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쿡신문] 웹3.0이라는 유토피아?

이번주 외쿡신문입니다.

실리콘밸리는 최첨단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곳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이념을 전파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 이념은 주로 ‘반체제적 자유주의’ 성향을 띠고 있습니다. 개인이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중앙에 집중화된 힘을 개인에게 분산시켜야 하고, 기술이 이를 구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히피’ 출신인 스티브 잡스는 1980년 개인용 컴퓨터인 ‘애플3’을 출시하며 “개인의 힘을 강화하는 발명품”이라고 광고를 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중앙집중’보다 ‘분산화’ ‘개인화’ 기술을 높게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에는 언제나 괴리가 있습니다. 대단한 이념이라도 현실화 시켰을 때는 그 이념이 추구했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노동해방과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이상과 이념이 현실에 구현됐을 때 그 모습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본질적으로 인간해방을 꿈꾼 이념이었는데, 그 이념이 현실화 된 사회에서 인간은 더 억압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기술들은 스티브 잡스의 광고처럼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런 면이 있기는 합니다. 이제 누구나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일과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합니다. 1970년대처럼 컴퓨터(메인프레임)를 쓰려면 허락을 받고 정해진 시간 동안만 이용할 수 있는 상황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러나 개인용 디바이스가 발달하면서 역으로 개인은 더욱 조직에 묶이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퇴근 이후에도 쉴 새 없이 울리는 이메일과 메신저에서 볼 수 있듯 새로운 기술은 조직의 개인 통제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은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 민주주의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오히려 거짓 정보나 극단적 주장을 난무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함에도 자신과 같은 의견을 담은 정보만 보게 되는 확증편향 효과도 강화됐습니다.

돌아보면 기술이 발달할수록 개인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거대한 초국적 기업에 종속되는 경향이 강해지기도 했습니다.

반체제적 자유주의 이념은 최근 실리콘밸리를 뜨겁게 달구는 ‘웹3.0’에도 흐릅니다. 웹3.0은 디지털 파일에 소유권을 부여할 수 있는 NFT(대체불가토큰), 기업의 지배구조를 민주적으로 바꿀 수 있는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중개자가 없는 금융시스템을 구현하는 DeFi(탈중앙화 금융) 등으로 대표됩니다. 웹3.0 찬양론자들은 이 기술이 정부와 조직의 각종 규제와 억압으로부터 개인을 해방시킬 것으로 포장합니다.

그러나 웹3.0이 제시하는 유토피아가 정말 구현될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위험하다는 중앙집중 금융시스템보다 안전하다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자산 경제시스템에서 더 많은 해킹사고와 정보유출이 일어나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무의미한 디지털 이미지가 NFT라는 겉옷을 입고 투기꾼의 장난감이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정부의 규제를 벗어난 자유로운 통화시스템이라는 비트코인이 가장 쓸모를 발휘할 때는 불법자금을 거래할 때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합니다.

유토피아적 가치를 내걸고 목소리를 높이는 곳은 좀더 주의 깊게 봐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그런 상황에서 이익을 얻는 이들은 몇몇 선동가에 불과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테크 산업계의 미사여구는 세상을 바꾸기보다는 억만장자 몇몇을 만들어내는 결과만 도출할 때가 많습니다.

◊ ‘후루룩 뉴스’

인텔, 10년간 유럽에 110조원 투자 계획

인텔이 유럽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합니다. 팻 겔싱어 인텔 CEO에 따르면, 인텔은 독일·아일랜드·이탈리아·프랑스 등지에 반도체 개발·생산 관련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10년 간 800억유로(약 109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로써 인텔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제조공정 변화를 꾀하는 전략 ‘IDM 2.0’을 실현해 나갈 방침입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170억유로(약 23조2846억원) 규모의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 2개를 건설합니다. 해당 생산라인에서는 인텔의 최선단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가 생산되며, 2023년 상반기 착공을 시작해 2027년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독일 반도체 생산라인이 밀집한 지역에 ‘실리콘 나들목(Silicon Junction)’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아일랜드에도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할 예정입니다.

인텔은 현재 이탈리아 정부와 백엔드 제조시설(후공정 처리시설) 구축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45억유로(약 6조1636억원)를 투자해 EU 내에 최초의 백엔드 시설을 설립하겠다는 것이 인텔의 계획입니다. 또한 프랑스에는 R&D 허브를 구축해 유럽 반도체 설계 서비스의 중심으로 만들 예정이다. 이외에도 인텔은 폴란드, 스페인 등지에도 반도체 가치 사슬 형성을 위한 투자를 단행합니다.

인텔이 유럽에 투자를 강화하는 이유는 테크 신냉전 시대와 관련이 있습니다. 현재 지난 몇년간 미중 갈등으로 기술 분야에서 신냉전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 반도체와 같은 공급망의 핵심 기술이 과거 냉전 시대의 핵무기와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반도체 기술발전을 지체시키고, 미국 한국 대만 등이 한 팀이 되어 반도체 카르텔을 형성하자는 계획입니다. 인텔이 유럽에 대규모 투자하는 것이나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유럽, 아마존의 MGM 인수 승인…미국은?

우렁찬 사자 울음소리로 영화팬들에게 잘 알려진 영화제작사 MGM이 아마존에 인수됩니다. 유럽의 반독점 당국이 이번 거래를 조건 없이 승인했고, 미국의 경쟁당국도 별다른 이견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이 대기업의 인수합병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어 그 결과를 주목해 왔으나, 이번 인수는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아마존의 MGM 인수금액은 대략  84억5000만달러(약 10조2700억원)로 알려져있습니다.

