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서울핀테크랩 원정대’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행사 참가 신청 페이지에서 확인한 개최지는 여의도에 위치한 서울핀테크랩이더군요. 행사 당일 참가자 안내 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오전 행사였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 깨끗이 씻었고요. 오랜만에 대한민국 금융의 심장 여의도로 가는 길이니 복장도 나름 정상인(?)처럼 갖췄습니다. 그렇게 서울핀테크랩 앞으로 도착했을 즈음, 정확한 주소 확인을 위해 안내 메일을 다시 봤거든요? 그런데 주소는 전혀 명시되어있지 않고, 이런 게 볼드체로 떡 하니 씌어있네요. [핀테크랩 게더맵 바로 입장하기(CLICK!)]

시험문제를 풀 때도 메일을 받았을 때도 지문을 잘 읽어야 합니다.

핀테크랩 게더맵이란 무엇이냐, 다름 아니라 메타버스 플랫폼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행사는 메타버스 세상에서 열리는 온라인 행사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저의 육신은 터벅터벅 사무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영혼, 아니 정신, 두뇌, 뭐 다 같은 말인가, 어쨌든 행사가 열리는 메타버스 세계로 들어갔죠. 제가 체험한 핀테크랩 게더맵 세상, 그리고 그 속에서 들을 수 있었던 신한은행의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바타 만들고 접속하기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2>는 자꾸 개봉이 연기되고 있지만, 저는 저만의 아바타 만들기에 성공했습니다. 콘셉트는 ‘골더스트’입니다. 골드 + 스타더스트란 뜻으로 WWF 프로레슬러 골더스트 선생님과는 다릅니다. 원래는 아바타 만들기에 진심이라 복장,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등을 고르는 데만 1시간씩 투자하지만, 오늘은 행사 시작이 가까워 빠르게 황금색으로 도배했습니다.

바이라인을 대표해 행사에 참석한 아바타 ‘골더스트’


메타버스 세계 접속에 앞서 카메라와 마이크 테스트도 진행했는데요. 저는 메타버스의 고유 속성 중 하나인 익명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모두 ‘꺼짐’을 선택했죠. (근데 이름은 ‘신승윤_바이라인네트워크_기자’임) 이후 튜토리얼과 함께 간단한 조작법을 배웠는데요. 어디서 많이 해본 것 같은 느낌이다 싶었는데, 제가 어린 시절 즐겨했던 ‘바람의나라’와 ‘일렌시아’를 합쳐놓은 모습입니다.

얘! 메인 행사는 컨퍼런스홀이래!

광장에 떨어진 저는 먼저 가이드맵을 확인했는데요. 메타버스 내 구현된 서울핀테크랩 건물로 들어가야만 행사 콘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관심 있는 내용은 에어팟 당첨 확률을 높여주는 OX퀴즈..가 아니라 특별강연과 우수기업 시상 등 메인 행사입니다. 컨퍼런스홀로 가는 길에 다른 참가자들의 아바타와 함께 서울핀테크랩 소개, 입주 기업 소개 등을 담은 게시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메타버스 세상 속 광장에 떨어진 나

서울핀테크랩 입주사 정보 게시판도 있다. 상호작용을 하면 기업 웹페이지로 연결된다.

드디어 도착한 컨퍼런스홀에서 저는 맨 앞자리를 차지했는데요. 아예 무대로 올라가신 분들도 많네요. 필리버스터 같은 건가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X키를 눌러 오브젝트와 상호작용을 하니 메인 행사 실시간 영상으로 연결됐습니다. 현실 세계에서의 강연이 메타버스 세계로 연결돼 모두 함께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죠! 와!

원래 맨 앞자리가 모범생임 ㅇㅇ


그런데 영상 플레이어 인터페이스가 낯설지 않네요. 익숙한 YouTube 버튼도 보이는군요. 무언가에 홀린 듯 현실 세계의 저는 그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랬더니 크롬 새 창에 유튜브 생방송 페이지가 뜨는 것이 아니겠어요? 현실 세계의 저는 생방송 페이지 창을 줄여 자연스럽게 모니터 한편에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메타버스 속 아바타로 다시 정신을 연결! 강연 보기를 종료한 뒤 지나가면서 눈여겨봤던 오락실로 직행했죠.

