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는 지하철 역 이름을 왜 살까?

“이번 역은 종각역, SC제일은행역입니다.”

전철을 타다보면 역 이름이 두 개인 곳이 있다. 하나는 우리가 평소 알던 역 이름이고 나머지 하나는 기업 혹은 공공기관, 병원 이름이다. 이를 부역명이라고 한다. 보통 그 역에 내리면 해당 기업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많고 많은 부역명 중에서도 금융사의 이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주로 은행이나 카드사 이름을 부역명으로 볼 수 있다.

종각역의 부역명은 SC제일은행. (사진=나무위키)

대표적인 사례가 종각역이다. 종각역의 부역명은 SC제일은행으로 지난 2017년 6월부터 유지해오고 있다. 전철 안내방송과 내부 노선도, 안내표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와 계약을 연장함에 따라, 앞으로 3년 더 종각역의 부역명을 사용하게 된다.

서울교통공사와 체결하는 부역명 계약은 비용이 발생하는 사업으로, 금액은 억 단위다. 비용은 보통 기업들이 이용도가 높은 역을 선호하는 만큼 역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계약 기간은 3년 단위다. 즉, 3년마다 기업들은 부역명을 사용하기 위해 억 단위의 비용을 지출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수억원을 들여가면서까지 부역명을 사용하고 싶은 것일까.

해답은 SC제일은행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2017년 6월부터 약 3년간 종각역의 부역명을 사용해 온 SC제일은행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은행의 비보조 인지도를 조사했다. 비보조 인지도란, 응답자가 “은행 브랜드를 말해보세요”라고 했을 때 해당 브랜드가 나오면 비보조 인지도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SC제일은행의 자체조사 결과, 부역명 계약체결 시점 대비 2019년 말 은행의 비보조 인지도가 약 3%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에서는 비보조 인지도가 올라간 요인으로 종각역의 부역명 효과가 있다고 봤다. 2019년 기준으로 연간 약 3145만명의 종각역 승하차 고객들에게 은행을 알린 결과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와 부역명 사업 재계약을 체결했다.

금융사에게 브랜드 인지도는 중요하다. 고객이 은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자사 브랜드를 떠올려야, 고객 유치가 원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당장 계좌 하나를 만들더라도, 보통 알고 있는 은행 브랜드에서 계좌를 신설한다는 것이 은행들의 입장이다.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을지로입구역의 부역명은 IBK기업은행. (사진=나무위키)

이러한 이유에서 IBK기업은행도 일찌감치 을지로입구역의 부역명을 따냈다. 지난 2016년부터 기업은행은 을지로입구역의 부역명을 유지해오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을지로입구역은 유동인구가 많고 본점이 위치한 곳으로 브랜드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부역명 사업을 하게 됐다”며 “역 이용객들에게 은행을 친근하게 알릴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봤다”고 전했다.

최근 신한카드도 부역명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달 10일 신한카드는 서울교통공사와 을지로3가역 부역명 계약을 맺었다. 부역명 판매 가격은 8억7400만원으로, 현재까지 확정된 계약금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신한카드는 부역명을 통해 을지로3가 일대를 ‘랜드마크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을지로 사옥의 랜드마크화, 브랜드 위상 강화를 위해 부역명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한카드는 지난 2017년 을지로로 신사옥을 이전한 이후 랜드마크를 위한 ‘을지로3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을지 지역 청소년수련관이나 역 일부 공간의 리모델링 등을 한 바 있는데, 부역명도 이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KB금융은 지난해 9월 샛강역의 부역명으로 ‘KB금융타운’을 사용하고 있다. 샛강역 근처에 KB금융그룹의 사옥이 완공됨에 따라, 부역명 사업을 체결하게 됐다. 특히 KB금융은 여의도가 금융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부역명을 통해 ‘랜드마크화’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샛강역이 KB금융타운역으로 불리게 됨에 따라 여의도 금융가의 대표 랜드마크로 KB금융그룹의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1~8호선은 4곳(을지로3가-신한카드, 종각역-SC제일은행, 을지로입구-IBK기업은행, 을지로4가-비씨카드), 9호선 1곳(샛강역-KB금융타운)이 금융사 부역명으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부역명 사업 추진에 나선 서울교통공사는 실제로 금융사의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부역명으로 인한 홍보효과가 비용 대비 효율적이고 좋아서 금융사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안다”며 “종각역의 경우도 제작년, 홍보효과가 좋아서 SC제일은행 측에서 재계약 의사를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울교통공사는 기업들의 수요를 파악한 뒤 추가적인 부역명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부역명 사업의 반응이 좋아서 수요를 파악한 뒤 추가적으로 입찰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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