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핫이슈 읽기] LG의 AI 디자이너 틸다, 능력은 어디까지

인공지능(AI) 분야는 남다른 기술 발전 속도만큼 빠르게 소식이 쏟아집니다. 초거대 AI부터 가상 인간까지 최첨단 AI 개발에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었습니다. 이러한 기술 개발은 연구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일상 서비스에 곧바로 적용되기도 합니다. AI 전문기자의 시선에서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 AI 소식을 읽어드립니다. <편집자 주>

지난 14일 오후 7시(미국 뉴욕 현지시간) LG의 AI 휴먼 틸다가 세계 최고 패션쇼인 뉴욕 패션 위크에 데뷔했다. 패션쇼 주제는 ‘금성에서 온 꽃’. 틸다와 같이 초록색 단발 머리를 한 모델들이 패션쇼 무대로 나와 틸다가 제작에 참여한 옷을 입고 런웨이를 걸었다. 틸다와 협업해 패션쇼를 진행한 디자이너는 뉴욕에서 활동 중인 패션 브랜드 그리디어스 대표 박윤희다.

틸다 모습을 한 모델이 런웨이를 걷는 모습

LG는 틸다를 AI 휴먼, AI 아티스트라고 소개한다. 틸다는 기존 AI 휴먼, 가상 인간과 다른 새로운 범주에 속한다. 기존 AI 휴먼 서비스는 인간 사용자가 원하는 대사를 입력하면 실존하는 인물이 영상에서 그대로 말하는 식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선거 홍보물로 유명한 AI 윤석열이나 AI 아나운서가 그 예시다.

가상 인간, 버추얼 휴먼의 경우 주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서 사진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예시로는 광고 모델로 활약 중인 가상 인간 로지나 릴미켈라를 들 수 있다. 이루다와 같이 최소한의 일러스트로 소통하면서 주로 챗봇 기술로 사용자와 대화하는데 특화된 버추얼 휴먼도 있다.

틸다는 패션 디자인 업무에 참여하는 것으로 처음 활동을 시작한 전례 없는 사례다. 이렇듯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LG의 초거대 AI 엑사원(EXAONE) 덕분이다.

엑사원은 작년 12월 ‘LG AI 토크 콘서트(Talk Concert)’에서 처음 공개됐다. LG에 따르면 현재까지 엑사원은 말뭉치 6000억개를 학습했다. 파라미터 수는 작년 12월 기준 1750억개 이상으로 GPT-3를 능가했으며 3000억개 학습을 진행 중이다. 엑사원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언어와 이미지를 함께 사용하는 멀티모달 형태의 초거대 AI라는 점이다. 엑사원 등장 전까지 멀티모달 초거대 AI 모델은 오픈 AI의 DALL·E가 유일했다.

특히 엑사원은 DALL·E가 하지 못하는 일까지 수행할 수 있다. DALL·E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에 따른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엑사원의 경우 텍스트에 따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물론, 이미지에 대해 텍스트로 설명하는 일까지 가능하다. 해당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엑사원은 텍스트와 결합된 고해상도 이미지 2억5000만장 이상을 학습했다.

틸다는 이러한 엑사원을 두뇌로 사용한다. 인간 디자이너가 준 단어를 입력 텍스트로 받아 엑사원이 이미지로 출력했다. 텍스트에 따른 이미지를 만드는 엑사원 능력을 사용했다. 엑사원이 만든 이미지를 토대로 인간 디자이너는 영감을 받아 옷 패턴을 완성했다.

왼쪽 위가 틸다가 제시한 금성에서 피는 꽃 이미지. 해당 이미지를 인간 디자이너가 활용해 옷 패턴을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틸다의 성과는 초거대 AI 엑사원의 성과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엑사원의 능력에 AI 휴먼 틸다라는 콘텐츠를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AI 디자이너라는 수식도 아직은 과장이라는 생각이다. LG가 제시한 틸다의 작업물을 보면 ‘금성에서 핀 꽃’이라는 텍스트에 대해 틸다가 만든 이미지는 보통의 꽃 이미지와 다름없다. 특별한 꽃을 제시했다 할지라도 결국 할 수 있는 역할은 디자인 패턴을 만드는데 참고할 이미지를 준 정도로 제한된다.

가상 인간에서 중요한 외형적인 요소도 살펴보면 실존하는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틸다의 모습은 유튜브 티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티저 영상을 보면 틸다는 실존 인물보다는 3D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가깝다.

티저 영상 속 틸다 모습

디자이너로서의 능력은 부족할지 몰라도 초거대 AI를 활용한 재밌는 사례가 나온 것은 분명해보인다. 국내외 초거대 AI 활용 사례는 대부분 언어를 활용한 것들이 많았다. 오픈AI의 GPT-3의 경우 작사를 하거나 소설을 썼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는 음성을 텍스트로 바꾸는 서비스 기능을 개선하고 커머스 상품명을 교정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틸다와 박윤희 디자이너의 협업은 이미지-텍스트 분야 초거대 AI를 실제 업무 현장에 활용한 첫 사례다.

LG는 틸다가 엑사원 기술을 AI 휴먼에 적용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틸다는 이번 패션쇼를 시작으로 다양한 예술 영역으로 역할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외 LG AI 연구원은 엑사원 기술을 AI 휴먼에 적용해 AI 전문상담사, AI 뱅커 등을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성은 기자<sag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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