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의 신사업 디지털 헬스케어, 뭐가 다를까

이동통신 3사가 최근 시작한 대표적인 신사업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꼽을 수 있다. 다른 영역이 아닌 디지털 헬스케어를 선택한 이유는 관련 규제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9년 100조원에서 2026년 60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통신 3사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방향은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IT 기업과는 다르다. KT, SK텔레콤(SKT), LG유플러스 각자가 주력하는 사업 주제에도 차이가 있다.

KT, 헬스케어 위해 조직 개편 단행…디지털 치료제·AI 사업 시작

KT는 통신 3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다. 구현모 대표는 2020년 취임 당시 KT를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회사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전한 바 있다. 이를 위해 KT는 2020년 말 최고경영자(CEO) 직속 미래가치추진실에 ‘디지털&바이오헬스 P-TF’ 조직을 신설했다. 2021년 말에는 조직명에서 ‘TF’를 제거하고 ‘디지털&바이오헬스사업단’으로 조직을 격상시켰다.

다른 통신사에서 하지 않는 KT만의 핵심 사업 주제는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이다. 디지털치료제는 소프트웨어, 전자약은 하드웨어 형식으로 질병을 치료한다. 약물 없이 치료 효과를 낸다는 데서 공통점을 지닌다.

KT는 작년 12월 미국의 전자약 회사 뉴로시그마(NeuroSigma)에 지분 투자를 했다. 해당 기업의 시리즈 A 단계에 500만달러(한화 약 59억8550만원)를 투자한 것.

뉴로시그마는 전자 패치로 뇌 신경을 자극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뇌전증 등의 신경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전자약 개발 기업이다. 2019년 신경정신질환 치료 전자약 ‘모나크 eTNS’를 개발해 약물 외 치료대안으로서 최초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다.

송재호 KT 인공지능·디지털전환 융합사업부문 부사장(오른쪽)과 뉴로시그마 부사장 콜린 킬리 박사(왼쪽)

올해 1월 KT는 국내 디지털치료제 특화 플랫폼 개발을 위해 가톨릭중앙의료원과 기술 협력을 맺었다. KT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기술을,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연구 인력과 임상 인프라를 제공하는 식이다. 협력을 통해 양측은 디지털치료제 시제품 개발까지 마칠 계획이다.

구현모 대표가 신년사에서 강조한 AI와 관련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도 다수 진행 중이다. KT는 2020년 10월 국내 영상의학 원격판독 시장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는 헬스허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 기업은 클라우드, AI 기반 의료영상 플랫폼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의료영상 플랫폼을 KT 클라우드를 통해 안전하고 빠르게 제공하고, AI를 결합한 의료영상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

노년층의 정신건강을 위한 AI 사업도 시작했다. 2021년 5월 KT는 언어처리 분야 스타트업 바이칼AI와 AI 시니어케어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바이칼AI는 발음, 유창성, 대화의 일관성 등 말의 구성 변수들을 AI로 학습한 후 인지장애 여부를 구별하는 인지장애 예측 솔루션 개발 업체다. KT와 바이칼AI는 AI를 활용해 노인의 인지장애를 예측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2021년 6월에는 인하대병원과 협약을 맺고 AI 기반 진단·치료 보조 알고리즘 연구를 공동 수행하기 시작했다. 의료진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거나, 환자 불편함을 줄이고 의료비 절감이 가능한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첫 공동 연구 주제로는 이비인후과, 영상의학과가 주도하는 갑상선 결절 및 암 진단 보조 분야를 선정했다.

이해성 KT 미래가치추진실 디지털&바이오헬스P-TF 상무(왼쪽)와 이돈행 인하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오른쪽)

SKT, 사업부 분사해 인바이츠 헬스케어 설립…GE헬스케어와 협약

SKT는 자사 내 헬스케어 관련 사업부를 분사해 기업을 설립할 정도의 적극성을 보였다. 2020년 3월 설립된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인바이츠 헬스케어(Invites Healthcare)’ 이야기다. 인바이츠 헬스케어에는 국내 헬스케어 업계에 다수 투자 경험을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 뉴레이크얼라이언스(Newlake Alliance)가 대주주로 참여했다. SKT는 43.4% 지분을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

기업 목표는 개인의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종합 건강 관리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ICT 기술을 활용해 의료 기관의 운영을 혁신하는 스마트 솔루션 개발도 진행한다.

