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놀라운 결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었던 의료 스타트업 ‘테라노스’ (Theranos)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Elizabeth Homes)가 지난 4일 미국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미국 캘리포니아 배심원단이 홈즈가 11개의 혐의 중 투자자에 대한 4개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번 재판은 홈즈에게 제기된 11개의 혐의 중 오직 투자자에 대한 사기 4건이 유죄로 마무리되었다. ‘홈즈가 고의적으로 환자들과 투자자들을 속였는가’가 쟁점이었는데, 고의성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환자들에 대한 사기 혐의의 경우, ‘테라노스’의 혈액 검사가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과 홈즈가 환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사기를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홈즈는 차세대 스티브 잡스라고 추앙받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법원에서 사기꾼이라는 확정을 내림에 따라, 홈즈는 실리콘밸리 흑역사의 상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19살에 스탠포드를 자퇴해 ‘테라노스’ 를 일구기 시작했다. ‘테라노스’는 혈액 검사 키트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회사로 홈즈는 정맥을 통해 주사로 피를 뽑는 기존 혈액 검사와는 달리, 단 피 몇 방울만으로도 정확하고 저렴하게 약 200여개 질병을 판별할 수 있는 혈액 검사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획기적인 신기술이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로 ‘테라노스’는 스타트업 투자 라운드에서 계속해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 받았다. 게다가 조지 슐츠 전 미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등 각계의 유명인사들이 테라노스의 이사진으로 합류했으며 유명 투자가들이 또한 계속해 투자를 참여했다. 2013년, 홈즈는 미국 드러그 스토어 ‘월그린’ (Walgreen)과 계약 체결을 통해 대중들에게 키트를 공개하고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에서 혈액 검사 키트를 판매했다. 홈즈가 투자자들에게 ‘테라노스’의 키트가 미군도 사용한다고 홍보한 점과 그녀의 잦은 언론 노출 또한 회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데 한몫했다. 

당시 ‘테라노스’가 받은 투자 금액은 약 9억 4,500만 달러였다. 독보적인 혈액 검사 기술에 대한 기대와 언론의 잦은 보도, 신뢰 높은 기업이나 기관들과의 협력, 유명인사들의 투자 소식으로 인해 2014년 테라노스의 기업 가치는 약 9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 때까지만 해도 ‘테라노스’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 다음해부터 테라노스는 빠르게 추락했다.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라노스가 혈액 검사를 위해 자체적인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는 홍보와는 달리, 업계에서 사용하는 일반 장비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적은 양의 피만으로도 정확한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적은 양의 피로는 검사 결과가 매우 부정확하며 보다 정확한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양의 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 미국 보건의료재정청(CMS)는 ‘테라노스’가 연방 규정 5개를 위반하는 등 혈액검사키트의 안전성에 이상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 동안 테라노스의 가치를 높였던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테라노스의 몰락이 놀랍지 않다는 분위기였다. 테라노스가 유명인사들을 업고 유명세를 펼쳤으나 이들 중 아무도 의료 기술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테라노스를 과대 평가하도록 만들기 위해 유명인사들의 이름을 이용했을 뿐이다.  의료계에서는 구체적인 기술을 공개하지 않는 테라노스에 지속적인 의구심을 보여왔다. 개인이 스스로 피 몇 방울을 채취해서 오염없이 정확한 검사가 가능하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었다.

언론의 심층보도와 보건 당국의 심사로 인해 테라노스는 연구실 사업을 중단했다. 또한 애리조나 주의 조사 결과, 테라노스가 애리조나에서 실시한 약 790만건의 검사 중 10.6% 가량이 보건당국에 의해 무효가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 결과, 테라노스는 애리조나 주에서 혈액검사를 받은 이들에게 제품 구입액 전체를 환불했으며 결국 운영을 중단했다. 결국 2018년 검찰은 홈즈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홈즈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실제 협업한 적도 없는 미군을 언급하는 등 투자 사기에 있어 고의성이 명백하며 그녀의 홍보와 달리 검사 결과가 부정확한 키트를 시중에 공급해 많은 환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반면 홈즈와 그녀의 변호인들은 변론과정에서 혈액 검사 기술에 대해 그녀가 고의적으로 속인 것이 아니며 “테라노스는 그저 실패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홈즈의 사기극이 실리콘 밸리의 고질적인 관행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했다. BBC,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의하면 실리콘 밸리에서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 설명하거나, 혹은 제시한 기술이 실현될 때까지 꾸며내는 일은 일종의 관행으로 여겨진다. 또한 실리콘밸리 기업의 다수는 기술 보안에 민감하기에 기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의 투자 문화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홈즈의 사기와 실리콘밸리의 관행을 다르게 본다고 말했다. 오히려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유니콘 기업이 될 스타트업을 찾아내기 위해 이전보다 적은 정보 수준으로, 보다 쉽게 투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투자행위에 대해 보다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에릭 골드만 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실행되지 않았지만 실행될 것이라는 주장에 투자하는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