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2 리뷰] AI 활용가치를 둘러싼 담론
올해 CES에서는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하는 컨퍼런스가 다수 진행됐다. AI는 연구계 학술대회에서만 논의되는 주제가 아니게 된 지 오래다. 우리 생활에 그만큼 익숙한 서비스로 자리잡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CES2022에서 진행된 각종 AI 컨퍼런스 가운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발표는 시리(Siri)나 알렉사(Alexa)와 같은 음성 AI 비서 서비스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해 토론한 ‘더스테이트오브보이스(The State of Voice)’였다.
‘AI와 컴퓨터 이미징: 리테일의 구세주(AI and Computer Imaging: Retail’s Saviors)’ 세션에서는 리테일 분야에서의 AI 활용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에 대한 설문 조사를 공개했다.
프라이버시와 법제도 문제로 제약이 많은 의료 AI 분야에 대해서는 ‘AI 소비자 안전(Consumer Safety Driven by AI)’ 컨퍼런스를 마련해 의견을 나눴다. 이 컨퍼런스에서는 의료 AI 신뢰성과 필요성에 대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필립스 내 담당자가 토론에 참여했다.
시리와 알렉사는 도구(tool)일까 혹은 장난감(toy)일까
존 스타인(Jon Stine) 오픈보이스네트워크(Open Voice Network) 전무이사는 현재 우리가 음성 AI를 엔터테인먼트 용도의 AI 스피커로 한정 지어 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전세계 연구계에서는 음성 비서와 인터페이스, 자연어이해(NLU), 자연어생성(NLG), 자연어처리(NLP) 등을 한창 개발 중에 있다. 아마존, 구글, 삼성 등이 제공하는 음성 AI 서비스는 초기 단계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음성 AI 서비스는 간단한 질문에 답변하고 스마트홈에서의 엔터테인먼트 역할을 한다. ‘음악 틀어줘’라고 하면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음악을 틀어주는 정도에 한정된다”고 꼬집었다.
이렇듯 한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음성 AI 서비스에 현재 사용자들은 지루함을 느끼는 상태다. 스타인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 스피커 판매율은 1년에 2% 이하로 증가하고 있다.
스타인이 보기에 현재 음성 AI 기술은 신뢰의 골(trust chasm) 구간에 있다. 사용자나 기업에 유의미한 가치를 줄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상이라는 뜻이다. 기술이 잘 작동하는지보다 기술이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존 스타인은 “CIO와 CMO의 올해 투자 리스트에 음성 AI 기술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성 AI 스피커 판매 성적은 저조하지만 음성 AI 기술 사용은 꾸준히 느는 추세다. 스타인은 “소비자 행동 변화를 보여주는 분명한 데이터가 있다. 조사에 따르면 50%의 성인이 제품 검색을 위해 음성 AI 기능을 주 1회 이상 사용한다. 하지만 99% 기업은 이에 대해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명의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출근해야하는 아침 시간에 랩톱이나 스마트폰을 열어 음식을 주문할 여유가 없다. 이 때 음성 AI로 주문할 수 있다. 핸즈프리 방식으로 위생적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상황은 계속 지속될 것이고 음성 인터페이스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인이 보기에 현재 음성 AI는 플랫폼과 디바이스 중심으로 서비스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는 유저 중심으로 음성 AI 서비스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음성 AI 서비스가 많이 쓰이는 용도 중 하나는 검색이다. 스마트 스피커가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음성 AI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는 의미다. 다음은 스마트홈 가전제품, 세 번째는 차량 디바이스, 네 번째가 스마트 스피커다.
디바이스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것 다음으로 변화가 필요한 분야는 데이터 사용과 권리다. 스타인은 “기업은 데이터에 대한 사용자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데이터 동의와 사용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맥과 윈도우용 두 가지로 나눠 각각에 음성 AI 서비스를 보급하는 것도 알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어떤 디바이스에서든 사용 가능한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존 스타인은 “많은 미래학자들이 월드 와이드 보이스 웹(WWVW)을 말한다. 이를 위해 산업 개발 기준과 (기술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AI 개인 맞춤 추천, 40% 이상 사람들 “편하다”
리테일 분야에서의 AI 사용을 주제로 한 ‘AI and Computer Imaging: Retail’s Saviors’ 컨퍼런스에서는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해당 기관에서는 소비자들이 신기술 사용에 얼마나 편안함을 느끼는지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로봇이 가게 내 특정 제품을 안내해주는 것에 42%가 편하다 느낌.
음성 AI 비서가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에 대해 42%가 편하다 느낌.