메타버스와 유튜브 생방송의 분리. 학창 시절 컴퓨터실만 가면 몰래 스타를 하듯.. 본능적으로 깨달아 버린 나..

저는 특별강연을 듣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가 TV를 시청과 함께 스마트폰을 보는 세컨드 스크린 아니겠습니까? 강력한 멀티태스킹 능력을 갖춘 저는 현실의 육신을 통해 강연을 꼼꼼히 들으며, 아바타로는 어떤 오락들이 준비돼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역시나 저 혼자가 아니었네요. 저와 같은 MZ세대 김00 팀원님께서도 멀티태스킹 중이신가 봅니다. 안녕하세요? 당신도 생방송 스크롤 바를 움직이면 언제든지 이전 내용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셨군요. -시공간을 초월하는 우리가 MZ다-

김팀원님. 점수 얼마 나왔습니까?

 

신한은행은 왜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까?


메인 행사 중 눈에 띄는 순서가 있으니 바로 특별강연 ‘금융사가 바라보는 메타버스’였습니다. 신한은행의 장영두 셀장님이 현실 세계에서 강연해주셨는데요. 이를 메타버스 세상에서 듣고 정리해봤습니다.

1) 시장 변화 & 데이터 부족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의 영업점 수는 나날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오는 2025년에는 전체 영업점의 30%가, 영업점 직원의 70%가 사라질 것이라 예상하죠. 반대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하는 요소도 있는데요. 새로운 경험을 주는 매장은 20%, 새로운 고객관계 전담직원은 50% 늘어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를 신한은행은 ‘점포에서 경험센터로의 변화’라 표현합니다.

한편 전통적 금융기업은 빅 테크 플랫폼 기업 대비 데이터 경쟁력에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은행은 고객의 소득·자산·소비지출 규모 정도를 가지고 있는데요. 마이데이터 정책을 통해 소비지출 상세내역을 공유한다 해도, 플랫폼 기업이 가지는 검색·쇼핑·카페/블로그 활동 등에 비하면 정보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 개발을 위한 고객 취향, 최근 관심사, 구체적인 활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죠.

2) 금융에도 MZ세대가 온다

문제는 향후 주요 고객이 될 MZ세대가 그 누구보다도 금융, 투자,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는 점입니다. 신한은행 자료에 따르면 해외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비중 모두 MZ세대가 65%씩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비력은 낮지만, 향후 소비의 방향을 제시”하는 세대란 것이죠. 또 재테크를 자기계발 분야로 인식하고 있으며, 주로 커뮤니티와 지인을 통해 관련 정보를 획득한다고 분석했는데요. 제 주변만 둘러보면 맞긴 맞는 말입니다.

그 외에도 ▲실용적인 경제생활 ▲새로운 공간 경험의 소비 ▲인플루언서블 라이프 ▲새로운 세계관의 수용 ▲자신만의 커스터마이징 ▲공정과 정의로움 추구 ▲성공보다는 성장 등을 MZ세대의 주요 특징으로 소개했습니다(맞나요? 반박 시 여러분 말이 맞음).

3) 금융 시장 동향 변화

이러한 배경 가운데 금융 시장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디지털 자산과 NFT*는 이미 익숙한 금융상품이 됐기에 실물 자산의 디지털화를 넘어 각종 금융 서비스와 연계해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가상자산을 활용해 담보대출이나 수탁사업을 진행하거나, 디지털 지분을 바탕으로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식이죠.

