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플랫폼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위메프

요즘 위메프가 재미있는 발표를 많이 하네요. 얼마 전에 ‘메타 쇼핑’으로의 진화를 선언하더니, 이제는 브랜드사의 D2C(Direct to Customer) 전략을 위한 플랫폼이 되겠다고 나섰습니다.

위메프는 21일 앞으로 브랜드사의 자사몰 상품을 위메프에서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위메프에서 ‘나이키 운동화’를 검색하면 검색결과 맨 위에 나이키의 자사몰이 나오는 형태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네, 네이버의 브랜드 광고와 유사해보입니다. 네이버에서도 ‘나이키 운동화’를 검색하면 검색결과 맨 위에 나이키 공홈(공식 홈페이지)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네이버 검색결과에 나타나는 건 광고입니다. 광고계약을 맺은 브랜드만 검색결과 맨 위에 보여지죠. 네이버가 워낙 이용자가 많은 검색엔진이라, 웬만한 브랜드사는 이 광고를 진행합니다.

반면 위메프가 하겠다는 건 광고가 아닙니다. 위메프 내부에 브랜드의 쌍둥이 자사몰이 생기는 거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입점수수료를 내거나 시스템 연동을 위해 별도의 개발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계약을 맺으면 위메프가 크롤링 기술을 통해 자사몰에 있는 데이터를 자동으로 끌어와 동기화합니다. 브랜드사 입장에서는 그냥 무료로 자사 브랜드와 상품을 소개할 수 있는 채널이 하나 더 생기는 셈입니다.

회사 측은 “자체 개발 솔루션 ‘검색Ai’를 활용한 메타데이터 기술의 연장선으로, 브랜드 관련 모든 콘텐츠를 위메프에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네이버 브랜드 광고는 정해진 광고 이미지와 판촉문구를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만, 위메프는 상품까지 보여준다는 점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나이키 조던’을 검색하면 브랜드 광고 영역에서 나이키 자사몰은 보여지지만 조던 운동화 상품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클릭한 이용자는 나이키 자사몰에서 다시 조던을 검색해야겠죠.

이에 반해 위메프에서 ‘나이키 조던’을 검색하면 나이키 공홈에 있는 조던 운동화들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이용자들은 브랜드몰과 상품 콘텐츠를 위메프 검색결과에서 확인하고, 연계된 브랜드몰에서 구매까지 진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구매후기, 선호도, 연관 키워드 등 브랜드 및 상품에 대한 메타데이터도 제공합니다.

회사 측은 “최근 단독 상품이나 이벤트, 혜택 등을 위해 브랜드몰을 직접 이용하는 D2C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이용자와 브랜드사 모두가 만족하는 쇼핑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밝혔습니다.

비즈니스 본질을 바꾸려는 위메프

위메프가 잇달아 내놓은 발표를 보면 지금까지 영위했던 비즈니스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위메프는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몰을 걸어왔습니다. 좋은 상품을 소싱해서 이용자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하겠다하는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너무 경쟁이 치열합니다. 네이버, 쿠팡, SSG(이베이), 11번가 등 공룡들과 싸워야 하는데, 체급차이가 워낙 커서 이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으로 살아남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위메프는 기존의 비즈니스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을 가려는 듯 보입니다.

그 길은 ‘기술 플랫폼’으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기술’입니다. 그 동안의 위메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 건 MD였습니다. MD는 이용자들이 좋아할만한 상품을 찾아서 위메프에서 판매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위메프뿐 아니라 거의 모든 쇼핑몰에서 상품 담당자인 MD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위메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될 것입니다. 앞서 발표한 ‘메타쇼핑’이나 이번에 발표한 ‘D2C 플랫폼’ 모두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입니다. MD가 기획해서 제휴를 맺고 상품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검색기술과 빅데이터 기술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이용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 모델도 바뀔 것입니다. 일단 위메프는 기술로 소싱한 상품데이터 거래에 수수료나 광고비를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사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위메프는 기술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상품 데이터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위메프의 이런 전략은 일단 이용자 확보를 위한 선택입니다. 최대한 다양한 상품과 브랜드를 이용자들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입니다. 위메프에 가면 모든 쇼핑몰과 브랜드 자사몰의 상품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이 이용자들에게 생기고 방문자가 늘어나면, 수익화는 그 뒤에 고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용자들이 위메프 내부 상품을 구매하면 수익도 생기겠죠.

위메프의 이같은 전략 변화를 주도 하고 있는 인물은 하송 대표입니다. 지난 2월부터 위메프를 이끌고 있는 하 대표는 위메프를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는 앞서 위메프 전략사업부분을 이끌 때부터 다양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실험해왔다고 합니다.

위메프 하송 대표는 “기획과 운영 역량이 중요한 큐레이션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메타데이터 등 R&D 투자를 강화해 이용자에게 최적의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커머스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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