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D2C 커머스’ 각축전

이커머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가격’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생산자와 구매자 사이 중간 유통단계를 건너뛰면서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많다. 같은 제품이라도 오프라인보다 저렴하게, 심지어 온라인 중에서도 서로 간의 가격 비교를 통해 보다 저렴하게 구매하는 일은 이제 상식이 됐다. 그러나 ‘농수산물’의 경우 여전히 여러 플랫폼들의 도전이 반복되는 블루오션이라 평가받는다.

과일, 채소, 생선 등 가공되지 않은 농수산물 식자재는 D2C 판매 시 소비자와 구매자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상품 품질을 결정하는 신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수산물 D2C 커머스는 난도가 높다. 농장주가 만족하는 품질을 유지함과 동시에 온라인몰과 상품 페이지 관리, 주문·결제 관리, 포장·부자재 관리, 배송, CS, 반품· 환불 등 농장 운영에 필적하는 추가 업무가 발생한다.

관련해 최근 등장한 농수산물 D2C 서비스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지 둘러보자. 각각 오픈마켓, 물류기업, 스타트업 등 개성이 잘 드러난다.

티몬의 D2C 브랜드 ‘티프레쉬’

티프레쉬는 티몬의 D2C 신선식품 전문 브랜드다. 티몬은 지역 농가와의 직접적인 상생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농가를 직접 섭외한다. 기존 티몬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후기가 좋았던 농가를 찾고, 그 주변 생산지 자체 레퍼런스와 함께 신규 농가를 소개받는 등 후보를 확보한다. 이후 인터뷰 및 산지 방문 등을 거쳐 최종 생산 농가를 선정한다는 설명이다.

티몬 측은 “티프레쉬는 기존 유통기업의 농수산물 직매입 구조와 다르다”라며 “대형농가나 영농조합 단체 등 생산자 조직이 소유한 농장을 대상으로 티프레쉬 상품화를 진행한다. 티프레쉬 브랜드 기준을 제시해 기준을 충족하는 파트너의 상품에 대해서만 판매 및 홍보 계약을 진행한다. 때문에 최종 포장과정에서 상호 합의된 품질 기준에 미달하는 상품은 제외된다. 기준 이상의 포장 상품만 산지 직송으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티몬의 농수산물 D2C 브랜드 ‘티프레쉬’

티프레쉬는 농장에서 생산하는 상품마다 전담 디자인팀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한다. 제품 사진과 영상 촬영 후에는 판매 스토리를 기반으로 디자인을 진행한다. 이는 온라인에 게시될 제품 상세페이지 제작 등에 활용한다. 디자인 과정에서 농장주의 의견을 반영해 공동의 브랜드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설명이다.

관련해 티몬 측은 “티프레쉬는 상품 구성에서부터 가격 책정, 프로모션 등 판매에 필요한 대부분을 지원한다. 농가에서는 우수한 상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데에 전념할 수 있다. 그동안 유통 채널이 제한적이었던 농장주들은 공판장, 계약재배, 마트나 백화점에 납품하는 식으로 판매해왔다. 반면 티몬을 통한 판매는 소매가 기준으로 이뤄져 납품단가 자체가 크게 차이나는 데다, 수수료도 낮아 부담이 적다”라고 설명했다.

티프레쉬에서 상품이 판매되면 관련 주문 확인은 영농조합, 개별농가, 벤더 등 판매자 측에서 이뤄진다. 이후 피킹과 패킹은 상품화 공장에서 진행되는데, 그 주체는 계약에 따라 영농조합이나, 농가 등으로 상이하다는 설명이다. 최종 상품화를 마치면 택배사에서 이를 픽업해 배송한다. 티프레쉬 판매 수수료는 기존 티몬 오픈마켓 수수료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은 티프레쉬 확장 방향에 대해 “대중적이면서도 맛과 신선도 이슈가 가장 민감한 상품들을 우선으로 개발하고 있다. 제주 한라봉, 당근, LA갈비, 스테비아 토마토, 경기 추청쌀, 건 오징어 등이다. 티프레쉬를 통해 농어민들에게 새로운 판로를 제공하고, 고객과 파트너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상생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라고 밝혔다.

종합물류기업 한진의 ‘D2C 기프트카드’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티몬과 달리, 물류기업 한진은 ‘기프트카드’를 통해 D2C 판매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진의 D2C 브랜드 ‘내지갑속과일’은 선불카드와 배송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이다. 농협경제지주, 한국선불카드와 공동 플랫폼을 구축한 한진은 과일 상품의 배송을 포함한 운영 전반과 홍보·마케팅을 담당한다.

