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와 잭 도시가 비판한 웹 3.0, 그게 뭔데?
최근 갑자기 웹 3.0이라는 키워드가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웹 3.0을 비판하는 트윗을 올리더니,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도 “웹 3.0은 명칭만 다른 중앙집중적 인터넷”이라며 웹 3.0 저격에 참여했다.
유명 기업가들이 뜬금없이 웹 3.0을 비판하자, 역으로 웹 3.0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모습이다. 구글트렌드에서 ‘web3.0’을 최근 검색하면 매우 최근에야 사람들이 검색해보기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웹 3.0이 대체 무엇이길래 IT 기업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걸까.
웹 3.0은 무엇?
웹 3.0은 아직 불명확한 개념이지만, 간단히 정의하면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인터넷이라고 볼 수 있다.
웹 1.0은 웹사이트 제작자가 콘텐츠를 만들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형태라면, 웹 2.0은 소셜미디어나 위키피디아처럼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공유하는 모습을 일컫는다. 사업체가 플랫폼을 만들면 이용자는 플랫폼 내에서 정보를 생산하고 쌍방향으로 소통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인터넷 세계를 지배하는 정보 플랫폼은 모두 웹 2.0 접근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 덕에 우리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지식과 경험을 나누게 됐지만, 플랫폼이라는 중앙화된 서버에 의해 검열되고, 이용의 대가로 개인정보를 제공해야만 했다. 또 이용자들이 만들어낸 콘텐츠로 발생한 수익은 모두 플랫폼 설계자가 독식했다.
웹 3.0은 이처럼 특정 업체가 인터넷을 지배하지 못하게 만들자는 접근이다. 중앙 집중화된 플랫폼에 더는 얽매이지 않게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웹 3.0 주창자들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산시켜 해킹에서 자유롭게 하고, 데이터의 소유권을 플랫폼에서 개인으로 전환해 사용자에게 더 많은 인터넷 자유를 제공하자고 주장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고, 종속된 이용자가 아닌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웹 3.0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구축되며, NFT(대체불가능토큰)가 중심 통화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개인 이용자는 이제 토큰을 사용해 직접 자신이 플랫폼 내 올린 콘텐츠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가상화폐의 성장과 함께 떠오른 웹 3.0
웹 3.0의 갑작스러운 인기는 NFT 등의 가상화폐 성장에 따른다. 10일 블룸버그는 많은 벤처캐피탈(VC) 회사들이 웹 3.0을 대표하는 구성 프로그램인 디앱(Dapp)을 구축하고 개선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이 발표한 ‘메사리 크립토 디시스(Crypto Theses) 2022’ 리포트에 따르면 웹 3.0 구현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NFT, 메타버스, 디파이, 커뮤니티 거버넌스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등이다. 그 중 NFT의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웹 3.0은 아직은 퀄리티나 유저 베이스가 부족한 실정이지만 NFT와 더불어 그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웹 3.0은 말도 안 되는 소리” vs “새로운 인터넷 미래”
일론 머스크는 지난 4일(현지시각) 트위터에 한 밈(meme)을 올리며 웹 3.0 지지자들을 비꼬는 듯한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소변을 보는 한 남자 옆에 낯선 남자가 다가온다. 낯선 남자가 소변을 보는 남자에게 “웹 3.0은 미래니까, DAO에 가입해”라고 속삭인다. 일론 머스크가 올린 사진 속 소변을 보는 남자는 자신을, 다가온 낯선 남자는 웹 3.0 지지자를 암시한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인터뷰에서 웹 3.0은 논리적이지 못하다며 특히 메타버스에 대해 “그럴듯한 사례를 본 적이 단 한 건도 없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 트위터 CEO 잭 도시 또한 웹 3.0에 대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22일 잭 도시는 실리콘 밸리 VC들이 웹 3.0을 먹고 자란다는 삽화를 인용한 후 웹 3.0이 벤처 투자가들의 소유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페이스북 초기 후원자 겸 웹 3.0 지지자인 벤처캐피털 회사 안드레센 호로위츠 등에 의해 웹 3.0이 지배될 것이다”며 웹 3.0은 단순히 권력을 VC 회사들로 옮기는 것뿐이라고 꼬집었다. 탈중앙화를 주장하는 본질과는 달리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IT 벤처 투자 전문 회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는 웹 3.0 분야의 가장 큰 지지자 중 하나다. 지난 10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A16z 글로벌 정책 책임자인 토미카 틸만은 “현재의 웹 2.0은 수명이 다했으며, 웹 3.0이 이를 이어받아 오늘날 인터넷에서 문제 되는 여러 이슈를 해결할 것”이라며 웹 3.0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웹 3.0의 지지자들은 웹 3.0이 콘텐츠 유통, 탈중앙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여러 웹 3.0 지지자들은 잭 도시의 트윗 아래 “현재 인터넷 이용자들은 소수의 플랫폼 기업들에 억제당하고 있으며, 웹 3.0은 인터넷의 미래를 위한 또 다른 비전”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웹 3.0은 웹 2.0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닌 함께 작동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SNS나 온라인 거래・비즈니스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구글 등의 대형 플랫폼을 무너뜨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미래에 대해 강의하는 뉴욕대 강사 매트 드라이허스트는 지난 11월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아직은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다”며 “웹 2.0 기업들 또한 웹 3.0 아이디어를 서비스에 접목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