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격 의료, 환자 약 복용 돕고 응급 상황 줄여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시행된 원격 진료가 만성질환을 가진 고령자들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기적으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을 돕고, 병세가 악화되어 입원하거나 응급실을 찾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공개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전화상담·처방) 시행에 따른 효과 평가 연구’에서 이와 같은 결과를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시행된 국내 원격 진료의 효과를 평가한 최초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비대면 방식의 전화 진료 상담과 처방을 허용하고 있다. 만성질환을 가진 고령자,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이 전염병 상황에서도 차질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돕기 위해서다.

고혈압 환자는 코로나19 감염 시 증상 악화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골다공증과 같은 일부 만성질환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연구팀은 정책 시행 후 1년간 진료기록이 존재하는 고혈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환자들의 정책 시행 전·후 2년간, 즉 2019년 2월 24일부터 2021년 2월 23일까지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했다. 이 중 전화 상담·처방을 대면 진료와 함께 병행한 환자를 실험군, 대면 진료만 이용한 환자를 대조군으로 나눠 비교했다.

비교 결과, 원격 진료를 활용한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도록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 진료를 받은 환자들에서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처방지속성과 처방일수율이 증가한 것.

처방지속성은 만성질환 치료에서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정도를 파악하는 지표다. 지속성은 치료 시작부터 중단까지 누적된 기간을 의미한다. 처방일수율은 의사 처방대로 환자가 투약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관련 약제를 투약받은 총 기간으로 산출한다. 두 개 모두 지표값이 높을수록 약을 잘 복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에 따르면 전화 처방을 사용한 고혈압 환자의 처방일수율은 1년 전에 비해 1.8% 증가했다. 전화 처방을 사용하지 않은 그룹은 1.1% 감소해 두 그룹의 차이는 약 3%다. 즉, 전화 처방이 고혈압 환자의 처방 일수율을 3% 높인 것.

당뇨병 환자 처방일수율은 전화 상담·처방으로 3.4% 증가했다. 전화 진료·처방을 이용한 당뇨병 환자들에서 3.2% 증가했고, 대조군에서는 0.3% 하락한 결과다.

처방지속성도 원격 진료 사용 이후 늘었다.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 집단에서 적정 처방지속군 비율 증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원격 진료를 사용한 실험군 내에서는 처방지속군이 0.7% 증가했지만 대조군에서는 2.4% 감소했다. 즉, 원격 진료로 인해 고혈압 환자 처방지속군은 3.1% 늘었다고 할 수 있다.

전화 진료를 경험한 당뇨병 환자 집단에서 처방지속군은 대조군과 1.7% 차이가 난다. 실험군은 정책 시행 후 0.4% 증가, 대조군은 1.3% 감소한 결과다.

연령이 높은 사람에게 원격 진료가 가져다주는 약 복용 효과는 더욱 컸다. 전화 상담·처방을 이용한 고혈압 환자의 처방일수율은 60세 초과 65세 이하에서 3%, 85세 초과에서 4.1% 증가했다. 당뇨병 환자 처방일수율도 60세 초과 65세 이하까지 3.5%, 85세 초과에서 5.8% 늘어났다.

처방지속성도 마찬가지로 고연령군에서 증가폭이 크게 나타났다. 원격 진료를 경험한 고혈압 환자 중 내 60세 초과 65세 이하 그룹에서는 처방지속군이 2.9%, 80세 초과 85세 이하에서는 3.7%가 증가했다. 당뇨병 환자에서는 85세 초과 그룹에서 처방지속군이 7.3%나 늘었다.

원격 진료를 사용한 고혈압 환자들은 병세가 악화되거나 응급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줄었다. 전화 처방 이용 고혈압 환자 집단은 대조군에 비해 임원 환자 경험이 0.2% 적었다. 응급 진료 경험 비율은 0.1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당뇨병 환자에서는 입원율과 응급 진료 경험 비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대구 의원에서 고혈압 진료 원격으로 많이 진행

연구팀은 국내 원격 진료 활용 현황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작년 초까지 1년간 진행된 전화 상담·처방 수는 164만건, 환자수는 약 9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2월 24일부터 2021년 2월 23일까지 이뤄진 원격 의료 상황을 조사한 결과다.

참여도는 규모가 큰 병원에서 높았지만 실제로 진료가 이뤄진 곳은 의원이 많았다. 조사 기간동안 원격 진료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총 1만216개로 전체 의료기관의 14.5% 정도다.

의료기관 전체 대비 참여 기관 비율을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84.4%)과 종합병원(72.7%)이 높다. 진료비 비중을 살펴보면 전화 상담·처방의 68.6%는 의원에서 시행됐다.

지역별로 보면 코로나19 유행 초기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대구(4%)에서 전화 상담·처방이 가장 많이 이뤄졌다. 다음은 경상북도(3.7%), 세종특별자치시(2.2%) 광주(2%) 순이다.

전체 인구수 대비 원격 진료를 사용한 환자 비율은 1.9% 정도다. 환자 연령은 56~60세가 가장 많았고, 다음이 61~65세다.

대상 질병은 본태성(원발성) 고혈압, 2형 당뇨병, 지질단백질 대사장애 및 기타지질증 순으로 많으며, 이 3가지 질병이 전체 진료 건수의 32.2%를 차지한다.

전화 상담·처방 이용 환자의 63.4%가 약제를 처방받았다. 이 중 혈압강하제 처방이 전체의 35.6%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동맥경화용제 33.6%. 소화성궤양용제 31.3%. 해열·진통·소염제 21.8%, 당뇨병용제 17.5% 순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성은 기자<sag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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