현재 내지갑속과일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는 제주 한라봉, 제주 타이백감귤, 순천 참다래, 진영 단감, 문경 사과, 장흥 그린파파야 등 과일 7종이다. 지역 농협을 통해 전국 제철 과일을 수급하고, 구매가 발생하면 한진이 이를 픽업해 고객에게까지 배송한다.

농산물 D2C 커머스에 선불카드를 적용시켜 물류 역량을 극대화한 한진의 ‘내지갑속과일’

기프트카드를 구매한 고객은 이를 본인이 직접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선물 등 용도로 전달할 수도 있다. 카드에 표시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상품 구매 플랫폼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카드번호 입력과 함께 상품 선택, 배송지 설정 등 일반적인 이커머스 구매와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기프트카드 구매는 공식 홈페이지와 네이버쇼핑, 위메프, 11번가 등 온라인과 더불어 GS25,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오프라인 편의점에서도 가능하다.

한진 측은 “지난해 12월 서비스 출시 이후 올 10월까지 약 1만 장의 카드를 판매했다. 입점 업체 12곳에서 총 24개 품목을 선보였으며, 계절별 우수한 과일과 프리미엄 및 이색 과일 입점을 위해 지역 농협 외 신규 업체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나아가 우수한 축·수산물을 포함해 종합 선물 기프트카드로 사업모델을 확장할 것”이라 설명했다.

한진은 농수산물 D2C 이커머스의 난제 중 하나인 주문 관리와 결제 부분을 선불카드로 해결했다. 온라인몰에 상품을 일일이 진열하고, 각각의 상품 페이지마다 결제와 CS가 발생하는 구조를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다. 또 선불카드 판매량을 통해 과일 수요를 예측함과 동시에 판매 데이터를 물류업체가 직접 받아 관리함으로써 물량 파악, 배차, 동선 계획 등 전국 단위의 효과적 픽업과 배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살렸다.

스타트업 올웨이즈의 ‘폐쇄몰 & 팀구매’

농수산물 D2C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올웨이즈는 독특하게도 ‘폐쇄몰’을 지향한다. “타 플랫폼과 가격 비교가 불가능한 대신 압도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겠다”라는 것이다. 올웨이즈는 입점 심사를 거친 업체만 자사 플랫폼에 노출한다. 입점 가능 업체는 제조공장이나 농가, 직수입 업체로 한정된다. 유통업체는 제외다. 또 올웨이즈가 제시하는 2인 이상의 공동구매 시 농수산품은 35%, 공산품은 45% 할인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폐쇄몰과 공동구매를 조합해 농가의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의 ‘올웨이즈’

현재 올웨이즈는 ‘1품목 1셀러’ 정책을 바탕으로 판매자를 모집하고 있다. 몇 달간 품목 독점을 통해 판매량 유지를 돕는다. 또 제품 상세페이지 제작, 포장·배송·CS 지원을 위한 솔루션 제공, 택배사 연동을 통한 배송 정보 공유 등을 제공한다. 판매도 지원한다. 공동구매 개념인 ‘팀구매’ 기능을 통해 계속해서 상품 판매가 일어나게끔 한다는 것이다. “저렴하게 농수산물을 공급하면 판매는 올웨이즈가 전담하겠다”라는 설명이다.

올웨이즈의 팀구매는 소셜 기능을 지원한다. 팀구매 초대장을 모바일 메신저와 SNS 등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 자체 친구추가 기능도 있어, 마음 맞는 사용자끼리 뭉쳐 할인 혜택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단, 팀구매 인원 모집까지 걸리는 시간을 아끼려 일반구매를 진행할 경우 가격은 상승한다. 또 폐쇄몰에 품목별 셀러 수도 제한된 만큼 어떤 상품을 입점시키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네이버·정육각도 온다

네이버는 축산물 D2C 서비스 ‘정육각’의 시리즈C 단계에 참여한 바 있다. 전략적 투자(SI) 명목이며 약 100억원을 들였다. 이를 바탕으로 정육각은 “농산물 중심 D2C 플랫폼을 개발하는 중”이다. 관련해 정육각 측은 “출시 예정일은 내년 1월이며, 농장주가 스마트폰과 송장 프린터 2가지만으로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 밝힌 바 있다. 농수산물 D2C 커머스 시장에 다양한 기업들이 참전하면서 우수 농가 입점을 위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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