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화웨이를 죽이지 못했다. 세계 최대강대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실적을 발표했다.

화웨이는 지난 28일(현지시간) 2021년 경영실적에 대한 연례 보고 간담회를 개최했다. 발표된 수치는 매출 6369억 위안(약 122조 1319억 원), 순이익 1137억 위안(한화 약 21조 8031억 원)으로,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8.6%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75.9% 증가했다.

궈핑(GuoPing) 화웨이 순환회장은 “2021년 실적은 대체적으로 예상과 일치하는 수준이었다”며 “지난 한 해 동안 통신 네트워크 사업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엔터프라이즈 사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으며, 컨슈머 사업 부문은 빠르게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됐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트럼프 시대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심에 서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웨이 제품에 (이용자의 정보를 중국 정부에게 빼돌릴 수 있는) 뒷문이 있다는 의혹을 던졌고, 우방국에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협력을 요청했다. 또 화웨이가 반도체를 공급받거나 스스로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도록 부품과 소프트웨어 공급망을 방해했다. 이로 인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화웨이의 2021년 매출이 28.6%나 줄어든 것도 스마트폰 사업의 축소가 가장 큰 이유였다.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는 캐나다에서 체포돼 3년 가까이 구금되기도 했다. 화웨이와 연계된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를 위반해 이란에 장비를 판매하려 했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해 합의를 거쳐 중국에 복귀했다.

하지만 화웨이의 모든 사업이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이날 실적발표에 따르면, 2021년 화웨이의 통신 장비 사업은 약54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스위스, 독일, 핀란드, 네덜란드,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13개국이 화웨이의 5G 장비를 도입했다고 회사 측은 발표했다. 또 제조, 광산업, 철강, 항만, 의료 등의 산업에서 3000건 이상의 산업용 5G 애플리케이션 계약도 체결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델오로 그룹에 따르면,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의 28.7%를 차지하며 이부문에서 글로벌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타격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전 점유율은 31%에서 다소 줄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의 축소와 통신장비 시장에서의 제재를 이겨내기 위해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고 스마트폰 이외에도 다루는 소비자 기기의 품목을 확대했다.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사업의 경우 2021년 약 20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화웨이는 광산업, 스마트 로드, 세관, 항만 등 특정 산업을 위한 전담 팀을 구성해 특화 솔루션을 제시하는 중이다.

화웨이의 컨슈머 사업 부문은 약 47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웨어러블, 스마트 스크린, 무선 스테레오(TWS) 이어버드, 화웨이 모바일 서비스(HMS) 분야에서 매출이 성장했다고 전했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 웨어러블과 스마트 스크린 분야는 모두 전년 대비 3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단말기 사업도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다. 화웨이는 지난 해 안드로이드와의 결별을 선언한 바 있다. 미국 기업인 구글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화웨이는 홍멍OS(하모니OS)라는 독자 운영체제를 개발해 자사 단말기에 탑재했다. 홍멍OS는 2021년 기준 2억 2천만 대 이상의 화웨이 단말기에 탑재됐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은 큰 타격을 받았고, 샤오미 등에 스마트폰 시장을 내준 바 있다.


궈핑 순환회장은 “앞으로도 화웨이는 디지털화, 지능형 혁신, 저탄소화에 대한 여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화웨이는 인재, 과학 연구, 혁신 정신을 바탕으로 기초이론,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패러다임을 재편하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계속해서 확대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