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메타버스와 손잡다
메타버스는 지난 한 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주제였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지난 6일 발표한 ‘4차 산업혁명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서 메타버스는 4차 산업혁명하면 떠오르는 핵심 이미지로 꼽혔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적다.
메타버스에 대해 처음으로 논의한 메타버스 로드맵에서는 메타버스를 “가상공간으로 확장된 현실과 물리적으로 영구화된 가상공간의 융합”이라고 정의했다. 지난해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와 가상융합기술이 만드는 초연결・초실감 확장가상세계”라며 메타버스를 정의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메타버스란 첨단기술을 이용해 가상세계와 실제세계가 혼합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메타버스는 4개의 유형*으로 나뉜다. △온라인상 3D세계에서 구현된 가상커뮤니티인 버추얼 월드 △실제 세계를 모델로 삼아 3D그래픽으로 재현한 가상공간인 미러 월드 △실제 존재하는 환경에 가상의 그래픽을 합성해 사람들의 인식을 확장하는 가상현실기술(VR)의 일환인 증강현실(AR) △증강현실에 일상적인 경험과 정보를 저장하고 묘사하는 라이프 로깅이 있다.
*메타버스형 가상 박물관의 사례 연구에 따른 발전 방향 제안: 개인화와 공유를 중심으로, 박수빈, 2021, 한국디자인포럼 72권
메타버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버추얼 월드인 네이버 Z 제페토에 기업들이 앞다투어 맵을 출시하고 나이키, 구찌도 메타버스 내에서 아바타를 위한 신발, 옷 등을 출시한 것은 이미 유명하다.
하지만 그 반대는 어떨까? 메타버스 세계 속에서 들어가 온라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세계에서 증강현실과 같은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 실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없을까?
이미 이커머스 업체들은 현실세계에서의 상품 판매를 위해 실제 공간을 가상공간에 구현한 미러월드,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기술 등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오늘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현실세계에서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한 사례들을 살펴본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고객에게 물건을 직접 보여줄 수 없다는 고질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 옷을 살 때, 사람들은 사이트 내 사진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재질은 어떤지, 옷 앞뒤는 어떻게 잡히는지, 구석구석을 좀 더 상세하게 알고 싶어한다. 이커머스 업체들에게 있어 메타버스 기술은 전자상거래의 본질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커머스에 메타버스 기술을 도입한 선도주자들은 이베이, 알리바바다. 두 기업 모두 실제 세계를 모델로 삼아 온라인에서 3D로 재현하는 미러월드를 구축했다.
이베이는 2016년 호주 최대 백화점인 메이어(Myer)와 함께 세계 최초 VR 백화점을 오픈했다. 이베이는 고객들이 이베이 사이트 서치를 활용해 1만 2500개 가량 메이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바바도 이커머스 쇼핑에 VR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알리바바는 2016년 3월 AR, VR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GM연구소(GnomeMagic Lab)를 출범했다. 이후 같은 해 알리바바는 바이 플러스 (Buy+)를 출시했다. 알리바바는 시범적으로 가상현실의 뉴욕 메이시스(Macy’s) 백화점에서 쇼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이 자사 온라인몰에서 AR백화점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5월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의 연례 행사 판교랜드에서 VR백화점인 ‘VR판교랜드’ 를 오픈했다. 고객들은 VR판교랜드에 접속해 물건을 살펴보고 더현대닷컴을 통해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다.
현실세계를 가상세계로 넓혀 고객에게 실제와 같은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VR매장은 팬데믹 중 큰 관심을 끌었다.
메타버스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특정 분야들이 있다. 바로 가구와 패션이다.
가구업체들이 메타버스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건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가구는 직접 살펴보고 구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집에 설치했을 때 어떨지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딱 맞춰서 샀다고 생각했는데 몇 센치가 더 크다던지, 냉장고 문을 열 때 다른 가구에 걸렸다던지 하는 이야기는 그다지 드문 사례가 아니다. 가구업체들은 소비자의 이러한 불편을 극복하고자 AR기술을 앞다퉈 도입했다.
가구업계의 메타버스 선두주자는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다. 이케아는 가구를 실제 집에 가상으로 설치해볼 수 있는 VR앱 이케아 플레이스를 출시했다. 고객이 앱을 통해 거실이나 방을 비춰보면 장소에 맞춰 가구가 어떻게 배치될지를 보여준다. 아마존도 2020년 같은 기능을 가진 VR도구 아마존 룸 데코레이터(Amazon Room Decorator)를 출시했다. 두 업체 모두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실제 집에 가상으로 가구를 배치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에 비해 국내 가구 이커머스기업들은 주로 미러월드 개념의 VR쇼룸을 주로 출시하고 있다. 신세계까사, 현대리바트 모두 VR쇼룸을 출시해 온라인에서 실제 쇼룸과 똑같이 구현된 쇼룸에 방문할 수 있도록 한다. 한샘 경우, 국내 다른 기업들과 달리 이케아, 아마존과 같은 AR기술을 제공한다. 한샘은 3D 리얼뷰어 기술을 내세워 실제 공간에 제품을 넣는 등 계획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패션・뷰티 분야도 메타버스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 중이다.
패션 분야 경우, 실제로 입어보는 것이 중요한데 온라인상으로 옷이나 악세사리를 착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이커머스 업체들에게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AR기술을 활용하면 가상현실을 통해 제품 시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패션 스타트업 워너비의 가상 신발 착용앱 워너킥스(WannaKicks)는 AR기술을 이용해 앱에 등록된 신발을 착용해볼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제품을 선택해 발을 비춰보면 신발을 신은 내 발을 볼 수 있다. 지난해 상장한 미국 안경업체 와비파커(Warby Parker)는 AR기술로 안경을 착용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와비파커는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함께 운영하는데 사업에 AR기술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AR기술을 매출 증대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여성복 브랜드 보브는 2021년 가을 컬렉션 룩북을 AR기술로 제작했다. 3D 영상으로 모델들의 제품 착용을 실제처럼 볼 수 있어 고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뷰티 분야도 AR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산업군 중 하나다. 로레알은 증강현실을 이용한 대표적인 뷰티기업이다. 지난 2018년 캐나다 뷰티앱 기업 모디페이스를 인수했다. 고객들은 모디페이스 서비스를 통해 로레알의 화장품들을 가상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다. 아마존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해 직접 테스트해보기 어려운 팬데믹 기간 동안 큰 호응을 얻었다.
이제 이커머스에서 기업들은 메타버스 기술을 제품 체험, 판매, 홍보 등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체험, 구매가 어려웠던 고객들에게 온라인에서도 실제만큼 생생한 체험, 구매가 가능할 수 있도록 돕는 메타버스 기술은 이커머스 시장의 부스터가 되었다. 점차 치열해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메타버스는 패션, 리빙 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에 있는 기업들의 차별화 전략으로 활용될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