개인 맞춤형 상호작용 서비스를 위해 얼굴 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27%만이 편하다 느낌.
소비자의 기분에 맞춰 개인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에 대해 27%만 편하다 느낌.
기업이 자동으로 제품을 재주문하는 것에 대해 25%만 편하다 느낌.
기업이 소비자의 DNA를 사용해 추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19%만 편안하다 느낌.
조사 내용에 따르면 개인화 추천시스템 자체에 대해서는 40%에 달하는 사람들이 만족했다. 반면 기분이나 안면, DNA까지 AI 추천 시스템을 위해 개인 정보를 어디까지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용 정도가 달라졌다. DNA와 같은 고유성이 강한 정보를 사용할수록 거부감이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리테일 분야에서의 AI 기반 개인 추천 시스템은 영역을 계속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웨이촨 리우(Weichuan Liu) 퍼펙트(Perfect) 수석 부사장은 “이커머스에서 개인화는 코로나19로 본격화됐다. 사람들이 개인화를 원하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에서도 AI를 사용할 정도로 거대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카 네스토라(Luca Nestola) 울리세(Ulisse) CEO도 “코로나19 이후 전환기를 맞았다. 컴퓨터비전, AI 기술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을 넘어 직원 교육과 기업 운영 업무 전반에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기업에서는 레이더 기술로 사람들의 행동을 추적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가게로 들어서서 A에서 B 지점까지 이동할 때 우리는 많은 일을 한다. 가게 내 사람 행동을 추적하고 예측한다. 이러한 데이터로 소비자 행동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고자 한다”고 말했다.
AI 기반 개인화 시스템은 더욱 세밀해질 전망이다. DNA와 같은 아주 개인적인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등 다른 산업 분야와 리테일이 협업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그웬 모리슨(Gwen Morrison) 캔디젠트 애드버서리(Candezent Advisory) 파트너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리테일 등이 한 번에 작동하는 통일된 커머스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추천 시스템을 통한 개인 정보와 AR, 게임 요소를 한 번에 모으는 것이다. 생일을 맞은 고객을 단순히 축하하는 것에서 훨씬 나아간 서비스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AI 기술은 의료 서비스 인간화를 위한 도구
의료는 AI가 실수했을 경우 대가가 큰 대표적인 분야다. 의료 AI 상용화를 위해서는 결국 신뢰성이 관건일 수밖에 없다. 반면 너무 나쁜 면만 보지는 말자는 것이 전문가 입장이다.
필립스에서 글로벌 소프트웨어(SW) 표준 책임자를 맡고 있는 팻 바리드(Pat Barid)는 “어떤 AI 관련 토론이든 20분 내에 신뢰성에 대해 말하게 된다. AI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고 결과물을 제시하는지 모른다는 얘기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각해봐야 할 점은 규제자와 의사, 일반 사용자들 각각에 필요한 AI 신뢰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AI에 대해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나면 사고를 낸 특정 원인이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AI 관련 법을 제정하는 측에서는 특히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불러올 위험을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AI 실수가 일어나더라도 소프트웨어(SW) 자체의 잘못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해당 SW가 사용된 맥락에 대한 이해가 문제 파악을 위한 핵심이라는 것. 같은 얼굴 인식 기술이라도 은행 계좌에 접근하기 위해 쓴 것과 스냅챗 필터에 내장된 것은 완전히 다르다.
팻 바리드는 “SW는 헬스케어가 어떻게 행해지고 있는지에 기초해서 만들어진다. 데이터과학자들은 데이터에는 집중해도 지식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데이터가 말하지 않는 사용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리드가 생각하기에 의료 AI 기술은 기존에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히 중요하다.
그는 “코로나19 상황 이전인 2019년 기준 미국에서 1명 의사가 300명 환자를 본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명 의사가 500명 환자를 봄에 따라 긴급 상황이라 선언했다. 가나에서는 의사 1명당 1만3000명의 사람을 돌본다. 의료 효율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의료 AI 기술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기술이 부상하기 시작한 시절 이전부터 의료 분야 디지털화는 시작됐다. 문제는 컴퓨터 앞에서 데이터 입력과 같은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느라 의료진이 환자를 볼 시간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 바리드는 이를 의료의 비인간화라고 말한다. 그의 목표는 의료를 다시 인간화하는 것이다.
팻 바리드는 “AI 챗봇 기술이 한 환자에 대한 정보 연관성을 정리하면 간호사와 의사 업무를 효율화 할 수 있다. 나는 기계와 AI를 사용해 의료를 다시 인간화하고 싶다. 의료진을 환자와 같은 방 안에 두길 원한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성은 기자> sag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