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력난 해결하려면 정부가 팔 걷어붙여야”

세계적으로 반도체 인력난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산학협력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도체 기업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 지난달 25일 ‘국가첨단전략사업 경쟁력 강화 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반도체 특별법)’을 의결했지만 반도체 기업들은 이 법안이 구체적 지원 방안을 담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사업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는 첨단기술 산업을 육성하고 보유한 기술을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별도 전담 위원회를 구성해 반도체 지원 정책을 심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실제 기업에서 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고 업계는 진단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데, 이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반도체 인력난은 국제적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지난 1월 초 “디지털 제품에 대한 세계적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세계적인 반도체 인력난으로 업계가 우려하고 있다”며 “결국 국가 간 반도체 인력 확보 경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따라서 다른나라 정부들도 인력난 해소를 위한 방안을 제시 중이다. 대표적으로 대만은 지난해 5월 첨단기술 관련 교육을 촉진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TSMC를 비롯한 기업과 대학이 협업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도 정부와 교육기관 차원에서 반도체 전문 연구학교와 훈련센터를 출범시켰다. 미국 반도체 기업은 해외 인력 유입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회를 설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반도체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제조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 강국이기 때문에 관련 인재를 지속해서 육성해야 하는데, 최근 인재는 반도체가 아닌 소프트웨어 쪽으로 몰리고 있다”며, “반도체 시장에 대한 비전을 학생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인력이 부족하면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고 싶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학교와 업체가 협력하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산학협력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 학생들은 교육기관에서 반도체 산업의 비전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실무 역량도 갖춘 반도체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도 산학협력을 진행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고, 실무역량을 갖춘 반도체 인재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해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산학협력은 주요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계약학과가 개설되고 있다. 반도체 계약학과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산업체와 계약해 정원외로 개설한 학과를 말한다. 학비 면제, 장학금 지원 등의 혜택이 제공되며, 졸업 후 취업도 보장된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학교와 연세대와 함께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2023년에는 카이스트, 포항공대, 고려대와도 계약학과를 운영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고려대학교와 반도체 계약학과를 개설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여전히 산업체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제공하는 특별한 이득은 없다. 앞서 언급한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산업협회가 나서서 인재 육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산학협력을 활성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배터리, 전기자동차와 같은 신사업 투자에 팔을 걷은 가운데, 그간 경쟁력을 이어온 반도체 경쟁력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배터리, 전기자동차 부문에도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키우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며 “무작정 신사업이라고 다 투자하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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