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페토를 파헤친다 下] MZ세대들은 정말로 ‘제2의 세상’이라고 생각할까?

메타버스 플랫폼의 주축을 이루는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는 2018년 출시된 이래 누적 가입자 수가 2억6000만명을 넘겼다. 이용자의 90%가 국외에 거주하지만 국내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은 MZ세대인 기자는 제2의 세상이라고도 불리는 제페토를 플레이하며 알려진 것과는 다른 제페토 내 문화를 체험했다. [편집자 주]

같은 MZ세대(1981년~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7년~ 2012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 내에서도 10대가 사용하는 제페토와 2030세대가 사용하는 제페토는 서로 다른 세상이다. 이용자의 80%를 차지하는 10대는 ‘놀이’를 목적으로 제페토를 플레이했다면, 2030대들에는 ‘친목 도모’가 플레이의 주된 목적으로 보였다.

2030세대에게 제페토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또 다른 창구였다. 기자가 제페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이유 때문인지, 이 공간에서 만난 2030 이용자들은 대개 1주일도 채 플레이하지 않은 라이트 이용자들이었다. 만난 이 중에서는 두 달이 가장 긴 플레이 시간이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15세~50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디지털전환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비율은 44.4%다. 그 중 1회성 이용자는 31.8%였으며,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호기심에 그냥 한 번 해본 것(39.5%)’이라고 답했다.

2030 “제2의 세상까지는 아직 모르겠다”

10대만의 전유물인 것처럼 느껴졌던 제페토는 새벽이 되자 2030의 무대로 바뀌었다. 제페토는 코로나19로 사람과의 만남이 자유롭지 못한 생활 속에서 서로를 연결하고 현실을 위로하는 역할을 하는 걸로 보였다. 제페토에서 만난 30대 남성 이용자 A씨는 “온라인 속 나를 대신하는 캐릭터로 이야기를 나누는 게 현실보다 더 좋을 때도 있다”며 “제페토가 더 발전해 많은 사람이 제페토를 이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제페토 ‘캠핑’ 월드에서 2030 이용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지만 2030세대는 제페토에 10대만큼 적극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기자는 제페토를 하면서 대략 열다섯명의 이용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제페토에서의 생활에서 분명 위안을 받지만 ‘제2의 세상’으로 까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기자와 음성채팅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이용자 ㅋ** 씨는 “초딩들은 제페토가 인스타인 것처럼 진심이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2030세대는 제페토에서 친구를 만나면서도 10대만큼 흠뻑 이 가상공간에 빠지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제페토에 들어온지 두달이 되었다는 30대 여성 이용자 S***** 씨는 “제페토로 하루를 끝맺지 않으면 뭔가 아쉬운 느낌이지만 주변에 제페토를 한다고 말을 하진 못한다”고 말했다. 주변 30대에서 제페토를 하는 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또다른  20대 여성 이용자인 B 씨는 “여가를 보내는 것뿐, 캐릭터에 나의 모든 삶을 투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 왜 이곳에서 시간을 쓰느냐는 질문에 또 다른 이용자 C 씨가 “사람을 만나기 위해 하는 거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지난 9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메타버스 인식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버스 이용자들은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메타버스 활용 경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비판했다. 노희용 KISDI 연구원은 메타버스의 본질에 대해 “현실 세계의 활동 대부분을 디지털 환경에서 영위할 수 있다는 개념의 기대감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기존의 게임적 적용・비대면 활동 등과 큰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30 노리는 브랜드들 “미래의 주된 소비층”

메타버스에 대한 본질적 한계가 지속적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많은 패션 업계에서는 아바타에게 입히는 디지털 의류를 파는 D2A(Direct to Avatar)를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D2A 시장 규모가 2017년 300억 달러(약 33조 8000억원)에서 2022년에는 500억 달러(56조 4천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제페토 내 가장 인기 있는 명품 브랜드는 구찌다. 구찌는 작년 2월 제페토에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구찌 빌라’ 월드를 구축했다. 구찌 빌라에는 현실 공간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동일한 60여 종의 의상, 신발, 가방 등을 착용할 수 있으며 구찌의 제품을 직접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다. ‘구찌 월드’는 출시되고 열흘 만에 2차 콘텐츠가 40만 개 이상 생성되는 등의 큰 인기를 끌었다.

‘GUCCI VILLA’ 월드. 구찌 제품들을 둘러보는 것은 물론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이용자들은 200만원에 달하는 구찌 제품을 제페토 안에서 약 3000원으로 같은 디자인의 가방을 살 수 있다는 것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뿐만 아니라 제페토와 협업을 맺은 폴로 랄프로렌, MCM 등의 브랜드 아이템 또한 500~4000원에 구매가 가능하다. 이용자들은 비싼 가격으로 인해 현실에선 쉽게 살 수 없는 아이템들을 메타버스 내에선 저렴하게 얻을 수 있어 ‘대리 만족’을 느낀다는 평이다.

현재 메타버스는 과도기

미국의 여론조사 업체인 ‘해리스 폴’은 지난 12월 미국 MZ세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Z세대의 38%만이 향후 10년 내 메타버스가 일상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25~40세 사이인 밀레니얼 세대들 사이에서는 48%가 메타버스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설문조사에 대해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는 메타버스가 앞으로 실제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평했다.

메타버스 회의론과 낙관론 사이의 의견이 팽배한 가운데,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삶의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운택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해 11월 열린 ‘메타버스 산업 전략 방향성 모색 토론회’에서 “메타버스가 일상 속에서 실현될 시점은 ‘지금’이 아닌 ‘다음 단계”라며 “가상 세계에 대한 규범과 제도, 윤리 문제도 함께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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