를 이동할지 버릴지도 결정해야 한다. 반품을 결정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회수해 갈지 여부를 정하는 것도 모두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일어나는 일들인데 이런 것들이 관리가 되지 않으면 (배송) 사고가 날 수 있다. 이런 일을 전국적으로 해야 한다.

지금 얘기한 부분이 모두 가구 배송은 어렵다 증명하는 것이다. 일원화된 경험을 고객에게 주는 정말 쉽지 않을 같은데

결국에는 시스템의 힘이라고 본다. 데이터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기사님들이 매일 매일 다른 가구를 배송한다. 그간의 가구 배송 이력이 데이터로 남아 있으므로 해당 기사가 이 가구를 이미 배송한 경험이 있는지 유무를 시스템으로 알려준다. 만약 처음 배송하는 가구라면, 작업에 필요한 매뉴얼이나 운반이나 설치에 유의할 점 등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다른 기사들도 하자를 많이 냈던 가구이니 이런 이런 부분에 이슈가 있을 수 있다, 조심해라” 등의 정보도 포함된다. 자동차에서 내비게이션이 사고가 많이 나는 지역을 알려주는 것 같은 시스템이다.

이렇게 분절돼 있는 작업을 시스템화 한다고 가정했을 가장 먼저 고려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이 상황을 잘 담을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온라인은 내가 설계한 대로 프로세스를 짤 수 있지만, 오프라인은 그렇지 않다. 이 프로세스가 실제 현장에서 잘 돌아가줘야 한다. 그런 부분을 맞춰가면서 시스템을 바꿔야 했고, 또 새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를 도입하는데 아무래도 오프라인은 저항감이 크다. 그걸 바꿔나가는 게 힘들지 않았었나 생각이 든다.

이번에 이마트가 하우저랑 파트너가 데에는, 쿠팡이나 지누스라는 레퍼런스가 있었던 도움이 됐을 같다. 쿠팡하고는 어떻게 같이 일을 하게 됐나?

저희가 따로 영업을 하지는 않는다. 대체로 파트너사들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데, 상대편 기업의 규모가 크던 작던 간에 모두 동일한 룰로 대응을 한다. 그런 부분이 신뢰를 주지 않았나 싶다.


어떤 룰인가?

고객이 듣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형태로 시스템과 룰을 만든다. 예를 들어 쿠팡 같은 경우에 첫 미팅에서 ‘전국 익일 배송’을 요청해왔다. 우리가 ‘수도권 익일 배송’을 테스트하고 있었던 때다. 그날 미팅에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제가 직접가진 않았는데, 갔다고 해도 마찬가지 대답을 했을 거다. 그런데 쿠팡에서 우리와 함께 한 이유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곳이 딱 우리밖에 없었다고 하더라.

불가능한 것을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이 신뢰를 쌓게 했나

대신 역으로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프로세스를 그리고, 보관비 시뮬레이션도 해서 보여주고, 그런데 그 숫자가 정확하니까 신뢰가 쌓였던 것 같다. 그렇게 최근에는 1인 배송도 시작을 했고.

대표의 이력도 흥미롭다. 창업 전에 게임 회사에서 일했다고 들었다

네오위즈에서 피망을 담당했다. 당시에 서비스와 마케팅, 기획, 디자인, 개발 등을 했다. 이후에 SK로 옮겨서 네이트온과 글로벌 향 메신저를 만들고 있었는데, 당시에 한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커머스를 포함한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려고 하는데, 맡아줄 수 있느냐는 제안이었다. 가구를 추천하고 검색하고 인테리어 시뮬레이션을 하고 커머스도 붙이는 그런 영역이었다.

디지털의 영역에서 가구 시장을 보다보니 아날로그에 가까운 물류를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원래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오히려 제대로 된 가구 추천을 하기 위한 로직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제대로 추천하려면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실제 가구 배송을 하게 되면 누가 어떤 가구를 쓰고 있는지를 제일 잘 알 수 있다.

배송가서 집에 들어가보면 아니까!

우리가 상품을 배송하지 않나. 또, 배송 완료 후 사진을 찍으니까 그 데이터가 추천에 가장 좋은 백데이터가 된다. 거기에는 위치정보까지 포함이 된다. 자세한 주소까지는 알 필요 없지만, 최소한 어느 지역의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가구가 잘 나가는지 알 수 있다.

가구사들이 매우 궁금해할 정보다

가구사들이 많이 물어본다. 어떤 게 잘 나가는지, 우리는 어떤지 그런 것들 말이다. 어떻게 보면 그런거는 하우저만 아는 데이터가 되는 거다. 이런 것들이 추천의 백데이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서 이쪽 일을 시작했다. 가구사들이 이 일을 직접하는 건 불가능하기도 하고.

물류를 직접 하는 말인가?

말은 물류지만 실제로는 다 데이터다. 데이터를 관리하고 시스템을 만들고, 실제 창고를 운영하면서 배송 물건을 다 나누고, 이 일을 전국 규모로 한다는 것 자체가 개별 가구사가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돈도 많이 들고.

이전 인터뷰에서 하우저를 ‘SaaS(Software as a Service)’라고 설명한 것을 봤다. 마치 아마존처럼, 가구 배송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을 서비스로 제공하겠다는 뜻인데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마존의 AWS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가구사들이 사업을 할 때 필요로 하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상품 보관, 검수를 비롯해서 재고 관리, 판매 관리도 해야 한다. 나중에는 AS까지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해서 밀접하게 연결해야 한다. 이걸 잘 하는 툴이 솔직히 지금까지 없었다. 특히 가구라는 독특한 상품 정보를 잘 다룰 수 있도록 온라인 오프라인 서비스를 다 제공하겠다는 것이 하우저의 비전이다. 그 개념이 SaaS 형태가 될 것 같다. 그러니까 가구사는 필요한 기능을 골라서 돈을 내고 쓰는 거다.

