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름값이 급격히 뛰면서 생활물류업계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택배, 퀵서비스, 음식배달 등에 종사하는 특수고용직 근로자는 유류비를 고정비용으로 지출하는 만큼 여파가 큰데요. 가운데 배달라이더들 사이에서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일반인 배송 플랫폼을 중심으로 ‘도자킥’ 라이더 수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도자킥이란 도보, (일반/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로 배달업을 수행하는 라이더를 일컫습니다. 배민커넥트와 쿠팡이츠라이더를 필두로 ‘가능한 시간에 원하는 만큼 오토바이를 보유하지 않은 누구나 배달업을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며 형성된 개념이죠. 기본적으로 오토바이 라이더와 구분하기 위한 용어인데요. 오토바이 라이더들은 유상보험가입 등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배달을 생업으로 하는 전문 라이더와 플랫폼 라이더를 구분할 때 쓰이기도 합니다.

도자킥은 왜 늘까?

최근 도자킥이 늘어나는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여러 가지 플랫폼 배송 알바 중에서도 음식배달은 기름값을 쓰지 않고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자킥은 쿠팡플렉스나 오늘의픽업, 정육각런즈 등 새벽·당일배송 알바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위 알바는 여러 개의 물품을 한 번에 싣고서 출발해야 업무 시간 대비 효율이 나오니까요.

모 기자는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전동킥보드를 통한 배달 부업을 하기도 했다. (출처: 직찍)

타 플랫폼 라이더들이 음식배달 도자킥으로 한창 유입되는 중인 것인데요. 이를 방증하듯 최근 당일배송 플랫폼들의 이벤트 광고가 유독 늘었습니다. “하루 00개 배송 미션 달성 시 3만원 지급!” 저도 각종 플랫폼 라이더로 등록돼 있어 소식을 받고 있고요. 모 플랫폼은 정말 급한지 담당 부서에서 직접 전화까지 오셨더라고요. “00일에 배송 가능하신가요?”라면서요.

둘째, 날씨가 슬슬 풀립니다. 봄 날씨는 부업하러 외부를 돌아다니기에 안성맞춤이죠. 특히 도보나 자전거 배달의 경우 ‘운동 겸 부업’이란 인식이 자리 잡혔는데요. 최근 동네에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분들께서 배달용 보냉 가방을 메고 다니시는 모습을 하루 한 번 이상 발견하는 것 같네요. 겨울이 끝난다는 새로운 메시지 중 하나로 도자킥이 자리 잡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토바이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

도자킥이 급물살을 타면서 자영업 관련 커뮤니티를 비롯해 몇몇 언론사에서는 “오토바이 배달 라이더들이 도자킥으로 많이 넘어오고 있다”, “도자킥이 오토바이 배달을 대체할 수도 있다”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 라이더 인터뷰를 통해 “전기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로도 오토바이 운행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관련해 업계 종사자들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① 비수기의 시작

봄이 오며 많은 이들이 도자킥 체험을 시작하듯, 소비자들도 배달이 아닌 외식을 시작합니다. 배달시킬 사람도, 배달할 사람도 모두 밖에 있는 상황인데요. 배달업계에서는 3월부터 6월 여름이 오기 전까지를 극비수기로 봅니다. 즉, 콜이 적어 배달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죠. 추가로 거리 두기 제한이 완화될수록 콜은 줄어듭니다.

절대적인 콜 수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의 콜만 배차받을 수 있는 도자킥의 콜사(콜 사망, 배차가 아예 들어오지 않는 상황) 시간은 늘어납니다. 최저시급으로 따져봐도 1시간에 단가 3000원 배달을 최소 3건은 수행해야 할 텐데요.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제가 위치한 곳에서는 오후 4시 기준 1시간에 2건의 도보 배달밖에 수행할 수 없었습니다.

② 피크타임 한정 운영

결국 주문이 몰리는 식사시간 피크타임을 중심으로 운행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는 전업 라이더에게 너무 큰 제약으로 다가옵니다. 게다가 오토바이와 비교해 도자킥의 기동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기에 ‘한두 시간 내 바짝 벌어야 돼!’라는 강박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죠.


모 배달 라이더는 “커뮤니티에 공유되는 ‘전기자전거 배달 수익 인증’ 글만 보고서 할 만한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피크시간 중에서도 운 때가 잘 맞은 날 수익을 공유하는 것이지, 내 경험상 전기자전거로는 오토바이 운행 수익의 절반 정도밖에 가져가지 못하더라”라고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③ 힘들다

말 그대로입니다. 힘듭니다. 도보는 운행 1시간이 넘어가면 슬슬 무릎이 아프고, 종아리가 당깁니다. 자전거는 허벅지가 터질 것 같고, 어느새 골반에서 두둑 소리가 나죠. 전동킥보드는 “허리에 무리가 많이 오더라”라는 것이 경험자들의 반응인데요. 운동 겸 부업으로는 이만한 게 없던 것이, 장시간 운행하려니 아픈 데가 생깁니다.