* 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란 뜻으로,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을 의미(출처: 시사상식사전)

디지털 자산과 NFT 예시(발표자료 캡처)

또 생활 전반으로 구독경제가 자리 잡으면서 금융권에도 관련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로빈후드는 월 5달러 골드 멤버십 회원에게 리서치 보고서, 신용거래 등을 제공하고요. 토스는 월 3900원 프라임 회원에게 ATM출금, 환전, 신용관리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 외에도 ‘임베디드 금융*’, 소금액 적금이나 잔돈 투자 등 ‘티끌테크’, 저작권이나 미술품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비금융회사가 금융회사의 금융상품을 중개·재판매하는 것을 넘어 자사 플랫폼에 핀테크 기능을 내재화(embed)하는 것(출처: 자본시장연구원)

메타버스로 ‘다’ 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의 핵심이자 마스터키로 보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MZ세대들의 유입을 대폭 늘리고, 이를 통해 빅 테크 플랫폼 기업들처럼 데이터를 수집하고, 나아가 시장 변화를 선도하며 새로운 금융상품을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는, 완벽하고 짜릿한 새로운 디지털 세상!

장 셀장님은 “핵심 IT 기술의 출현은 매번 금융업에 ‘창조적 파괴’를 가져왔다”라며 “1980년대의 PC, 1990년대의 인터넷, 2010년대의 스마트폰을 기억해보자. 매번 금융업계에 엄청난 수준의 기술발전을 불러왔다. 2020년대는 메타버스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금융사 모두 업무에 메타버스 기술을 도입하는 데 혈안이라는 것이죠.

그치만.. 자체 개발해야 ‘고객’ 만날 수 있는걸?

그래, 메타버스 좋은 것 알겠다. 향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도 감이 온다. 그런데 왜 은행이 그걸 직접 개발해? 잘하는 데 많은 거 아니야? 여러분도 저랑 같은 의문이 생기시죠? 이에 대한 신한은행의 답은 “그래야만 자유로운 콘텐츠 기획과 각종 금융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다른 은행들 봐라. 다 내부 직원용 서비스밖에 못 한다. 최종 목표인 금융 서비스로 연결하려면 개발 단계에서부터 은행의 역량이 필요하다. 그 길을 신한이 가겠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신한은행의 메타버스 추진 전략은 신한 기존 채널과 신한 메타버스 간의 접점을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신한은행앱 SOL과 오프라인 지점의 연계를 통해 멀티버스와의 접점 체계를 구축하고,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금융 서비스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을 완화하겠다고 합니다. 신한은행 메타버스 내에서 각종 게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말이겠군요. 또 지주사 메타버스와 연계할 수 있도록 개발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하는데요. 이를 T&T(TNT 아님, Trafiic & Transaction임) 전략으로 명명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 SOL 메타버스 베이스볼 파크에서 진행된 KBO 선수 팬미팅

실제 신한은행은 SOL의 메타버스 야구장인 ‘신한 SOL 베이스볼 파크’에서 KBO 선수들과 팬들이 만날 수 있는 팬미팅을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황재균, 강백호, 박세혁, 양석환, 구자욱, 홍창기, 이정후 선수(한화는 없네..)가 참여했는데요. 선수 사인볼, 모바일 상품권, 마이신한포인트 등을 경품으로 제공했다고 하는데, 특히 ‘마이신한포인트’가 눈에 띕니다. 금융 서비스를 적절히 심어놨군요. 위 추진 전략이 허풍은 아니었나 봅니다.

메타버스 세계 탐험 총평

사실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를 포함해 매달 신작 게임을 즐기는 제게 게임사 외 기업이 개발한 메타버스는 매우 조악합니다. 비주얼 면에서 그렇냐고요? 절대 아니요. 여전히 도트*를 기반으로 명작 게임들은 다양하게 출시됩니다. 제가 조악하다 느끼는 점은 인터페이스와 이로부터 오는 조작감입니다.

* 2D 그래픽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점’을 의미

공공기관 앱을 사용하며 답답함을 느끼신 적 있죠? 딱 그 느낌입니다. 내가 어떤 행위를 할 수 있고, 이 행위로부터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예상이 어렵습니다. 이는 메타버스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몰입’을 방해하는데요. 이것만 잘 해결되면 어떤 플랫폼이든 한 번쯤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감동수기 –끝-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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