유럽이 이번 거래를 승인한 것은 MGM이 필수 콘텐츠를 보유하지 않았고, 아마존의 시장지배력도 경쟁사에 비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MGM은 1924년 창업한 제작사로 ‘007 시리즈’ ‘록키’ 등을 포함해 4000여편의 영화와 TV 드라마 작품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 콘텐츠들이 모두에게 필수적 요소는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아마존은 이용자를 락인(Lock-In)하는 방법 중 하나로 콘텐츠를 육성해왔습니다. ‘아마존 프라임’은 미국에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과 경쟁하는 3대 OTT 서비스로 평가되지만, 경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아마존이 MGM을 확보하면서 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쩐의 전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리지널 확보를 위한 경쟁이 커질 것은 분명한데, 제작비용 등이 만만치 않습니다. MGM을 껴안은 아마존이나 디즈니, 마블, 픽사 등을 갖고 있는 디즈니 플러스 같은 서비스 등이 넷플릭스와 경쟁하고 있는 판국이라 각 로컬에 있는 중소 규모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생존 대책 마련도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입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쿠팡 주식 또 매각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쿠팡 주식 10억 달러 어치를 매각했습니다. 우리 돈으로는 1조 3000억원 가량입니다. 지난 1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비전펀드는 쿠팡 주식 5000만주를 주당 20.87달러에 매각했습니다. 당시 이 소식에 쿠팡 주가는 17% 가량 급락했습니다.

비전펀드의 쿠팡 주식 매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비전펀드는 앞서 2021년 9월에도 쿠팡 주식 5700만주를 주당 29.685달러에 매각했습니다. 이로써 비전펀드가 지난해부터 매각한 쿠팡 주식은 약 3조 3000억원 어치가 됩니다.

두 차례 매각에도 불구하고 비전펀드는 여전히 쿠팡의 최대 주주입니다. 비전펀드는 2015년, 2018년 쿠팡에 30억 달러를 투자해 쿠팡 기업 공개(IPO) 당시 클래스 A(일반주) 기준 37%를 보유했었습니다.

현재 쿠팡의 주가 상황은 나쁩니다. 지난해 3월 뉴욕증시 상장 첫날 주당 63.5달러에 거래를 시작하며 기대감을 모았으나 지난해 순손실액 상승 등 이유로 주가가 계속 하락했습니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쿠팡의 주가는 19.24달러입니다. 공모가(35달러)를 한참 밑도는 수준입니다. 다만 주가하락은 쿠팡만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비슷한 시기에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공모가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한편, 쿠팡은 올해 수익을 개선할 예정입니다. 쿠팡은 조정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 손실 규모를 4830억 미만으로 낮추고 핵심 사업인 로켓배송의 수익 개선을 노린다고 밝혔습니다. 쿠팡은 올해 4분기부터 유통부문이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 “계정 공유하려면 돈 더내”

넷플릭스 ‘4인팟’을 하려면 앞으로는 돈을 더 내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가 칠레와 코스타리카, 페루 등의 국가에서 “가족 외에 계정을 공유하는 경우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시범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테스트 단계인데, 다른 나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스탠다드 요금과 프리미엄 요금을 쓰는 이들에게 가족(함께 사는 사람) 외 추가 인원을 두 명으로 제한하면서, 1인당 추가 요금을 나라에 따라 2.11~2.99달러(최대 3700원)씩 더 받는 식입니다. 대신, 이들은 넷플릭스 계정 원 주인과 다른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만들어서 별도의 계정처럼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이런 정책을 펴는 것은 최근의 가입자 수 둔화에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넷플릭스 측은 가족 외 사람들과 계정을 공유하는 것을 두고 “회원들을 위한  TV 프로그램과 영화에 투자하는 넷플릭스의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앞서 넷플릭스 측은 가족 외의 사람들과 계정,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죠.

넷플릭스 입장에서 가입자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을 때에는 사람들이 하나의 계정을 나눠 쓰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습니다. 오히려 4인팟이 가능했던 것이 사람들의 가입을 독려하는 요인도 됐습니다. 그러나 가입자 수가 둔화되면서 넷플릭스 측은 네 명의 타인이 하나의 계정을 쓰는 것을 두고 네 명의 매출원이 하나로 줄어버렸다고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넷플릭스 측은 세 나라의 실험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에 새 요금제를 설득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넷플릭스가 자꾸 비싸지고 있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정책이 향후 스트리밍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아이폰 SE 외신 평가충분하지만 부족해

해외에서 출시를 앞둔 아이폰 SE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프로세서 성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앱과 게임이 순식간에 부드럽게 실행된다(뉴욕타임즈)” “갤럭시 S22 울트라보다 성능이 뛰어나다(씨넷)”는 평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배터리 성능이 문제가 됐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이폰 SE의 배터리 성능은 전작 대비 나아진 게 없다”며 아이폰 12 미니 구매를 추천했습니다.

카메라의 경우 조도가 높을 때는 딥 퓨전, 4K 비디오 등 뉴럴 엔진과 이미지 센서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항목에 대해서는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씨넷은 “정확한 피부톤을 포착할 수 있다”면서 “디테일을 잃지 않고 사진을 밝게 만든다”고 새로운 카메라 품질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습니다. 다만 저조도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합니다. NYT는 “특별히 야간 모드가 없어 플래시를 항상 사용해야 한다”며 저조도 사진 모드가 아쉽다는 평을 내렸습니다.

한편 애플은 최근 iOS15.4 버전을 업데이트했는데, 배터리 수명이 줄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폰아레나는 iOS를 업데이트 한 이후 배터리 수명이 반으로 줄어버렸다는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트위터와 레딧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폰아레나는 다만 운영체제가 업데이트 되면 종종 유사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며칠 뒤에 사라질 수도 있는 현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iOS업데이트는 마스크를 쓴 채로 사용할 수 있는 얼굴인식 기능이 포함돼 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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