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장 넥슨, 지난 10년을 돌아보다

글로벌로 흥행한 국산 게임이 지금은 여럿이다. 그러나 10년 전만 해도, 국내 게임사의 소망은 해외 진출이었다. 국내 시장의 성공을 발판삼아 더 큰 시장을 무대로 세계에서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다수 게임사들의 비전이었다.

2011년 12월은, 넥슨이 일본에 상장한 때다. ‘바람의나라’로 국내 첫 그래픽 게임 시장을 열어젖힌 넥슨은 퀴즈퀴즈나 크레이지아케이드와 같은 게임을 내놓고 부분유료화 도입, 캐주얼 시장 개척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넥슨은 이후 시선을 글로벌로 돌렸다. 창업 초기, 미국 시장에 진출을 시도했다 실패했던 경험을 교사삼아 비교적 거리가 가깝거나 혹은 문화적으로 이질감이 적은 중국, 동남아, 일본 등의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이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넥슨이 일본으로 간 까닭

넥슨은 애초 도쿄증권거래소 제 1부 시장에 상장했으며 2020 10월에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에 편입됐다. 상장 당시 넥슨의 시가총액은 대략 5500억엔(약 5조6000억원)이었으나 2020년 말에는 가 가치가 2조8400억엔(약 30조원)으로 치솟기도 했다. 현재의 넥슨 시총은 상장 당시보다 네배가량 오른 2조엔(약 26조8000억원)에 달한다. 넥슨이라는 회사가 일본 시장에서 공개된 이후 꾸준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하필 일본이었을까? 한번 실패했던 미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선택할 카드 중 하나였을텐데.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 비용적 이점이다. 넥슨보다 먼저 해외 시장에 도전한 회사도 물론 있다. 2000년대 중반에 그라비티나 웹젠 같은 게임사 뿐만 아니라 지마켓 같은 커머스 기업도 나스닥을 비롯한 미국 증권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문제는 이들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다.

넥슨 측은 앞선 도전자의 실패 요인을 득보다 실이 컸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 시장에 상장했다는 것은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활동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더 큰 시장에서 기업공개를 하면 분명 자금확보 측면에서는 강점이 있겠으나, 그만큼 회사를 유지하고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도 크다. 법인 운영과 상주 인원 관리 등에 드는 비용 수준이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넥슨의 분석 중 하나다.

또 다른 점은 일본 시장 크기다. 특히 게임이나 만화 같은 콘텐츠 부문에서 일본은 강국이다. 게임 콘텐츠에 대한 대우가 좋고 게임사에 비교적 우호적이며 출시된 게임의 가짓수가 많고 장르도 다양하다. 국내에서는 최상위 인기에 있는 몇 게임이 매출을 독식한다면, 일본에서는 중위권에 있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도 충분히 먹고살만한 정도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넥슨 측은 “일본시장 상장의 주요 목적은 게임 콘텐츠 강국인 일본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글로벌 게임사들과 경쟁에서 보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기 위함이었다”라고 말한다.

인수합병, 넥슨의 주 무기

지난 10년간의 넥슨을 돌아보면, 전략적 투자가 집중되었던 기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시장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국내에서 국외로 확장되던 시기에 넥슨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주요한 수단으로 투자와 인수합병을 택했다. 일본으로의 진출 역시 인수합병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앞서, 넥슨이 상장 전까지 메이플스토리 개발사 위젯이나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네오플을 인수하면서 성장했던 과거 전력도 투자에 더 열심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줬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본다면, 지난 10년간 넥슨의 인수합병은 본격적인 모바일로의 체질전환과 궤를 같이 한다. 상장 이듬해인 2012년부터 넥슨은 매해 굵직한 인수합병을 해왔다. 특히 2012년은 모바일게임이 국내외에서 크게 성장하기 시작한 해로, 해당 산업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틀을 다지려는 목적의 인수합병이 이뤄졌다. 자회사인 넥슨모바일을 흡수합병했으며, 상장을 한 일본 현지의 대형 모바일 게임사인 ‘글룹스’ 지분을 젼량 인수했다. 이 회사는 소셜게임과 TCG, RPG 등의 다양한 장르 모바일 게임 개발력을 갖췄다고 평가되던 곳이다. 이후 띵소프트, 쉬버엔터테인먼트, 넵튠 등 게임사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여러 장르의 개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뒀다.

2015년부터는 넥슨의 모바일 사업이 본격화되던 시점으로 분류된다. 이때 ‘히트’나 ‘V4’ ‘오버히트’와 같은 인기 게임이 나오기도 했는데, 넥슨은 V4와 오버히트를 만든 넷게임즈의 지분을 추가인수하면서 파트너십을 강화해나가는 전략을 썼다. 이전까지 중대형 개발사들이 인기 모바일 게임을 내면서 넥슨의 입지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아왔는데, 이즈음부터 넥슨도 모바일에서 명함을 내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심어지던 시기가 이때 쯤이다.

인수합병도 이때 가장 많이 이뤄졌다. ‘다크어벤저’ 시리즈를 만든 불리언게임즈를 합병하고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프로듀서인 댈런스 디킨스 주축의 온라인 게임 개발사 QC게임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도 이때다. 숫자로 본다면 2015년에 2곳(불리언게임즈, QC게임즈), 2016년에 7곳(빅휴즈게임즈, 엔미디어플랫폼, 아이펀팩토리, 태국의 아이디씨씨, 펄사 크리에이티브, 라우드커뮤니케이션즈, 넷게임즈), 2017년에 4곳(플레이퓨전, 모아이게임즈, 씨웨이브소프트, 픽셀베리 스튜디오), 2018년에 4곳(슈퍼캣, 엔진 스튜디오, 스튜디오비사이드, 십년지기)과 피를 섞었다.

앞으로 10년

지난해 넥슨은 가장 화려한 시기를 보냈다. 역대 최고 연간매출을 기록, 게임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3조원이라는 돈을 벌어들였다. 넥슨호를 이끄는 이정헌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키워드로 삼았고, 온라인과 모바일이 고루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래된 IP인 ‘바람의나라’와 ‘카트라이더’가 모바일에서도 인기를 얻었고,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의 PC온라인 게임도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올해는 넥슨에 다소 어두운 해였다. 확률 조작에 대한 의혹이나 운영에 대한 불신 등으로 넥슨의 이용자들이 회사 앞으로 항의를 위한 트럭을 보내기도 했다. 이는 넥슨 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동시다발로 겪은 어려움이기도 했다. 숙제로는 이용자들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과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하는 것이 주어졌다. 따라서 넥슨은 경쟁력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발판으로 파격적 임금체계 개편, 우수 인재 영입 등을 강조했다. 인재 확보를 위한 채용 전환형 인턴십, AI 기술연구를 위한 투자, 우수 개발사에 대한 투자 역시 계속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신작이 적었던 넥슨은 2022년부터 새 게임을 잇달아 선보이며 기지개를 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첫 타자는 1분기 중 공개 예정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다. 특히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IP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또 멀티플랫폼으로 만들고 있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가 준비중이다. 카트라이더라는 IP가 계속해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신규 PC 게임인 ‘프로젝트D’도 최근 이용자 대상으로 테스트를 마쳤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우수한 인재 확보를 비롯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며 “프로젝트 선별에 신중을 기하되, 선택한 프로젝트에는 과감하게 리소스를투입해 넥슨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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