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의료 영상, 미술 작품이 되다

병원 진료를 위해 우리 몸 속을 촬영한 의료 영상이 예술 작품이 됐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의료영상지능실현연구실(MI2RL)이 ‘인공지능의료영상 창조전’을 열었다.

병원 의사들, 특히 AI 연구를 하는 의사들이 연구 결과물로 미술 전시를 열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가장 처음  ‘인체의 신비’전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의료 영상일지언정 우리 몸의 모습이 전시품이 된 경우는 쉽게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료시 자신의 영상만 개인적으로 볼 수 있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엑스레이(X-ray) 영상이 여러 개 밀집되어 있으니 생경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침해를 염려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모든 전시품은 실제 환자의 몸을 촬영한 영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짜 의료 영상이다. 실제 환자의 CT, MRI, 엑스레이(X-ray) 등을 AI 학습한 후 그럴싸하게 생성한 데이터라는 의미다.

전시 주최 그룹인 MI2RL는 AI의 눈으로 본 사람 신체와 질환의 다양성은 어떤 것인지, AI가 만드는 의료 영상의 품질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번 전시를 열었다.

MI2RL은 의료영상지능실현연구실의 약자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에 속해 있다. 임상 현장에 있는 문제를 AI, 3D 프린팅, 로봇 등 의공학 기술로 해결하는 중개 연구(translational research)를 하는 곳이다. 중개 연구란 연구소에서 발견한 새로운 지식이나 연구결과를 실제 임상연구에 적용해 보다 나은 치료법을 개발하거나, 임상 연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다시 연구소에서 기초 연구를 진행하는 양방향 연구를 의미한다.

연구실에서는 서울아산병원 뿐 아니라 다양한 병원에서 모은 의료 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딥러닝 기반의 생성 모델을 이용해서 가짜로 생성한 고품질 영상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생성한 영상에 다양한 구성과 색을 조합해 작품을 완성했다.

영상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분포를 학습한 딥러닝 기반의 생성모델이 다양한 의료영상을 만드는 것, 그 자체가 창조적이고 예술적이라는 설명이다. 생성모델이 의료 영상을 얼마나 진실하고 다양하게 생성할 수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잘 학습된 생성모델은 전문가인 의사의 눈을 속일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영상을 생성하고 있다는 게 주최측 얘기다.

다양한 병리 데이터의 분포를 학습해 랜덤하게 생성한 합성 병리 영상들

이 작품전을 총괄한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실제로 딥러닝을 이용한 의료 영상 연구를 하면서 스스로 많이 놀라는 면이 있었다. 이런 생성된 영상들에서 느낀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딥러닝 기반 생성모델로 만든 가짜 의료 영상은 전시 이외 연구에서도 유용하다. 부족한 의료데이터를 대체해 AI 학습에 사용 가능하다.

김남국 교수는 “저희 연구실은 데이터 부족이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데에도 (딥러닝 기반 생성모델을) 사용하지만 정상 영상만 생성하는 생성모델이 질환이 있는 영상을 생성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이상 탐지(anomaly detection) 연구를 하고 있다. 현실 데이터는 지도 학습으로 가르치기 어려운 점이 많이 있는데 이런 것에 대한 해결책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청 시민청 시민플라자A와 메타버스 플랫폼 스페이셜(Spatial)을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개최됐다. 전시 일정은 2월 14일부터 26일까지다.

의료 AI 기업 프로메디우스는 이번 전시회를 후원했다. 작품에 대한 가상공간 전시와 NFT 판매를 맡았다. 작품 판매 비용은 실비를 제외하고 전액 병원에 어려운 환자를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AI가 정상 흉복부 CT 영상을 학습해 랜덤하게 생성한 합성 CT 영상들
AI가 건강한 사람의 다양한 망막안저 영상을 학습해 랜덤 노이즈에서 생성한 합성 망막안저 영상들
전신(whole body) MRI를 이용해 만든 3차원 단층 해부학 모형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성은 기자<sag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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