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간 연동되는 오픈페이,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KB국민카드 앱에서 신한카드나 BC카드로 온·오프라인 결제를 할 수 있다. 다른 카드사 앱에서도 마찬가지다. 카드사들이 각 사의 플랫폼에서 타사의 카드를 연동할 수 있는 ‘오픈페이’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아직 일부 사업자들만 참여 의향을 밝힌 상태여서, 프로젝트가 반쪽짜리로 끝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1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 말 오픈페이를 위한 카드사 간 연동 규격과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개발을 완료했다. 현재 몇몇 카드사에서는 협회가 제시한 API 규격을 개발 중으로, 이르면 올 상반기 오픈페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BC카드가 오픈페이 참여 의향을 밝힌 상태다. 오픈페이를 통해 연동되는 서비스는 단순히 타사 카드의 사용내역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타사 카드를 앱에 등록해 온·오프라인 결제 등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이데이터와 차이가 있다.

앞서 지난해 여신협회에서는 카드사 간 연동 규격과 표준화 API 개발을 완료했다. 따라서 카드사들이 해당 API에 맞는 규격을 개발해 연동하기만 하면 된다.

오픈페이 서비스를 통해 타사 인증이나 온·오프라인 결제 등을 할 수 있다. 협회는 온라인 결제를 할 수 있도록 카드사별 환경이나 인증키 등을 연동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근거리 무선통신(NFC), 바코드, QR 등 오프라인 결제방식도 연동할 수 있다. 또 각 사 앱에 등록된 카드로 결제한 내역을 조회하거나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연결 방식은 온·오프라인 트래픽 증가를 고려해, 가맹점과 카드사간 연결을 한다. 다만, 협회는 카드사 API 등 데이터 업데이트를 할 경우 서비스가 끊어지지 않도록 중계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타사 연동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왔던 카드사들은 왜 갑자기 오픈페이라는 프로젝트를 하는 것일까. 참여사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먼저, 플랫폼 성격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시중은행처럼 카드사들도 앱 통합에 나서면서 종합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오픈페이에 참여하는 카드사들 공통적으로 타사와의 연동이 이뤄져야 자사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카드의 경우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통합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지난 2020년에는 야심차게 KB페이를 내놨지만, 아직까지 KB금융 계열사 서비스에 한해 제공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하나카드도 자산관리와 결제 위주의 앱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신한카드에서는 지난해 새로운 플랫폼 신한플레이를 선보였다. 안면인식 결제, 제휴사 통합 멤버십, 맞춤형 콘텐츠 등을 제공하며 생활금융 플랫폼을 지향한다. 롯데카드는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와 쿠폰 제공, 자산관리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으며, BC카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해당 카드사들 모두 플랫폼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했지만 관건은 카드 연동이라고 봤다. 카드사 서비스인만큼 타사 카드 결제 연동이 킬러 콘텐츠라라는 것이다.

오픈페이 참여 카드사 관계자는 “많은 카드사들이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때 개방형 플랫폼 지향은 필수적”이라며 “빅테크 서비스만 해도 여러 카드사를 등록해 쓸 수 있는데 정작 카드사에서는 제한적이니 경쟁력을 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빅테크와의 경쟁력 제고는 카드사들이 오픈페이 서비스를 하는 두 번째 이유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오픈페이 서비스 참여 이유로 빅테크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토스 등에서는 여러 회사의 카드를 등록해 온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참여 카드사 관계자는 “플랫폼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은 결국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결제수단을 확대하기 위해 오픈페이 서비스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픈페이가 일부 카드사의 참여로 제한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픈페이의 핵심이 가능한 많은 카드사들과의 연동되는 것인데 일부 카드사만 참여할 경우 반쪽짜리 서비스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를 망설이는 카드사들은 자사 플랫폼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게 된다면 기존에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던 사용자는 하나의 플랫폼을 선택하게 될 것이고, 결국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참여를 고민하고 있다.

다만, 일부 참여사를 시작으로 오픈페이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일으킨다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오픈페이는 카드사들의 참여도가 가장 중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아직 서비스 시작 전인 만큼 올해까지는 동향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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