의료 기관 전용 클라우드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도 목표다. 이를 통해 방대한 양의 의료 데이터를 SKT의 양자암호통신, 블록체인 기술 등으로 안전하게 보관하고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

김준연 인바이츠 헬스케어 대표

인바이츠헬스케어가 참여한 SKT의 대표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이 유전자 기반 구독형 헬스케어 서비스 ‘Care8 DNA’다.

Care8 DNA는 SKT가 인바이츠헬스케어, 마크로젠과 함께 2020년 9월 시작한 DTC 유전자 검사 기반 건강 코칭 서비스다. 영양소, 식습관, 운동, 건강관리, 피부·모발, 개인특성 6개 영역 60개 항목에 대해 서비스 중이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개인 맞춤형 건강 코칭 프로그램과 연결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신사업을 위해 기존 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도 사용했다. SKT는 2020년 체외진단기기 업체 나노엔텍의 최대주주가 되어 해당 기업을 SKT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디지털 엑스레이(X-ray)를 주 제품으로 하는 나스닥 상장업체 나녹스에 대해서도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타 기업 과의 MOU 중에서는 GE헬스케어코리아와의 협약 건이 핵심이다. SKT와 GE헬스케어코리아는 작년 9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위해 손잡았다. SKT의 5G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와 GE의 헬스케어 솔루션을 결합하는 것이 목적이다.

SKT의 5G MEC 기반 초저지연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대용량 환자 데이터를 원활히 처리할 수 있다. 다양한 의료 환경에 적합한 클라우드 인프라와 운영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SKT 역할이다.

GE헬스케어 코리아는 자사의 다양한 AI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공급한다. 감염·중증·응급환자 데이터 통합 원격 모니터링 솔루션 ‘뮤럴(Mural)’, 병원 워크플로우를 분석하는 미션관제센터 역할의 ‘커맨드센터(Command Center)’, 심전도 관리 솔루션 ‘뮤즈(MUSE)’ 등이 예시다.

양사는 의료 데이터 디지털 전환 시장에 공동 진출하며 정부 주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도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강호준 GE 헬스케어 코리아 상무(왼쪽)와 최판철 SK텔레콤 클라우드 사업담당(오른쪽)

LG유플러스 신사업 조직 중 하나는 헬스케어…시니어 서비스에 주력

LG유플러스는 신사업 조직인 스쿼드 13개 중 하나의 주제를 헬스케어로 정했다. KT, SKT보다는 소극적이지만 시니어 케어 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LG유플러스가 타 기관과 협약을 맺고 진행하는 사업 대다수는 노인을 위한 헬스케어 서비스 구축을 목표로 한다.

작년 10월 LG유플러스는 LG전자·로완과 노년층 대상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뇌질환 디지털 치료 전문 스타트업 로완의 솔루션을 활용해 치매 예방·관리를 위한 각종 디지털콘텐츠와 솔루션 사업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로완은 신경과 전문 의료연구팀과 함께 개발한 종합 치매 예방 디지털 프로그램 ‘슈퍼브레인’을 전국 50여개 치매안심센터, 복지관, 병의원 등에 서비스하고 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혈관위험 인자 관리, 인지학습, 운동, 영양교육, 동기강화 5개 영역에서 다중인지 중재 효과를 국내 최초로 입증했다.

업무협약을 통해 3사는 경도인지장애·초기 치매 환자 대상 디지털 콘텐츠·솔루션 사업을 시작했다. 슈퍼브레인 솔루션을 기반으로 디지털 치매 예방·관리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한다.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다목적 스크린 디바이스 ‘원퀵’에 슈퍼브레인 기반 치매 예방·관리 솔루션을 탑재하고 서울권 치매안심센터와 케어센터를 대상으로 사업화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2021년 4월에는 LG 유플러스가 인지재활 프로그램 기업 엠쓰리솔루션과 MOU를 맺었다. 두 기업은 5만개 이상의 콘텐츠를 활용한 비대면 인지훈련을 통해 인지저하증, 즉 치매가 중증으로 발전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고 관련 데이터를 총괄 관리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엠쓰리솔루션은 PC, 스마트패드, 키오스크, 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하는 비대면 인지재활 프로그램 ‘베러코그’를 개발해 전국 70여개의 치매안심센터에 서비스 중이다.

양사는 이 프로그램을 ICT 기술을 접목한 시니어 인지재활 서비스로 확대하고, 추가적으로 디지털 인지재활 프로그램·콘텐츠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성은 기자>sag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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