④ 악천후 운행 불가

혹시 신체가 건강하며 체력이 매우 좋아 하루에도 7~8시간씩 도자킥이 가능하다고 칩시다. 그럼에도 이 최대 단점만큼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음식배달업계의 극극성수기인 악천후에는 운행이 어렵다는 점인데요. 그나마 도보는 빗길을 걷는 걸 즐긴다면 가능하겠지만, 자전거류는 안전문제와 장비 손상 문제가, 전동킥보드는 “목숨을 담보로 타야 한다”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악천후는 배달비 프로모션, 추가 수당 등을 통해 고수익을 올릴 기회입니다. 라이더들과 애증의 관계죠. 모 라이더는 인터뷰 중 “어릴 때 아버지께서 ‘비 오는 날은 배달원들 고생하니 시켜 먹지 마라’고 하셨는데, 여러분은 그러지 마시길 바란다. 각오하고 나왔는데, 콜까지 없으면 몇 배는 서럽다”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도자킥에게는 기회가 아닌, 영업 불가 신호지만요.

물론 오토바이 역시 악천후 운행 시 위험한 부분이 많죠. 그럼에도 철저한 안전운행을 기반으로 한다면 충분히 운행이 가능한 편인데요. 반면 도자킥은 외부 날씨에 노출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이동수단의 안정성 역시 떨어지기에 실제 라이더들도 극구 만류하더군요. “비가 조금만 와도 빙판길을 달리는 기분”이기 때문이며, “당일 수익보다 자전거·킥보드 수리비가 더 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⑤ 자영업자·소비자 불만 : 배달 퀄리티?

도자킥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가게 사장님들은 점차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습니다. “라이더 호출 시 도자킥이 올까 봐” 마음 졸이게 된 것이었는데요. 특히 음식의 온도·형태가 중요하거나, 부피가 큰 축에 속한다면 공포에 떨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피자 같은 음식 말이죠. 여전히 배달용 가방 없이 활동하는 도자킥이 있고, 등에 메는 가방 특성상 음식이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도 부담인데, 그렇다고 빨리 가달라고 재촉할 수도 없습니다. 속도를 높이면 음식은 더 흔들릴 테니까요.

소비자 불만도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직도 “도보 배달이 걸렸는데 왜 이렇게 늦게 오냐”, “자전거 배달원이 피자를 반으로 접어서 갖다 줬다” 같은 불만 섞인 후기들이 공유됩니다. 이는 ‘나도 배달비 주고 시켰는데 왜 상대적으로 느리고, 안정성 부족한 서비스를 받아야 하나’라는 불만이라 정리할 수 있습니다.

몇몇 자영업자는 ‘도자킥이 음식 픽업을 올 시 주문을 취소하겠다’라고 공지하는 등 도자킥 기피 현상은 여전한데요. 일 자체도 힘들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며, 가게 사장님과 소비자 눈치까지 봐야 하기에 ‘도자킥 전업화’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견이 절대적입니다.

그럼에도 도자킥이 필요한 이유 : 배달비 안정화

그렇다면 도자킥은 왜 필요할까요? 플랫폼들이 ‘가능한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할 수 있는 꿀알바’라며 도자킥 모집 광고에 힘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배달비 때문입니다. 최근 ‘배달비 1만원 시대’라는 키워드와 함께 ‘끝을 모르는 배달비 상승으로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가 고통받고 있다’라는 기사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됐는데요. 실제로 배달비가 1만원 수준으로 올랐나에 대한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배달 플랫폼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배달비를 결정짓는 요소들은 매우 복잡하고 첨예하게 얽혀 있습니다. 물가 상승, 부동산 가격 상승, 최저임금 상승, 특고종사자 보험 적용, 단건배달 유행, 배달라이더 종사자 수, 플랫폼 수익과 수수료, 배달대행사 운영특성 등 실로 다양한데요. 그중 배달라이더 숫자 부족 문제가 가장 도드라지면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만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쿠팡이츠라이더의 피크타임 보너스 미션 광고

라이더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점피 찍먹’, ‘저피 찍먹’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각각 점심 피크와 저녁 피크 때 높은 단가의 콜만 찍어 먹는다는 의미입니다. 평소처럼 AI 자동배차를 사용하지 않고 말이죠. 피크에는 배달 주문이 폭증하면서 라이더 수가 모자라는 현상이 발생하기에 배달 단가가 높은데요. 이를 이용해 짧은 시간에 고수익을 내기 위한 운행 방식입니다.

배달 플랫폼들은 최대한 많은 도자킥을 확보해 위 피크시간 배달비를 안정화하고 싶습니다. 특히 저 시간대에는 픽업·배달 거리가 먼 콜은 기피 대상이 되는데요. AI 자동배차를 통해 강제 배차해봤자 찍먹 용사들을 막을 수는 없죠. 그래서 웃돈을 얹어 얼른 라이더를 구해야만 소비자 항의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부업도 할 겸 운동도 할 겸 거리로 나온 도자킥 라이더라면? 피크시간 단가에 상대적으로 덜 예민한 것이 사실입니다. 라이더 직접고용 전략이 사실상 실패함에 따라 도자킥에 희망을 걸어보는 모양새입니다.

결론은 ‘도자킥이 오토바이 라이더를 대체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도자킥 라이더는 피크시간을 비롯해 전반적인 배달비 안정화에 도움을 준다’입니다. 고로 도자킥을 너무 미워하지 맙시다. 적절한 장비 등 배달 퀄리티를 갖출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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