추천도 배송도 모두 된다. 이렇게 되면 오늘의 같은 B2C 커머스를 직접 하는 것도 가능할 같은데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다. 왜냐하면, 대기업(커머스 포함)도 우리에게는 중요한 고객이고, 그들 역시 하우저를 안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굳이 직접 배송 서비스를 할 필요가 없다. 처음에 게임 회사에 AWS가 도입이 됐을 때를 생각해보면, 시스템 엔지니어들의 100%가 다 반대를 했었다.

우리 거를 써야지, 남의 클라우드를 쓰느냐는 반대였나?

그렇다. IDC에 설치해야 한다는 거였는데 지금은 대기업도 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지 않나? 내부에서 IDC를 운영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졌다. 세상이 변해서 대기업도 다 AWS를 쓰는데, 우리가 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은 가구사만 SaaS를 쓰는게 아니라, 우리의 품질이 올라가고 고객의 요구 사항을 잘 받아들일 수 있다면 고객 저변은 더 확대될 거라고 본다. 실제로 지금도 여러 고객사의 문의가 오고 있다.


현재 물류창고 규모는 어떻게 되나?

메인 허브로 쓰는 곳이 2만2000평 정도 된다. 또 각 지역에 저희 물류만 운영하도록 계약한 협력업체가 열군데 정도 된다.

아까 쿠팡한테 “전국 익일 배송은 불가능”이라고 말했다고 했는데, 지금 전국 배송은 어느 정도 걸리나?

쿠팡의 경우에는 오후 2시까지 판매된 제품은 전국으로 다음날 배송이 가능하다. 전부는 아니고 80% 정도 수준이다. 극단적으로는, 오전에 입고되면 바로 나갈 수도 있다. 물론, 현장에서는 좀 싫어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회사 규모가 커지니까, 캐파도 훨씬 커져야 할 것 같은데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공간이나 기사 확충 이슈가 있다.

돈도 더 많이 필요할텐데. 추가 투자 유치 계획이 있나?

지금 투자 라운딩 중이다. 개인적으로, 개발에 관련한 직군을 최소 두 배 이상 규모로 키우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의 모든 효율과 경쟁력이 다 시스템에서 나온다. 앞으로 개발해야 할 것들이 200개가 넘게 남았다.

200개라니, 할 게 많다. 예를 한 두가지 들어줄 수 있을까?

작게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만든 ‘기사님 앱’의 업데이트다. 예를 들어 수도권의 경우 아침에 기사님들이 우리 센터에 와서 물건을 싣고 간다. 그런데 가끔 일부 상품이 차량에 실리지 않고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가 정말 다양하다. 출고 자체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출고했는데 하자가 있어서 교체된 경우도 있고, 밤사이에 주문 취소가 들어온 경우도 있다. 또, 차량내 적재 공간이 부족해서 별도로 차량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물류센터에서 데이터를 추적해서 어떤 이유로 물건이 남아 있는지를 빨리 찾아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앱에서 기사들이 왜 물건을 남기고 가는지를 체크할 수 있게 한다면 다음 단계의 일이 많이 빨라지고 리소스도 적게 든다. 효율이 생기는 거다. 이건 아주 작은 사례지만, 더 큰 일들도 있다. 이런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또 다른 예가 있나?

소비자가 가구를 사러 오프라인 상점에 갔을 때, 큰 회사 같은 경우에는 태블릿 화면을 보면서 상품을 고르고 인테리어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중소 가구사의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그런 기능을 갖추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종이에 그린다.

이것도 우리가 하려는 일 중 하나인데, 작은 상점에서도 시스템을 통해 견적을 내고 인테리어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면 그 가구사들이 더 전문적으로 고객에 응대할 수 있게 될 거다. 따로 배송 의뢰를 넣을 필요 없이, 그 시스템에서 주문이 끝나면 하우저에서 바로 배송 준비에 들어갈 수 있다. 그들도 리소스가 절약되고, 우리도 나름대로 (주문을 확인하는) 해피콜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그 가구사들도 하우저의 배송 시스템을 지속해서 쓸 수밖에 없게 되는 전략이겠다. 앞으로의 하우저의 비전은 어떻게 되나?

계속 매출을 늘려야 될 거다. “매출을 늘린다”라는 뜻은,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벌겠다는 의미를 넘어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는 얘기다. 이 능력은 시스템과 온라인, 오프라인의 역량이 모두 맞춰졌을 때 가능하다.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탄탄해지고 고도화되도록 끊임 없이 개선해야 한다.

또, 가구는 통상 두명의 기사가 하나의 조를 짜서 움직이는데, 온라인 가구 시장에 저가 가구 배송이 늘어나면서 1인 배송 역시 시장에서 필요로 하고 있다. 이 1인 배송을 3월부터 시작했고, 쿠팡에도 적용하고 있다. 1인 배송을 안착시키고 확대시키는 것, 물류 센터의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것 등도 계속 테스트하려고 한다. 그 측면에서 자동화 로봇 도입도 생각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가구사들이 우리 서비스 중에 필요한 것만 골라 쓸 수 있도록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모두 통합된 AWS와 같은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고 싶다. 가구사들이 하우저의 배송 서비스를 쓰지 않고 시스템만 써도 되고, 또 그러다가 배송 서비스를 추가할 수도 있도록 말이다. 이런 서비스를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모두 확대할 생각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