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쿠팡 PB상품 댓글의 진짜 문제

올림픽에서 한국과 일본이 축구시합을 하는데 심판이 일본인이라면 어떨까? 우리나라 선수들이 그 심판을 믿고 경기를 할 수 있을까? 그 일본 심판이 실제로 공정하게 경기를 운영한다고 해도 한국 선수와 팬들이 이 경기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가상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를 꺼내는 건 플랫폼 때문이다. 최근 심판 역할을 해야하는 플랫폼이 선수로 나서서 논란이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쿠팡의 PB(자체 브랜드) 상품 댓글 논란이 대표적이다. 참여연대는 쿠팡이 소속 직원들에게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리뷰를 작성하도록 해 자체 브랜드(PB)상품 노출 순위를 올린 정황이 보인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직원이 작성한 상품평은 쿠팡 직원이 작성했다는 점을 명시했고, 솔직한 직원의 평가라고 반박했다.

댓글과 평점은 소비자가 구매할 상품을 정할 때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제품과 나쁜 제품을 판별하는 심판인 셈이다. 판매자 역시 좋은 댓글이 많으면 상품이 잘 팔리기 때문에 댓글의 공정성은 중요하다.

쿠팡은 직원들이 이벤트 등을 통해 PB상품에 댓글은 단 것은 사실이지만, 직원 개인의 솔직한 리뷰라고 설명했다. 회사 차원에서 좋은 댓글을 달도록 직원들을 압박하거나 조직적으로 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쿠팡은 특정 상품에 별 2개만을 준 직원의 댓글을 캡처해 제시했다.

출처: 쿠팡 뉴스룸

물론 쿠팡이 직원에게 좋은 댓글을 강요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벤트로 상품을 무상제공했을 뿐 쿠팡 직원은 솔직한 평가를 댓글로 남겼을 수 있다.

하지만 쿠팡은 심판이다. 올림픽 축구 한일전에서 일본 심판이 아무리 공정히 경기를 운영한다고 해도 일본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관중들은 그 경기가 공정하게 운영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쿠팡 직원이 PB상품에 아무리 공정하게 댓글을 썼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나 유사 제품을 판매하는 판매자들은 쿠팡의 공정성을 믿기 어렵다.

댓글을 넘어 PB 상품 자체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업계에는 쿠팡이 판매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잘 팔리는 제품만 직접 PB상품으로 만든다는 지적이 있다. 또 쿠팡이 자사 PB 상품을 검색결과에 노출이 잘 되도록 알고리즘을 운영한다는 의혹도 있다.

물론 이런 의혹들은 모두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쿠팡 말처럼 PB상품과 다른 판매자의 상품은 쿠팡 플랫폼 내에서 공정하게 취급되고, 검색 등의 알고리즘에서도 전혀 차별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쿠팡이 심판이라는 점이다. 쿠팡은 수많은 판매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는 플랫폼이다. 그런데 갑자기 심판인 쿠팡이 PB 상품을 직접 만들어 팔면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던 판매자들의 기분은 어떨까? 심판인 쿠팡이 선수로 나서는 순간 쿠팡의 공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고, 협력사들은 쿠팡에게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쿠팡은 자사 PB 상품의 품질이 좋고 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좋은 효용을 가져다준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효용을 가져다주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다. 쿠팡 플랫폼 내에서 공정한 경쟁이 의심되면 판매자들은 하나둘씩 쿠팡을 떠날 것이고, 종국에는 쿠팡 PB상품 혼자 선수로 뛰게 될 것이다. 어쩌면 쿠팡은 돈을 많이 벌게 되겠지만, 경쟁이 축소되면 쿠팡이 그렇게 외치는 소비자 효용도 떨어진다.

생태계와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것은 쿠팡은 소비자들이 더 싸고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판매자들이 쿠팡 안에서 상품의 품질과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플랫폼이 선수로 나서는 것은 현재 세계 플랫폼 경제의 심각한 문제다. 아마존도 마찬가지로 PB 상품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커머스뿐 아니라 카카오택시와 같은 플랫폼도 심판 역할인 중개사업과 선수 역할인 가맹택시를 동시에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플랫폼이란 공급자와 소비자가 공정하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다. 갑자기 플랫폼들이 돈을 더 벌겠다고 자신의 플랫폼 안에서 공급자가 되어 버리면 플랫폼 경제 자체가 유지되기 힘들어진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