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플랫폼의 주축을 이루는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는 2018년 출시된 이래 누적 가입자 수가 2억6000만명을 넘겼다. 이용자의 90%가 국외에 거주하지만 국내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은 MZ세대인 기자는 제2의 세상이라고도 불리는 제페토를 플레이하며 알려진 것과는 다른 제페토 내 문화를 체험했다. [편집자 주]

’10대들의 놀이터’라고 불리는 제페토. 2021년 초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제페토의 이용자는 7~12살이 50.4%, 13~18살이 20.6%를 차지한다. 전체 이용자 10명 가운데 7명이 아동·청소년인 셈이다. 성별로 보면 77%가 여성이다.

10대 청소년들은 제페토 월드에서 만난 사람들과 찍은 셀카나 새롭게 산 아이템을 자랑하는 사진을 올리며 근황을 전하고, 창작 드라마 등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며 문화를 형성해나갔다. 그러나 기자가 플레이한 제페토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유해한 상황과 콘텐츠에 노출되고 있었다.

14세 이용가 게임인 제페토에서 19세 성인 광고가?

제페토 가입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의 아바타를 꾸미는 일이다. 제페토는 헤어와 의상 뿐만 아니라 눈・이마 등의 이목구비 형태도 매우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제페토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만든 의상과 헤어를 통해서도 아바타를 꾸밀 수 있으며, 맞춤 제작 기능을 통해 직접 꾸밀 수도 있다.

제페토엔 ‘코인’과 ‘젬’이라는 재화가 있다. ‘코인’으로 살 수 있는 아이템과 ‘젬’으로 살 수 있는 아이템이 서로 다르다. 아이돌∙브랜드와 협업을 맺은 아이템은 대부분 ‘젬’을 통해서 구입할 수 있다.

젬은 14개에 1200원부터 시작해 29개에 2500원, 가장 많게로는 770개에 55000원이다. 설문에 참여하거나 퀘스트를 통해서도 젬을 얻을 수 있으며, 매월 여러 혜택을 주는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도 재화를 얻을 수 있다. 이외에도 첫 가입 시 주는 코인과 간단한 미니게임∙퀘스트로도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

걸그룹 ‘있지’의 무대 의상을 바탕으로 만든 가상 아이템. 기자가 고른 ‘있지’ 가상 아이템의 가격은 총 34젬이다.

그러나 제페토 아이템 중에서는 돈을 내고 살 수 없는 것도 있다. 개중 잠겨있는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선 제페토가 협찬 받은 광고를 봐야만 한다. 기자가 원하는 아이템 또한 잠겨있는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본 광고는 만 19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 광고였다.

제페토는 14세 이상의 사용자를 이용 대상으로 한다. 14세 미만의 어린이가 제페토를 사용할 경우 회원가입 시 법정대리인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14세 이용가 게임에서 19세 이용가 게임의 광고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제페토 측은 “외부 광고 대행사의 잘못”이라며 “자사는 전체 관람가 콘텐츠 광고만 제공하는 것으로 기준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계약을 어긴 대행 플랫폼 측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10대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콘텐츠를 차단하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이버 불링 만연한 제페토… 네이버제트 ‘외면’

제페토에는 ‘제페토 월드’라는 가상 증강현실 공간이 구현돼 있다. 네이버제트가 직접 개발한 공식 맵 외에도 이용자가 직접 만든 비공색 맵이 2만개 이상 구축돼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한강공원, 교실, K팝∙명품 브랜드와 협업한 가상 공간에 접속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많은 10대 이용자는 학교 상황극이나 가족 상황극, 연습생 상황극 등 여러 종류의 역할 놀이를 통해 제페토를 즐기고 있었다.

제페토 내에선 다양한 상황극 플레이가 존재한다. 기자는 ‘학교 상황극’을 하는 월드에 참여했다.

기자는 제페토를 2년 동안 플레이했다는 15살 이용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해당 이용자는 역할 놀이 플레이를 즐겨했다며 함께하는 크루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크루는 일주일을 가지 못했다. 역할 놀이 플레이 도중 크루원들 간 난폭한 언행과 인신공격이 오갔기 때문이었다. 대처는 어떻게 했냐는 질문에는 “신고를 하긴 했는데, 그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겨 상황극 놀이는 안 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메타버스 안에서의 사이버 불링(사이버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으로 고통받는 10대 피해자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2020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4958명 중 19.7%는 사이버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 피해 발생 공간은 ‘온라인 게임(50.5%)’, 가해 대상은 ‘누군지 모르는 사람(45.8%)’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제페토 측은 이러한 피해 우려에 대해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2월 네이버제트는 제페토 이용약관에 ‘이용자는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불쾌하고, 선정적이며, 모욕적인 자료에 노출될 수 있으며, 서비스에 접근하고 이를 이용함으로써 이러한 위험 요소를 받아들이는 것에 동의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회사는 사용자의 개인 콘텐츠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100% 안전은 보장할 수 없으며, 제3자가 무단으로 보안을 뚫고 개인 콘텐츠에 접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적었다.

더불어 ‘서비스에서 이용 가능한 자료와 이용자 행위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책임 제한 조항도 포함했다. 제페토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이버 폭력을 회사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제페토 측은 “이용자 간 이뤄진 모든 대화를 검토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여 “자칫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영역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항”이라며 “제페토 뿐만 아니라 모든 플랫폼 사들이 이에 대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미성년 소녀’ 행색 스트리머, 돈 주면 제로투 댄스… 잘못된 사회관 정립 가능성 多

제페토에는 ‘라이브 방송(라방)’을 진행하는 스트리머도 있다. 라방은 네이버제트가 지정한 일부 이용자에게만 허락된다. ‘제페토 라이브’에선 타 플랫폼의 라이브 방송과 같이 시청자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후원을 받으면 후원자가 요청하는 부탁을 들어준다. 후원을 받은 ‘젬’은 5000개 이상이면 심사를 거쳐 매월 말 1회 출금할 수 있다. 젬 이외에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아이템 등을 후원 받을 경우엔 현금화할 수 없다.

기자가 랜덤으로 들어간 라방은 ‘미성년 아이’가 콘셉트인 제페토 스트리머의 방송이었다. 방송은 날마다 콘셉트를 바꾸는 형식으로 보였으며 오후 4시 13분 기준 600명이 넘는 시청자가 모여 있었다. 라방에선 평범한 일상 이야기가 오고 갔으나 스트리머는 후원이 이뤄지면 정해진 금액에 따라 ‘애교’, ‘제로투 댄스(골반을 좌우로 흔드는 춤)’ 등의 반응을 취하기도 했다.

한편, 아바타를 이용해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음성 대화 기능으로 10대 이용자에게 성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 또한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제페토 같은 가상공간에서 벌어진 아바타 대상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가해자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는 점도 함께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제트는 불법 행위에 대한 기준을 위반하는 경우 콘텐츠 삭제와 이용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용자의 대다수가 10대 청소년인 만큼 플랫폼 운영사 차원에서의 대응책만으로는 문제를 대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경험이 줄어든 아동·청소년이 온라인 공간에서 잘못된 경험을 할 경우 이를 사회적 규범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서는 현재의 법 제도와 정합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원상 조선대학교 교수는 NIA서 발표한 리포트에서 “아직 규범의식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 이용자가 많은 메타버스는 자칫 범죄의 배양소가 될 수 있다”며 “현행법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에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